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건설업 고용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습니다. 공사 물량 감소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미분양 적체가 맞물리며 주요 건설사들은 인력 구조를 축소하고 있고, 기간제 등 현장 인력부터 조정되는 모습입니다. 업황 둔화가 길어지면서 단순한 경기 조정을 넘어 산업 전반의 고용 기반이 약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현대건설·GS건설·대우건설·DL이앤씨 등 5대 건설사의 총 직원 수는 2024년 말 2만9655명에서 2025년 말 2만7612명으로 2043명 줄었습니다. 이 가운데 1631명(약 79.8%)이 기간제 근로자로, 감소 인력의 대부분이 비정규직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사 현장 축소에 따라 프로젝트 단위 계약이 종료되면서 현장 인력이 빠르게 줄어든 영향입니다.
개별 기업별로도 현장 중심 인력 축소 흐름은 뚜렷합니다. DL이앤씨는 847명을 줄이며 감소 폭이 가장 컸고, GS건설(487명)과 대우건설(357명), 현대건설(247명) 역시 수백 명 단위의 인력 조정이 이뤄졌습니다. 특히 주택·건축 부문에서 착공 감소가 이어지며 현장 수 자체가 줄어든 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히는데요.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줄이고 ‘선별 수주’ 기조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인력 축소가 불가피했던 것으로 해석됩니다.
위축된 채용시장…건설경기 침체 장기화
고용 지표도 빠르게 악화하고 있습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업 취업자 수는 194만명으로 전년보다 12만5000명 감소하며 200만명 선이 무너졌습니다. 신규 취업자는 2024년 5월 이후 2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는 건설업 고용 위축이 단기간에 그치지 않고 구조적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상시 근로자 300명 이상 건설사의 정규직 인력 역시 약 1만5000명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채용시장도 급격히 위축됐습니다. 주요 건설사들은 신입 공채를 축소하거나 중단하고, 필요 인력을 수시로 충원하는 경력직 중심 채용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상반기 신입 공개채용을 예고한 대형 건설사는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 GS건설 등 일부에 불과합니다. 불확실한 업황 속에서 고정비 부담을 줄이려는 전략이 채용 방식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인력 재편은 임금 구조에도 변화를 가져왔는데요. 기간제 등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낮은 인력이 크게 줄면서 일부 기업에서는 1인 평균 급여가 오히려 상승하는 ‘착시효과’가 나타났습니다. GS건설은 평균 급여가 9300만원에서 1억500만원으로 약 13% 증가했고, DL이앤씨도 9300만원에서 9800만원으로 상승했습니다. 현대건설 역시 1억900만원에서 1억1200만원으로 늘었습니다. 반면 삼성물산은 성과급 변동과 인력 구성 변화 영향으로 1억3400만원에서 1억2300만원으로 감소했고, 대우건설도 1억100만원에서 9900만원으로 소폭 하락하는 등 회사별 차별화된 흐름을 보였습니다.
건설 경기 자체도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건설경기실사지수(CBSI)는 전월보다 8.7포인트 하락한 62.5로 기준선(100)을 크게 밑돌고 있습니다. 이는 건설사들이 체감하는 경기가 여전히 비관적인 수준임을 의미합니다. 한국은행 역시 지난해 건설투자 성장률이(-9.9%) 외환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분석했습니다. 건설기성액은 건축과 토목이 모두 감소하며 전년 대비 16.2% 줄었고, 이는 2008년 이후 최대 감소 폭입니다.
이와 함께 제도적 변화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확대하는 노동 관련 법 개정 등으로 노사 관계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건설사들이 채용과 현장 확대에 더욱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복수의 협력업체와 노조가 얽힌 건설업 특성상 향후 비용 부담과 관리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업계 안팎에서는 현재의 인력 축소가 향후 더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특히 숙련된 현장 인력이 이탈할 때 경기 회복 이후 인력 공백이 발생하고, 이는 시공 품질 저하나 안전관리 문제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입니다. 일부 건설사들이 인공지능(AI) 기반 안전관리 시스템과 원격 모니터링을 도입하고 있지만, 현장 경험을 단기간에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평가입니다.
결국 건설업 고용시장은 ‘현장 축소→비정규직 감소→신규 채용 위축’으로 이어지는 수축 국면에 진입한 모습입니다. 업황 회복 기대에도 불구하고 실제 착공과 공사 물량이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전까지는 인력 감소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비용 절감에만 집중하기보다 숙련 인력을 유지하고 산업 기반을 지키기 위한 중장기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인력 감소는 공사 마감 단계 종료 이후 관련 인력이 빠르게 빠진 영향이 크다”며 “창호·도배 등 마감 공정 중심 인력 수요가 크게 줄어든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분양 물량이 과거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면서 건설사들이 기존 인력은 유지하되 기간제 인력은 줄이는 방향으로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공사 물량이 줄어들면 숙련 인력 유지가 어려워지고, 특히 초급 인력부터 수요가 먼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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