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단기전을 예상했던 미국의 이란 공격이 이미 한 달을 넘기면서 글로벌 패권도 요동치고 있습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제거로 '승기'를 예상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유가 급등으로 사실상 '완패'했습니다. 그사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에너지 잭팟'이라는 수혜를 얻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의 영향력 약화를 활용,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반사이익을 얻고 있습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링컨 기념관 앞에서 ‘노 킹스’(No Kings) 시위 참가자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을 하고 있다. 이날 미국 전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전쟁에 반대하는 대규모 '노 킹스' 시위가 열렸다. (사진=뉴시스)
정치·경제 '사면초가' 트럼프
2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에 설정해 둔 '시한'은 오는 4월6일로 약 일주일가량 '외교 공간'이 마련돼 있습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언급한 닷새간의 공격 유예를 시한 만료 하루 전 다시 열흘 연장한 결과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거듭 '승리'를 외치고 있지만 당초 거론했던 전쟁 기간인 개전 후 4~6주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이는 하메네이 제거에도 전쟁이 단기전으로 끝나지 않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까지 봉쇄하는 등 거세게 반격하고 있는 영향입니다.
결국 '단기 제압'에 대한 시나리오가 무너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최대 정치적 위기에 내몰렸습니다. <로이터>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와 지난 20~23일 실시한 여론조사(오차범위 ±3% 포인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6%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직전 조사보다 4%포인트 하락한 수치로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최저 지지율이자 40%의 벽이 허물어진 순간입니다.
이란 전쟁의 장기화가 11월 중간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사면초가에 놓인 셈입니다. 특히 28일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하는 '노 킹스(왕은 없다)'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CNN> 등에 따르면 이번 3차 시위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800만명 이상이 몰려, 트럼프 대통령 주요 지지층 내에서도 분열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무기화하며 미국 경제 성장을 자신했는데요. 이란 전쟁은 미국 우선주의조차 무너뜨렸습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유가 급등을 유발했고,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주요 20개국(G20) 중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인플레이션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최고치로 치솟았습니다.
물가 상승률의 경우 2.6%를 기록했는데,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관세에도 불구하고 전쟁발 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이 거세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에너지 잭팟' 푸틴
이란 전쟁의 여파로 발생한 유가 상승이 전 세계 경제를 휘청이게 하고 있지만, 최대 수혜국은 존재합니다. 중동발 공급 차질이 이어지면서 대체 수입처로 러시아가 떠오른 겁니다.
최근 예멘의 친이란 무장정파 후티까지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중동의 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것처럼 후티가 홍해의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봉쇄할 경우 국제 원유시장에는 추가 충격이 불가피합니다.
반면 이 같은 상황은 러시아 '잭팟'이나 다름없습니다. 원유 공급 통로가 막히면서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산 해상 원유에 대한 제재를 한 달간 유예하며 '수혜'를 얻고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이 얻는 수혜는 에너지 수익에 그치지 않습니다. 국제사회의 이목이 이란으로 쏠리면서 우크라이나 전선 지원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최근 "이란 전쟁의 유일한 승자는 러시아"라고 평가했습니다.
한 달간 지속되고 있는 이란 전선으로 인해 러시아로서는 전쟁의 전략적 우위를 점할 기회를 얻고 있는 건데요.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이익을 보는 건, 다방면에서 러시아가 유일한 상황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 (사진=뉴시스)
관망하는 '시진핑'…장기적 '이익'
미국이 중동 전쟁에 피를 흘리는 사이 중국은 사실상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당초 4월로 예정됐던 미·중 정상회담은 이란 전쟁으로 5월로 연기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ABC>는 시 주석이 이란 전쟁을 관망하며 '장기적 이익'을 얻어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군사 자산을 중동으로 이동시키며, 중국은 국력 강화를 위한 시간적 여유를 얻었다는 겁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도 중국은 미국에 비해 향이 크지 않고 전략적 석유 비축량을 확보했습니다. 여기에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막대한 투자로 글로벌 에너지 위기의 충격도 완화하고 있습니다.
미군의 실제 전쟁에 대한 분석 기회도 얻었는데요. 이는 사실상 '핵심적 이익'으로 중국이 생각하는 대만 문제에 있어 '대응력'을 확보한 셈입니다.
또 미·중 정상회담이 미국 측 사정으로 연기되고 있는 만큼 협상력에 있어 중국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중국은 국제사회에서의 위상 변화도 꾀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듭 전쟁에 휘말리는 사이 중국은 '인도적 지원' 카드를 꺼내 들며 '신뢰 이미지'를 구축해 가고 있습니다. 미국이 우방국 압박으로 신뢰를 잃는 사이, 중국이 틈새를 파고들고 있는 겁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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