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출금 빼돌린 새마을금고 지점장 실형
2026-03-25 14:41:17 2026-03-25 17:23:17
[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대출 알선 과정에서 대출금을 무단 인출한 새마을금고 지점장이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금고 지점장이 범죄에 직접 가담해 핵심 역할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집니다. 지점장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이사장의 책임론도 일고 있습니다. 
 
대출금 20% 무단 인출
 
2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상식 의원이 행정안전부와 새마을금고중앙회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은 지난해 11월 울산 소재 새마을금고 지점장 A씨에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수재 등의 죄) 위반 등 혐의로 징역 5년과 벌금 2억원을 선고하고 4억4700만원의 추징을 명령했습니다. 해당 사건은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금융사 임직원이 직무와 관련해 금품이나 그 밖의 이익을 수수·요구·약속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A씨는 다수의 대출 브로커와 공모해 대출금 360억원 가운데 68억원을 무단 송금하는 데 가담한 혐의를 받습니다.
 
경기도 용인에 한 건설사는 2020년 3월 용인 신갈 일대 주상복합 개발사업 착수를 위해 대출을 추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출 브로커를 통해 자금 조달을 시도하며 지점장 A씨를 알게 됐습니다. 이후 건설사 측은 A씨와 금고 이사장에게 사업 계획을 설명했고, 같은 해 7월 해당 새마을금고는 7개 새마을금고와 함께 세 차례에 걸쳐 총 360억원 규모의 대출을 취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브로커가 건설사 측에 대출 알선 수수료 60억원 일시 지급을 요구하면서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브로커는 즉시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으면 대출 진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압박했고, 건설사는 대출이 세 차례에 걸쳐 나눠서 나오기 때문에 대출이 집행될 때마다 나눠 지급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브로커는 대출 실행 당일 A씨 및 3개 금고 소속 직원 약 10명과 함께 65억원을 임의로 지정한 계좌에 무단 송금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A씨는 지점 직원과 함께 3억원을 현금으로 인출해 편취했습니다.
 
360억원 가운데 약 20%에 해당하는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하면서 해당 사업지는 5년째 개발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고소인 측은 이번 사고로 토지 소유주 36명과 임직원 등 총 60여명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해당 사업지는 5년 넘게 방치된 채 사실상 폐건물로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고소인 측은 "새마을금고 임원급 인사가 범행에 핵심적으로 가담한 것은 내부통제 실패를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대출금을 무단 인출한 행위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희대의 금융 범죄"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해당 금융사고로 토지 개발에 착수하지 못해 막대한 금전적 피해가 발생했다"면서 "관리·감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새마을금고 이사장에게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신갈동에 위치한 해당 사업지로 5년째 개발이 중단된 상태다. 위에는 2025년 10월, 아래는 2021년 8월 건물 모습. (사진=네이버 거리뷰 캡처)
 
대출 협약서 유명무실
 
새마을금고가 대출 협약서에 명시된 절차와 기준을 지키지 않은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해당 협약서에는 대출금의 사용처와 집행 방식, 자금관리계좌를 통한 관리 의무 등이 명확히 규정돼 있었지만 실제 집행 과정에서는 이 같은 절차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A씨와 브로커, 일부 금고 직원들은 관리·점검 체계의 허점을 파고들어 자금 흐름을 임의로 변경했고, 그 결과 대출금 일부가 외부 계좌로 유출되는 범행으로 이어졌습니다.
 
기업금융이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서는 자금 흐름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대출금을 용도에 맞게 사용하도록 대출실행계좌와 자금관리계좌를 분리해 운용합니다. 대출실행계좌는 차주가 대출금을 최초로 입금받는 계좌로 대출 약정이 완료되면 금융사는 이 계좌로 자금을 지급합니다. 이후 자금은 자금관리계좌로 옮겨지며 해당 계좌를 통해 공사비·토지비 등 사업 목적에 맞게 집행하도록 관리합니다.
 
피고소인들은 자금집행계좌 항목에 계좌번호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을 악용해 임의로 계좌번호를 지정하고 인출을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대출금 송금 과정에서도 대주단의 사전 승인 없이 자금을 집행했다는 의혹도 제기됩니다.
 
'용인 신갈 주상복합 개발사업 담보대출 업무협약서'에 따르면 해당 대출금은 토지 매매대금과 금융비용 등 필수 사업비에 한해 사용돼야 하며 집행 시에는 반드시 대주단의 승인을 거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러나 3개 새마을금고는 대출금을 자금관리계좌로 이체하지 않은 채 곧바로 다른 계좌로 송금했고 집행 과정에서도 대주단 동의 없이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피고소인 측은 "당시 건설사 직원이 와서 인출을 요청했고 적법한 절차로 자금을 집행했다"면서 "A씨가 받은 현금도 이번 대출과 무관하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당시 건설사 직원 역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판단하고 이들의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A씨의 일탈 행위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이사장의 책임도 크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A씨는 이번 사건에 앞서 두 차례 대출 알선 과정에서 같은 브로커에게 각각 1억원씩 수수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반복적인 수수 정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금고 차원에서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내부통제 부실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회 행안위 관계자는 "금융사 임직원이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수수하는 행위는 직무의 공정성과 불가매수성을 훼손하고 사회 전반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는 중대한 범죄"라며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책임자에게도 적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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