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오름세로 방향을 튼 국제유가가 또다시 급등했습니다. 오락가락 중동 정세에 원·달러 환율도 껑충 뛰며 출렁였습니다. 국제유가 급등 여파에 지난달 생산자물가는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생산자물가는 통상 1~3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만큼, 향후 국제유가가 다소 진정되더라도 물가 부담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리무중' 종전 협상에 국제유가 3% 급등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과의 '2주 휴전' 만료를 하루 앞두고 휴전 연장을 전격적으로 선언했습니다. 다만 휴전 연장 시한은 구체적으로 제시하진 않았습니다. 이란은 즉각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이란 국영방송(IRIB)은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연장 발표 직후 이란이 미국의 휴전 연장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이란의 국익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중동 정세가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도 불확실성에 갇혔습니다. 이날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국제유가 기준인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98.48달러로 전장보다 3.14% 상승했습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전장보다 2.25달러(2.57%) 오른 배럴당 89.67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 마감했습니다. 이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59% 내린 49149.38에 거래를 마쳤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도 0.63% 내린 7064.01에 마감됐습니다. 나스닥 지수도 전장보다 0.59% 떨어진 24259.96에 장을 종료했습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환율이 요동쳤습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1.0원이나 급등한 1479.5원에 출발한 뒤 등락을 거듭하다가 7.5원 오른 1476.0원에 마감했습니다. 미국·이란 간 종전 협상 불확실성으로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다시 들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중동 사태에 석탄·석유제품 32% 급등…고물가 우려 ↑
유가 급등에 지난달 국내 생산자물가도 껑충 뛰었습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3월 생산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잠정)는 125.24(2020년=100 기준)로 전월(123.28)과 견주면 1.6% 올랐습니다. 지난 2022년 4월 1.6% 상승 이후 4년여 만의 최고 상승률입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해도 4.1%나 상승하면서 2023년 2월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특히 중동 전쟁 여파로 석탄·석유제품 등이 급등하면서 전체 생산자물가를 끌어올렸습니다. 전체 공산품은 전월보다 3.5% 올랐는데, 이 중 석탄 및 석유 제품이 31.9%나 급등했습니다. 이문희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석탄 및 석유 제품은 1997년 12월 57.7% 상승한 이후 최고 상승률"이라며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와 비교해서도 더 높은 상승률"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세부 품목 중에서는 나프타(68.0%), 경유(20.8%), 에틸렌(60.5%), 자일렌(33.5%) 등의 가격이 크게 요동쳤습니다. 컴퓨터기억장치(101.4%), D램(18.9%) 등의 상승폭도 가팔랐습니다. 반면 농림수산품(3.3%)과 전력·가스·수도 및 폐기물(0.1%)은 각각 하락했고, 서비스는 보합세를 보였습니다.
문제는 생산자물가가 통상 1~3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는 점입니다. 종전 기대감에 국제유가가 다소 진정되더라도 그간 누적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시차를 두고 4월 생산자물가에도 반영될 가능성이 큽니다. 국내 물가 상승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팀장은 "중동 전쟁 관련해서 3월에 유가가 급등한 이후 4월 들어서 현재까지 평균 유가는 전월 평균보다는 하락한 모습"이라면서도 "3월 이전에 상승한 원자재 가격 영향이 점차 파급될 것으로 예상돼 생산자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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