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금주 수습기자] 중동 전쟁 여파가 3월 소비심리에 반영되면서 내수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보다 5.1포인트 급락한 가운데, 비상계엄이 선포됐던 지난 2024년 12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카타르가 한국 등에 대해 '액화천연가스(LNG) 장기계약 불가항력'을 선언하면서 기업 공급망까지 흔들리는 가운데, 중동 전쟁 장기화 양상에 경제성장 하방 리스크도 확대될 전망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중동발 악재에 꺾인 소비심리…현재·향후 경기전망 동반 하락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26년 3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3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7.0으로 전월 대비 5.1포인트 하락했습니다. 2024년 12월 비상계엄 발생 당시, 전월 대비 12.5포인트 하락한 88.2를 기록한 이후 최대 낙폭입니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 중 6개 주요 지수를 이용한 산출한 심리지표로, 장기 평균치(2023년 1월~2024년 12월)를 기준값(100)으로 놓고 이보다 크면 낙관적, 작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합니다. 중동 전쟁이 지속될 경우 100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소비심리는 지난해 11월 관세 협상 기대와 성장률 호조로 반등한 이후 잠시 주춤하다가 올해 들어 반도체 수출 회복에 힘입어 1월과 2월 각각 1.0%포인트, 1.3%포인트 상승세를 이어왔습니다. 하지만 중동발 리스크로 다시 꺾였습니다. 중동 사태에 따른 원유와 물류 차질로 수출입이 타격을 받으면서 에너지발 물가 불안심리가 확산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소비자심리지수의 구성지수별 기여도를 보면, 현재 경기판단 CSI는 전월 대비 9포인트 하락했습니다. 반도체 수출 호조로 이달 1~20일 수출액이 역대 최대인 533억달러를 기록했음에도 이란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이 더 크게 작용했습니다. 향후 경기전망 CSI 역시 고유가, 공급망 차질 등에 따른 물가상승 및 경기둔화 우려로 전월대비 13포인트 하락했습니다. 반면 금리수준전망CSI는 시장금리 상승,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전월 대비 4포인트 올랐습니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주요 품목'의 응답 비중에서도 중동 전쟁 여파가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총 6개 항목 가운데, 석유류 제품 비중이 80.1%나 차지했습니다. 특히 전월 대비 응답률이 52.7%포인트 급등하며 다른 항목이 모두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었습니다.
공급망 불안 확산…'수출 효자' 반도체도 휘청
중동발 물가상승 우려는 산업 현장에서도 현실화하는 모습입니다. 실제 석유화학을 주요 원자재로 사용하는 산업 곳곳에서 어려움이 발생하면서 업계의 우려가 큽니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일일 브리핑에서 "엔진 오일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다"며 "쓰레기봉투 얘기는 나왔고, 어젠 페인트 가격이 오르는 등 나프타로 인해서 발생하는 수급 상황 문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말씀하신 것처럼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더욱 문제는 카타르도 'LNG 장기계약 불가항력'을 선언하면서 반도체 기업마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은 헬륨 수입의 약 65%를 카타르에 의존하고 있어 공급 차질 시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사용할 물량을 확보했다는 입장이지만, 기업별 확보에는 한계가 있어 산업 전반의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기업이 대부분 6개월 정도의 사용량을 비축하고 있으니 단기적으로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생산량이 줄었고 복구되는 데 시간이 걸리게 되면 공급 회복까지 가격 상승의 위험이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 역시 "전쟁이 지속되면 문제가 될 것"이라며 "반도체 공정이 연결돼 있기 때문에 공정 과정에서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어려워진다"고 우려했습니다.
다만 정부는 카타르 선언이 실제 공급 중단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양 실장은 "카타르는 전 세계 LNG의 20%를 공급하면서 국가 경제가 돌아가는 시스템"이라며 "진짜 20%를 못 줘서 불가항력을 선언한 것인지는 현실과 조금 차이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중동 전쟁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가 수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김 연구원은 "반도체 소비 시장을 주도하는 것이 인공지능(AI)은 맞지만 기존의 PC와 스마트폰 시장이 아직은 더 크다"며 "글로벌 소비 감소로 수출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간 전쟁 여파로 기름값이 비싸지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는 주유소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은 한 주유소를 찾은 이용자가 주유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윤금주 수습기자 nodrin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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