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금주 기자] 한국은행이 7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습니다. 미국·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환율·고물가 등 영향이 컸습니다. 시장에서는 사실상 금리 인하 사이클이 종료됐다는 관측과 함께 인플레이션이 본격화할 경우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됩니다.
'중동 리스크'에 환율 불안 지속…물가 상방 압력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 2.5%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지난해 7월 동결 결정 이후 7연속 동결로, 미국 기준금리(3.50~3.75%)와의 격차는 1.25%포인트 수준을 유지하게 됐습니다.
이번 동결 결정의 가장 큰 배경으로는 '중동 리스크'가 지목됐습니다. 연초 반도체 수출 호조와 내수 회복 기대에 힘입어 성장률 전망이 2%로 상향되기도 했지만, 중동 전쟁 이후 고환율과 성장 하방·물가 상방 압력이 동시에 확대됐습니다. 이에 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한 채 상황을 점검하겠다는 판단이 뒤따랐습니다.
특히 한은은 지난 3월 1500원 선을 돌파하는 등 변동성이 커진 환율 흐름을 중요한 변수로 꼽았습니다. 지난해 말에 이어 최근 달러인덱스(DXY) 대비 원화 약세 폭이 크게 확대된 점을 고려했다는 설명입니다.
이 총재는 "(환율이) 1400원대 초반까지는 달러와 같이 움직이고, 달러에 의해서 움직였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다"면서도 "작년 연말에 DXY보다 훨씬 더 빨리 움직인 부분과 최근 중동 사태 이후에 아시아, 특히 한국과 일본이 취약해서 더 많이 움직인 부분 등 달러화에 비해 많이 움직인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정책적으로 대응해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중동 리스크가 반도체 중심의 경기 회복 흐름을 제약하고 물가 상방 압력을 키운 점도 지적했습니다. 실제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월 대비 0.2%포인트 오른 2.2% △근원물가 상승률은 전월 대비 0.1%포인트 하락한 2.2%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월 대비 0.1%포인트 오른 2.7%를 기록하는 등 물가 관련 심리지표는 다소 악화한 상황입니다. 여기에 휴전 협상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한은은 당분간 금리를 동결하고 영향을 지켜보겠다는 방침입니다.
인플레 자극 시 '긴축' 전환…'금리 인상' 솔솔
중동 리스크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면서 금리 인상 가능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됐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실제 이 총재는 "석유 가격 최고가격제 지정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단기적 대응책이기 때문에) 전쟁이 지속되면 물가가 예상보다 올라갈 가능성도 커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인플레이션의 리스크가 올라간 것은 누구나 알다시피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2월에 발생한 이란 전쟁 전보다 금리 인상 가능성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많이 올라간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실제 금리 인상 여부는 전쟁의 지속 기간과 파급 양상에 따라 달라질 전망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와 달리, 이번에는 물가뿐 아니라 경기에도 동시에 부담을 주는 '복합 충격' 성격이 강하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는 팬데믹 이후 억눌렸던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며 물가 상승 압력이 두드러졌고, 이에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반면 현재는 부문 간 회복 격차 등 경기 회복세가 완전하지 않은 가운데 전쟁 충격이 더해져, 물가 대응을 위한 금리 인상이 자칫 경기 둔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함께 제기됩니다.
한편 이 총재는 중동 사태가 진정될 경우 환율과 경기 모두 빠르게 안정될 가능성도 언급했습니다. 그는 "세계국채지수(WGBI) 가입으로 해외 자금 유입의 가능성이 커지고, 국민연금의 해외투자도 올해 상당폭 감소하기로 논의 중"이라며 "이란 사태가 안정되면 환율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올라간 만큼 빠르게 내려올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윤금주 기자 nodrin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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