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연주 기자] 국내 가상자산업계가 1100만 계정 시대를 맞이했음에도 거래는 오히려 둔화하고 있습니다. 투자자 저변 및 외형 확대 대비 시장 활력이 기대치를 밑돌고 있는 건데요. 업계 안팎에서는 개인 투자자 중심 구조를 넘어 외국인 참여 확대 필요성이 다시 거론되고 있습니다.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5년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거래가능 이용자 계정은 1113만개로 작년 상반기(1077만개)보다 3% 늘었습니다. 단순 환산해 우리 국민 5명 중 1명꼴로 가상자산 계정을 보유하고 있는 셈입니다.
반면 같은 기간 시가총액은 95조1000억원에서 87조2000억원으로 8% 줄었고, 일평균 거래규모도 6조4000억원에서 5조4000억원으로 15% 감소했습니다. 원화 예치금은 6조2000억원에서 8조1000억원으로 31%나 폭증한 점도 눈에 띕니다. 시장에 대기 자금은 쌓이고 있지만, 실제 거래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 같은 배경에는 국내 시장의 폐쇄적인 참여 구조가 자리합니다.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가 지난 9일 발간한 'DAXA 2026 디지털자산 정책자료집'은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이 개인 이용자 중심 구조가 강하고, 전체 거래량의 90~95% 이상이 원화 마켓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또 외국인 참여 제한이 국내 시장의 국제적 고립을 심화시키고, 시장 효율성과 국제 경쟁령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이에 정부는 시장 참여 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혀가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2월 '법인의 단계적 가상자산 시장 참여 로드맵'을 발표하고 비영리법인과 상장사 등의 참여를 순차적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 거래 허용 논의는 아직 본격화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외국인 거래 제한이 본격화한 배경에는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시행과 실명계좌 심사가 있습니다. 지난 2021년 특금법 시행을 앞두고 거래소들은 잇따라 비거주 외국인 고객 차단에 나선 바 있는데요. 당시 업계는 은행 실명계좌 심사와 자금세탁방지 부담을 주요 배경으로 설명했습니다.
사실 외국인 개방 사안은 법인 허용보다 복잡한 문제입니다. 현재 국내 원화거래소는 실명확인 입출금계좌 체계를 기반으로 운영되는데요. 이 같은 구조는 사실상 내국인 개인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외국인 거래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하지만 외국인 거래 개방은 유동성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가상자산은 국내시장에만 있는 비즈니스가 아니라 글로벌 비즈니스"라며 "외국인 거래가 허용된다면 유동성 측면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현재는 외국인 개방이 아예 논의조차 안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일각에서 언급되는 외국인 투자자와 보안 이슈 간 연관성은 다소 낮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안보다는 자금 세탁이나 외화 유출, 외국환 거래 같은 이슈들이 문제로 제기되는 것 같다"며 "국내 거래소들이 모두 시중은행과 제휴를 맺고 있고, 현금화나 입출금도 은행을 통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자금세탁방지(AML) 측면에서는 이미 많이 갖춰져 있는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에 설치된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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