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마지막으로 주재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신현송 차기 총재 후보자의 행보에 쏠리고 있습니다. 신 후보자가 '매파(통화 긴축)' 성향으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기준금리 인하는 고사하고 인상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가계대출 규제까지 겹치며 대출 차주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기준금리 동결 속 대출금리 고공행진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시중은행 대출금리는 기준금리 연속 동결 기조에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신규 취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근 상단 기준 7%에 육박한 상태입니다. 이날 기준 5대 은행 주담대 고정형(5년) 금리는 연 4.20~6.80%, 변동형(6개월) 금리는 3.64~6.04% 수준입니다.
이 같은 상승세는 시장금리 영향이 큽니다. 중동 전쟁 이후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대됐고, 이에 따라 국채금리와 은행채 등 금융채 금리도 동반 상승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고정형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 역시 뒤따라 오르는 구조입니다.
미국과 이란이 최근 2주 휴전을 선언했으나 완전히 종료된 상황이 아니라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남아 있기 때문에 주담대 금리의 준거금리인 금융채 금리는 여전히 변동될 여지가 남아 있습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금융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는 미국·이란 전쟁 위기감이 절정에 달했던 지난달 23일 4.121%까지 올랐다가 휴전 선언 이후 지난 9일 기준으론 3.775%까지 내렸습니다. 금융채 금리가 4%를 넘어선 것은 2023년 12월 이후로 처음입니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는데요. 지난해 7월 이후 일곱 차례 연속 동결 결정입니다.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로 국제유가와 환율이 동반 상승하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된 상황에서 섣부른 금리 인하가 물가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이번 결정은 이창용 총재 재임 중 마지막 금통위이기도 합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1일 서울 중구 한화금융플라자에 차려진 인사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인플레 선제 대응" 차기 한은 총재 주목
차기 한은 총재 후보가 매파 성향이라는 점에서 금리 인하 기대감은 꺾이는 분위기입니다. 신 후보자는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 출신으로 국제통화기금(IMF)과 뉴욕 연방준비은행 등에서 활동한 거시경제·금융 전문가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사전에 경고한 인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시장이 주목하는 대목은 신 후보자의 통화정책 성향입니다. 그는 그간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중앙은행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습니다. 단순히 물가뿐 아니라 자산시장 과열과 금융 불균형까지 고려해 금리를 활용해야 한다는 시각입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그를 '매파적 성향'으로 보고 있습니다.
신 후보자가 유가 급등 등 공급 측 충격을 감안해 신중한 접근 필요성도 강조하며 '실용적 매파'로 분석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실제로 국회 질의 답변에서 신 후보는 "현재 물가 상승이 일시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며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성향은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기존 이창용 총재가 성장과 금융안정을 균형 있게 고려하는 신중론에 가까웠다면 신 후보자는 인플레이션 기대를 선제적으로 억제하는 데 보다 무게를 둘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가계대출 규제에 가산금리도 상승 압박
시장에서는 이번 금통위 결과를 '매파적 동결'로 해석하고 향후 금통위 결과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금리 인하 기대를 사실상 차단하면서 향후 정책 방향을 긴축 쪽으로 열어둔 신호로 읽힌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한은 금통위는 지난 2024년 10월 '금리 인하 기조'임을 꾸준히 통화결정문에 언급한 후, 지난해 11월 마지막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 기조'를 '금리 인하 가능성'으로 일부 수정했습니다. 이후 올해 첫 금통위에선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문구도 삭제했습니다. 이날 통화결정문에도 '기준금리 인상', '기준금리 인하' 관련 문구는 추가되지 않았습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도 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은행들은 대출 총량을 관리하기 위해 가산금리를 높이거나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출 수요를 조절하고 있습니다. 기준금리가 동결돼도 소비자가 체감하는 대출금리는 오히려 상승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은행들은 4.1 부동산 대책 이후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습니다. 4.1 부동산 대책은 수도권·규제지역 다주택자 아파트 담보대출의 만기 연장이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인데요. 은행권의 경우 가계대출 관리목표 외 '주담대 관리목표'를 신설하면서 월별·분기별 타이트한 한도를 유지할 방침입니다.
차주 입장에서는 기준금리보다 실제 대출금리 흐름을 더 면밀히 살펴야 하는 시점입니다. 변동금리 대출자는 코픽스(COFIX) 상승 여부에, 고정금리 대출자는 금융채 금리 흐름에 따라 추가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묶여 있어도 시장금리와 은행 가산금리 정책에 따라 대출금리는 계속 오를 수 있는 환경"이라며 "특히 매파 성향의 총재가 취임할 경우 금리 하락 기대는 더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일곱 차례 연속 동결했지만 시장금리 상승과 은행권 가산금리 조정이 겹치며 대출금리는 되레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매파'로 평가받는 신현송 후보자의 취임을 앞두고 차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23년 2월 1일 열린 제1회 대한상공회의소-한국은행 세미나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신현송 전 BIS 조사국장이 대담을 하는 모습.(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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