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보이스피싱 무과실 배상’ 현실화…예산·인력 강화 총력전
2026-04-07 15:22:09 2026-04-07 15:43:39
[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금융당국이 보이스피싱 피해에 대해 금융회사가 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배상 책임을 지는 '무과실 책임' 제도 도입을 추진하면서 은행권도 채비에 나섰습니다. 단순한 소비자 보호 강화 수준을 넘어 금융사의 비용 구조와 리스크 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정책으로 평가되면서 은행들은 예산 확대와 전담 조직 신설, 인력 확충 등 전방위 대응 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제도는 피해 발생 시 금융회사가 일정 부분 또는 전액을 배상하도록 하는 구조를 핵심으로 합니다. 기존에는 소비자의 과실이 일부 인정되는 경우 책임이 분산됐지만 앞으로는 금융회사가 사전 예방 책임을 보다 적극적으로 부담하는 방향으로 정책 축이 이동하게 됩니다.
 
서울 도심의 한 은행 지점을 찾은 고객이 창구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금융당국은 최근 정책 세미나와 간담회 등을 통해 제도 도입 필요성을 공식화했는데요. 특히 관계 부처 및 유관기관과 함께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보상 한도, 면책 요건, 적용 범위 등을 집중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국 관계자는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는 개인의 주의만으로는 예방이 어려운 수준까지 진화했다"며 "금융회사가 일정 부분 책임을 분담하는 구조를 통해 보다 적극적인 예방 투자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은행들, 전담 조직 확대…전사 대응 체계 재편
 
제도 도입으로 은행권은 대응 체계를 빠르게 정비하고 있습니다. 금융사기 예방을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하거나 확대하고 전 영업점 단위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등 전사적 대응으로 전환하는 모습입니다.
 
특히 영업점 현장에서는 금융사기 관련 전담 창구를 운영하고 고객 응대 과정에서 의심 거래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역할이 강화되고 있는데요. 기존 사후 대응 중심에서 벗어나 현장 차단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대응이 특정 부서의 업무를 넘어 전사 리스크 관리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조직과 프로세스를 전면 재설계하는 수준의 변화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시스템 고도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거래 전 과정에서 이상 징후를 선별하는 문진 절차를 강화하고 이를 영업점뿐 아니라 ATM, 키오스크, 비대면 채널까지 확대 적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통신사 등 외부 기관과 협업해 금융 정보와 통신 정보를 결합한 이상거래 탐지 역량을 강화하는 움직임도 보입니다. 이를 통해 기존 금융 데이터만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웠던 사기 패턴까지 탐지 범위를 넓히겠다는 전략입니다.
 
아울러 금융회사와 수사기관 간 사기 의심 정보를 신속히 공유할 수 있는 AI 기반 플랫폼 도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사기 의심 계좌나 거래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해 대응 속도를 높이는 것이 핵심입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보이스피싱이 조직화·지능화되면서 단일 금융회사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외부 데이터와의 결합과 기관 간 협업이 필수 요소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비스 측면에서도 변화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비대면 계좌 개설이나 오픈뱅킹 이용 시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거래를 제한하는 안심 차단 서비스를 확대 중입니다. 또한 이체 과정에서 수취 계좌의 사기 신고 이력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거나 본인 명의 여부를 추가 검증하는 인증 절차가 강화되는 등 다층적인 방어 체계가 구축되고 있으며 AI 기반 스미싱 문자 탐지 서비스 등도 함께 도입되며 고객 보호 범위가 넓어지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보이스피싱 무과실 책임 제도 도입을 추진하면서 은행권 대응이 본격화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력 구조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요. 단순 상담 중심에서 벗어나 데이터 분석, 범죄 대응 경험을 갖춘 전문 인력 확보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특히 경찰 등 수사기관 출신 인력을 영입하거나 내부 직원 교육을 강화하는 등 대응 전문성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일부 은행은 24시간 대응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전담 인력을 별도로 운영하는 방안도 준비 중입니다.
 
비용 부담 확대 불가피…면책 기준이 관건
 
다만 이 같은 변화는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요. 보상 재원에 더해 시스템 구축과 인력 확충 비용까지 감안하면 은행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배상 규모가 사전에 확정되지 않는 구조에서는 리스크 관리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따라 일부 은행에서는 충당금 적립 확대나 리스크 관리 기준 재정비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영업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합니다. 고위험 거래에 대한 심사가 강화되고 비대면 금융서비스 이용 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일부 금융 접근성이 낮아질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무과실 배상 제도는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의미가 있지만 금융회사에는 비용과 책임이 동시에 확대되는 구조"라며 "예방 노력에 대한 명확한 면책 기준과 보상 한도 설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무과실 배상 구조가 도입되면 개별 사고를 넘어 잠재 리스크까지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결국 비용 증가 요인이 금리나 서비스 구조에 반영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금융당국의 무과실 책임 제도 추진이 한편으로는 보이스피싱 대응 패러다임을 사후 구제에서 사전 예방 중심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견해도 나옵니다. 소비자 보호 강화와 금융회사 부담 사이에서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가 향후 제도 안착의 핵심 과제로 꼽힙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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