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한 내정 간섭"…미 쿠팡 엄호에 범여 '90여명' 항의 서한
범여권, 주한 대미대사에 항의 서한 발송
김범석 신변보장 조치 등…"부당한 요구"
2026-04-28 16:57:46 2026-04-28 17:19:46
[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미국의 과도한 쿠팡 엄호에 90여명의 범여권 의원들이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미국에서 김범석 쿠팡Inc 의장에 대한 신변 보장를 요청하는 등 '내정간섭'이 도를 넘고 있다는 겁니다. 한·미 외교·안보 문제를 덮친 쿠팡 리스크가 정부를 넘어 양국 의회로 확산하는 양상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사법주권, 협상 대상 아니다"
 
민주당 등 범여권 의원 90여명은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미국 정치권의 사법주권 침해 압력 규탄 및 주한 미국대사 항의서한 전달'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회견에 참석한 박홍배 민주당 의원은 "대한민국 사법주권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며 "90명의 국회의원은 김범석의 거짓말에, 미국 의원들의 부당한 요구에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미국 공화당 의원 모임인 '공화당 연구위원회(RSC)' 소속 하원의원 54명이 지난 21일(현지시간) 강경화 주미대사에게 항의 서한을 보낸 데에 반발한 것입니다. 미국 측에서 보낸 서한에는 한국 정부가 쿠팡 등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어 박 의원은 "특정 기업과 기업인의 사법 문제에 외국 의회가 개입하고 심지어 그 요구를 동맹국 간 외교·안보 문제에까지 연계한 것은 주권국가의 법치 질서를 근본부터 흔드는, 결코 있어선 안 되는 일"이라고 규탄했습니다.
 
정치권에선 쿠팡이 공격적인 대미 로비로 미국 정부를 통해 한국 정부를 압박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쿠팡은 지난해 11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정부와 국회로부터 강한 문책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미국 국적인 김 의장은 그간 국회의 출석 요구가 있을 때마다 해외 체류 등을 이유로 응하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김 의장의 '입국 시 통보 조치'까지 신청한 상태입니다. 이에 김 의장이 사법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미국의 비호 아래 숨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박홍배 민주당 의원이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미국 정치권의 사법주권 침해 압력 규탄 및 주한 미국대사 항의서한 전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쿠팡 109만달러 로비에…미국 '비호'
 
미국의 압박 수위는 점차 강해지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해 초 대미 투자 압박 과정에서 "한국 국회가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라며 관세 인상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일각에선 갑작스러운 몽니가 쿠팡과 같은 미국 기업에 대한 규제를 중단하라는 경고성 메시지였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미 행정부는 최근 우리 정부에 김 의장에 대한 신변 보장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출국금지·체포·구속 등이 없도록 약속하라는 것입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핵추진잠수함·우라늄 농축 등 주요 안보 현안의 고위급 협의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압박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실제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인 올해 1분기 쿠팡의 대미 로비 자금은 109만달러(한화 약 16억원)에 달합니다. 미국 연방 상원의 로비공개법(LDA)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Inc의 로비 대상은 미국 상·하원 등 연방 의회와 국무부·재무부·상무부·무역대표부(USTR)·농무부·중소기업청 등 정부부처, 미국 부통령과 백악관의 대통령 비서실 등입니다.
 
청와대도 쿠팡 리스크를 인정했습니다.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프레스센터에서 쿠팡 문제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한·미 간 안보 협의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습니다. 다만 "정부는 쿠팡 문제는 법적 절차대로 진행하고, 안보 협상은 안보 협상대로 진전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쿠팡은 미국 행정부와 의회 로비로 한국 정부를 압박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습니다. 지난 24일 관련 자료를 내고 "특히 안보와 관련한 논의가 있었다는 주장은 명백한 거짓"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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