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노딜로 인한 중동발 불확실성이 더욱 가중된 가운데 한국 경제의 전력산업도 유례없는 구조적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 100기가와트(GW)보급 등 '에너지 대전환'에 고삐를 죄고 있지만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전력망 운영의 복잡성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13일 서울스퀘어에서 한국전력공사·한국전력거래소 등 유관기관 및 관계 전문가들과 토론을 펼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 토론회에서 기후부는 전기화 시대의 핵심 과제인 '전력망 기술 기준(그리드코드, 전력망에 참여하는 모든 주체가 반드시 지켜야 할 기술적·제도적 기준)' 고도화와 독립적인 전력 감독 전문기구를 신설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사실상 전력감독원 설립을 공식화한 셈입니다. 에너지 대전환이 가속화될 경우 기존 체계와 달리 전력망 운영 환경은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9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경유가 2019원에 판매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기는 수요와 공급이 실시간으로 일치해야 사고를 막을 수 있지만 출력 조절이 어려운 '경직성 전원'의 급증은 계통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인입니다.
실제 봄철 경부하 시점의 경직성 전원 비중은 2021년 5월 62.3%에서 2025년 5월 81.1%로 급상승했습니다. 수요 격차도 벌어져 연중 최저·최대 수요 간 차이는 2021년 48.7GW에서 2025년 60.2GW로 기술적 복잡성이 극도로 높아진 상태입니다. 이로 인해 멀쩡한 발전기를 강제로 멈추는 '출력제어'는 2024년 대비 2025년 횟수 면에서 3배, 버려지는 전기량은 9배 급증했습니다.
이에 따라 누가 전기를 줄일지 공정하게 결정하고 전력망이 무너지지 않게 감시할 '전력감독원' 같은 전문 심판기구가 절실한 겁니다. 현행 전력시장 감시 인력은 단 7명에 불과합니다. 1인당 담당해야 할 사업자가 1000곳이 넘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기후부가 구상한 전력감독원은 전력망 감독과 전력시장 감시의 두 축입니다.
전력망 감독은 그리드코드 고도화·이행 관리, 출력제어·비상조치의 적절성 평가, 주요 설비 고장 원인 조사가 대표적입니다. 전력시장 감시는 시장 내 부당거래 감시, 신규 사업자의 진입 장벽 점검, 직접 PPA(전력구매계약) 등 장외거래 연계 적정성 평가 및 소비자 보호 등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에너지 대전환 추진 계획 발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경훈 기후부 전기위원회 사무국장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물리적 특성이 석탄·액화천연가스(LNG) 등 전통적인 동기발전기와 판이하다는 점도 새로운 과제"라며 "동기발전기가 주파수 형성, 물리적 관성 제공, 무효전력 공급 등 기능을 수행하는 반면, 인버터 기반의 태양광·풍력은 주파수를 추종하고 관성이 결여돼 있으며 무효전력 공급도 제한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의 전력망 운영 체계는 동기발전기의 특성을 상수로 가정하고 설계돼 있다"며 "전력망 운영의 기술적 복잡성이 급격히 높아지는데도 규율하는 '전력망 기술 기준' 개선은 지체되고 있다. 한국전력거래소가 수행하는 출력 제어, 전력망 휴전, 고장 조사 등 전력망 운영 조치의 적정성을 독립적으로 평가할 상설기구도 부재하다"고 말했습니다.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도 한국의 감독 체계는 규모와 전문성에서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예컨대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는 약 1500명, 영국은 전력·가스시장청 약 1900명, 독일은 연방네트워크청 약 3000명의 감독 조직이 운영 중입니다.
고유가 시대를 맞은 가운데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용산역에서 시민들이 열차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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