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현대차그룹이 지난 29일 서울 강남구 ‘UX 스튜디오 서울’에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Pleos Connect)’ 미디어 데이를 열고 오는 5월 양산 적용을 앞둔 시스템의 주요 기능과 개발 철학을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차에 스마트폰처럼 앱을 깔고 업데이트하는 일종의 ‘바퀴 달린 스마트폰’을 만들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입니다.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 화면. (사진=표진수기자)
이날 행사장에는 실제 차량에 탑재된 플레오스 커넥트 연구 개발용 모델이 전시됐으며, 개발진이 직접 나서 주요 기능을 시연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이 시스템을 5월 출시 예정인 '더 뉴 그랜저'에 처음 적용하고, 이후 글로벌 시장으로 순차 확대해 2030년까지 약 2000만 대 차량에 탑재할 계획입니다.
플레오스 커넥트는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OS(AAOS)를 기반으로 개발됐습니다. 스마트폰처럼 앱을 자유롭게 설치하고 업데이트할 수 있는 구조로, 차량을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하나의 스마트 디바이스로 바꾸겠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구상입니다. 차량 구매 이후에도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통해 새로운 기능을 지속적으로 추가할 수 있는 점도 기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구별되는 특징입니다.
시스템의 중심은 차량 중앙에 배치된 대형 디스플레이입니다. 화면은 크게 좌측 ‘주행 정보 화면’과 우측 ‘앱 화면’으로 나뉩니다. 왼쪽 화면은 속도, 경고등, 주행 가능 거리 등 운전에 필수적인 정보를 상시 표시하고 차량 상태를 직관적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구성됐으며, 오른쪽 화면에서는 내비게이션, 미디어 감상, 앱 서비스 이용 등이 가능합니다.
두 영역은 독립적으로 설계돼 엔터테인먼트 앱이 주행 정보에 간섭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운전석 전방에는 속도, 목적지, 미디어 정보 등을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조합해 띄울 수 있는 슬림 디스플레이도 적용됐습니다. 시선을 크게 이동하지 않고도 핵심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 주행 중 안전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앱 화면은 화면 분할 기능을 지원해 내비게이션과 미디어 앱을 동시에 실행할 수 있으며, 세 손가락을 이용한 ‘3핑거 제스처’로 앱 위치를 바꾸거나 불필요한 앱을 즉시 종료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터치스크린과 함께 물리 버튼도 병행 적용해 공조 장치나 시트 열선처럼 주행 중 자주 쓰는 기능은 화면을 볼 필요 없이 조작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내비게이션도 전면 재설계됐습니다. 기존 빅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실제 사용 빈도가 높은 핵심 기능만 남기고 메뉴 구조를 단순화한 것이 핵심입니다. 컬러와 그래픽 요소를 최소화해 시인성을 높였고, 화면 분할 시에도 내비게이션을 다른 앱과 함께 띄울 수 있는 모듈형 인터페이스를 적용했습니다. 전국에서 운행 중인 현대차·기아·제네시스 차량의 실시간 운행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 경로를 안내하며, 전체 지도 데이터를 내려받는 방식이 아닌 현재 위치와 목적지 주변 데이터만 부분적으로 자동 업데이트하는 온라인 방식을 채택해 항상 최신 도로 정보를 반영합니다.
'플레오스 커넥트 미디어 데이'에서 Q&A 세션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 왼쪽부터) 현대차·기아 류권우 매니저, 윤한나 연구원, 이승재 책임연구원, 김창섭 책임연구원, 42dot 윤치형 TL, 이종호 GL(사진=표진수기자)
이날 행사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차량 내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글레오(Gleo) AI’였습니다.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기반으로 개발된 글레오는 단순히 특정 명령어를 인식하는 수준을 넘어, 대화 맥락과 차량 상태, 탑승자의 위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기능을 수행합니다. 시연 현장에서는 “에어컨 끄고, 무드등을 숲속 느낌으로 바꿔주고, 라디오 켜줘”라는 세 가지 명령을 한 번에 말했을 때 글레오가 이를 순서대로 처리하는 장면이 공개됐습니다. 또 “시트가 왜 이렇게 뜨겁지?”라고 불평 섞인 말을 건네자 글레오가 운전석 열선 시트가 켜져 있음을 스스로 파악하고 꺼버리는 장면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글레오는 탑승자의 좌석 위치를 마이크로 감지해 발화자에 맞는 기능을 제어하는 ‘존별 음성 인식’도 지원합니다. 뒷좌석 승객이 위치를 따로 말하지 않아도 해당 좌석의 열선 시트를 켜주는 방식입니다. 완벽하지 않은 문장이나 사투리로 말해도 의도를 파악해 대응하며, 웹 검색을 통해 날씨, 뉴스, 스포츠 결과 등 실시간 정보도 제공합니다. 대화 말투는 정중한 표현과 친근한 표현 중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차량용 앱 생태계 구축을 위한 ‘앱 마켓’도 함께 공개됐습니다. 5월 출시 시점에는 유튜브, 스포티파이, 네이버 오토, 네이버 지도, SBS고릴라, 지니 등을 차량 화면에서 스마트폰 연결 없이 직접 이용할 수 있습니다. 향후에는 게임, 화상회의, 차량 관리 앱 등으로 서비스 영역을 넓혀갈 계획입니다. 외부 개발사들이 차량용 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API와 개발 도구를 제공하는 전용 플랫폼 ‘플레오스 플레이그라운드’도 함께 운영됩니다.
현대차·기아 Feature&CCS사업부 이종원 전무는 “플레오스 커넥트는 고도화된 AI 기술과 개방형 앱 생태계를 결합해 고객에게 한 차원 높아진 이동 경험을 제공하는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라며 “미래 모빌리티의 무한한 확장 가능성을 체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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