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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3월 24일 15:34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2월25일 오랜 논의 끝에 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권 교체 이후 추진돼 온 상법 개정 작업이 일단락된 셈이다. 하지만 이번 개정이 금융투자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개정 이후 시장에 나타날 기회와 위험 요인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IB토마토>는 1차부터 3차까지 이어진 상법 개정의 핵심 쟁점과 한계를 짚어보고, 입법 이후 예상되는 금융산업 전반의 변화 방향을 점검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국내 주요 기업들은 유상증자와 기업공개(IPO)를 지배구조 강화에 활용해 왔다. 하지만 상법 개정 논의와 제도 변화로 주식 발행을 통한 지배력 강화는 이제 한계에 직면했다. SK그룹의 경우 IPO를 활용해 신사업 확대와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려던 계획이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한화그룹도 유상증자를 통한 지배권 강화가 어려워지면서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중복상장 규제 직격탄…SK에코플랜트 IPO 사실상 접어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재무적 투자자(FI)의 투자금 회수 협상을 진행 중이다. 최근 정부의 중복상장 금지 계획 발표로 SK에코플랜트의 기업공개(IPO)가 사실상 좌절되면서 나온 후속조치다.
(사진=SK에코플랜트)
SK에코플랜트는 지주회사
SK(003600)가 지분 63.17%를 보유한 비상장 자회사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상환전환우선주(RCPS) 4000억원과 전환우선주(CPS) 6000억원 발행하며 자금 조달을 진행했다.
당시 SK에코플랜트는 기존 건설업에서 반도체, 인공지능(AI) 인프라 사업과 친환경 솔루션 사업으로의 전환 계획을 밝혔다. 이어 2026년 7월까지 IPO를 조건으로 프리미어파트너스, 이음프라이빗에쿼티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하지만 SK에코플랜트의 IPO는 차일피일 미뤄졌다. 기초 산업인 건설업이 불황인 데다 2023년부터 2024년까지 반도체 업황도 부진하면서 반도체 인프라 사업 역시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이에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리뉴어스와 리뉴에너지충북 등 일부 환경 자회사를 매각하고, 반도체 소재 계열사 4곳을 자회사로 편입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다시 도전에 나섰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SK에코플랜트의 IPO는 올해 들어 최종적으로 단념하는 수순에 이르렀다.
SK에코플랜트의 IPO 좌절은 상법 개정과 중복상장 규제 강화의 후폭풍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SK에코플랜트가 굳이 IPO를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SK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있었고, 제도 변화가 결국 현재의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SK디스커버리(006120)는 지주회사 체제 전환했다. 그 결과
SK(003600)의 계열사인 SK에코플랜트 28.25%의 지분을 매각해야 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계열사가 아닌 계열회사의 지분을 보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시 SK디스커버리가 처분한 지분 매각가는 3041억원이었다.
애당초 SK가 SK디스커버리 보유 지분을 직접 매수했다면 지금과 같은 곤란한 상황은 없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SK의 자금 지출 회피와 자회사 IPO를 통한 신사업 확대 시도가 결과적으로는 패착으로 남았다는 평가다.
SK에코플랜트가 FI에 지급해야 하는 배당률은 최초 연 5%에서 시작해 이후 매년 3%포인트씩 상승하는 구조다. FI들은 SK에 지분 매각 대가로 1조2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3041억원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던 지배구조 개편이 결과적으로 4배 수준의 가격으로 돌아온 셈이다.
승계용 유증 부담 커진 한화…시장 반발도 변수
한화솔루션(009830)은 24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행예정주식 총수를 기존 3억주에서 5억주로 확대하는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했다. 안건이 가결될 경우 변경 내용은 해당 주주총회 승인일로부터 즉시 시행된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발행 가능 주식 수 확대가 곧 대규모 유상증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다. 실제 한화그룹의 주요 계열사는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지난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그리고 주식발행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지배권 강화로 이어졌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의 유상증자다. 작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조6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했다. 당시 소액주주 반발에 발행규모를 2조3000억원으로 줄였다. 한편 제3자 배정을 통해 한화에너지를 비롯한 한화 계열사가 지분을 인수했다.
한화에너지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분 50%를 보유한 한화 지배구조의 핵심 계열사다. 유상증자 이전 한화에너지는 보유 중이던
한화오션(042660) 지분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1조3000억원에 매각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그룹은 제3자 배정에 사용된 1조3000억원이 승계 목적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 이후 한화그룹의 방산·조선 계열 지배구조는 한화에너지-한화-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오션으로 이어지는 구조로 정리됐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증 사건은 우리나라 지배구조 한계를 보여준다"라며 "유상증자 규모를 줄여 일부 주주피해를 축소하는 걸로 했지만 여전히 유상증자는 경영권 승계를 위한 일련의 과정이 아니었나 하는 의혹이 남아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화솔루션의 유상증자는 아직 구체적 계획이 밝혀진 바 없다. 하지만 한화그룹 화학 계열의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화솔루션의 발행 주식 총수 변경 시도는 다시금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다만 상법 개정 이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같은 유상증자는 이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이창민 한양대학교 경영대 교수는 <IB토마토>에 "단순히 소수 오너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주식발행은 이제 정부 규제와 더불어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라며 "특히 IPO의 경우 중복상장 규제로 시도조차 힘들어졌고 유상증자의 경우도 추진 이유가 소수 오너의 지배력 강화가 목적으로 읽힌다면 시장의 거센 반발과 당국의 제지에 막힐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개인 목적이 아닌 기업 투자 재원 마련 등의 목적으로만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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