[뉴스토마토 전연주 기자] "국내에만 머물기엔 시장이 너무 좁습니다."
30대 가상자산 투자자 A씨는 최근 국내 거래소에서 확보한 USDC(스테이블코인)를 해외 거래소 바이낸스로 옮겨 파생상품 거래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국내보다 다양한 상품과 유동성을 활용하기 위한 이른바 '글로벌 라우팅' 전략입니다. 하지만 오는 8월 말부터는 A씨와 같은 거래도 금액 기준에 따라 이상거래로 분류·보고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쟁점은 특정금융정보법 시행령 개정안입니다. 개정안은 국내 가상자산사업자가 해외 사업자와 거래할 때 위험도 평가를 강화하고, 1000만원 이상 가상자산 이전 거래에 대한 보고 부담을 키우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자금세탁 방지라는 취지는 분명하지만, 업계에서는 거래 목적이나 위험도와 관계없이 1000만원 이상이라는 이유만으로 정상 거래까지 이상 거래로 분류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특히 해외 거래소에서 레버리지 포지션을 유지하기 위해 급하게 증거금을 보내야 하는 투자자의 경우, 송금 지연이 직접적인 손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강화된 확인 절차로 이전이 늦어지면 강제 청산 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이 경우 거래소와 이용자 간 피해 보상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단순 행정 부담을 넘어 투자자의 재산권 문제로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거래소의 실무 부담도 커집니다. 개정안은 국내 사업자가 해외 거래소의 인허가 여부와 자금세탁 방지 체계, FATF(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 권고 이행 여부 등을 확인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거래소의 각국 인허가 상태와 규제 준수 여부를 국내 거래소가 직접 검증하는 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규제가 국내 시장을 더 고립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미 국내에서는 가상자산 발행과 상장, 유통에 대한 제도적 불확실성이 큰 상황입니다. 여기에 해외 거래까지 까다로워지면 국내 사업자는 글로벌 시장과 연결되기 어렵고, 투자자는 국내 거래소 밖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제도권 안에서 추적 가능한 거래를 늘리려는 규제가 오히려 이용자를 음성적·비공식 경로로 밀어낼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국내 규제 흐름은 해외 주요국과도 차이를 보입니다. 미국과 유럽은 스테이블코인과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인허가 체계를 마련하며 제도권 편입에 속도를 내는 반면, 국내 논의는 여전히 자금세탁 방지와 거래 관리에 무게가 실려 있습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불법 거래를 막는 취지는 필요하지만, 금액 기준만으로 정상 거래까지 위축시키면 국내 시장 경쟁력만 떨어질 수 있다"며 "거래 목적과 위험도에 따른 정교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