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생존전략, '한국판 스페이스X'가 필요하다
방산 4대 강국 넘어 지속가능한 생태계 구축 시급
한화, 최근 KAI 지분 4.99% 확보…인수설 '솔솔'
2026-03-18 14:33:57 2026-03-18 15:42:21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오른쪽)와 차재병 한국항공우주(KAI) 대표가 지난달 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제3회 세계방산전시회(WDS) 한화 전시관에서 ‘항공무장 사업협력 업무협약(MOU)’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최근 중동 사태로 K-방산에 대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중동 사태에 더해 우크라이나 전쟁도 4년을 넘기면서 전 세계적 무기 수요 증가로 글로벌 방산 시장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글로벌 방산업계의 화두는 복합화와 대형화입니다. 육·해·공을 넘어 우주·사이버 공간까지 전장이 확대되면서 이에 맞춘 통합 설루션 제공 능력이 수주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18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방산 수요가 폭증하면서 글로벌 방산 기업들의 복합화·대형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조인트 벤처(JV) 설립, 전사적 조직 구조 개편을 앞다퉈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주요 방산 기업들이 이 같은 전략을 선택한 것은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한 국가를 상대로 한 가지 무기체계를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방위 설루션을 제공할 수 있어야 수주 경쟁력이 갖출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유럽 최대 방산업체인 독일 라인메탈은 육군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었지만 M&A와 JV를 통한 지상·해상·방공 융합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라인메탈은 지난 1일 뤼르센그룹의 군함 건조 부문(NVL) 인수합병을 마무리했다. NVL은 독일 북부에 4개 조선소에서 2100명의 전문 인력으로 호위함, 초계함, 연안경비정 등 다양한 수상전투함 생산능력을 보유한 업체로 2024년 약 10억유로의 매출을 기록한 기업입니다. 라인메탈은 이번 인수로 기존의 전차, 장갑차 등 전통적인 지상 방산 포트폴리오에서 해양 방산까지 확장하며 종합 방산 기업으로 부상했습니다. 
 
또 라인메탈은 올해 1분기 프랑스와 독일이 합작한 유도무기 전문 기업 MBDA와 차세대 레이저 무기 합작법인(JV) 설립하고, 레이저 무기 실전 운용 능력을 기반으로 한 소형 드론 등 고기동 표적 정밀 타격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레오나르도와 군용 차량 생산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등 전방위적인 융합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공군 항공기가 중심이었던 스웨덴 사브는 잠수함과 자율무인잠수정(AUV) 선체 개발 부서(Kockums)와 해군 전투 체계(통신·사격통제) 부서를 단일 해군 사업본부로 통폐합합니다. 글로벌 수출 시장이 요구하는 완성형 다영역 해양 설루션을 신속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개별 방산 기업들이 각자도생으로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해 방산 전문 매체 <디펜스뉴스>가 분석한 '글로벌 방산 기업 TOP100'에 이름을 올린 K-방산 기업 중 최고 순위인 한화가 22위에 불과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덩치를 키운 국가대표 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다 건 1위에 이름을 올린 RTX를 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RTX는 미국 방산 기업 레이시온과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가 합병해 탄생한 거대 방산 기업입니다. 
 
경쟁력 확보 위한 덩치 키우기 불가피
 
이런 맥락에서 최근 한화가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의 지분을 매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11월 한화시스템(272210)이 KAI 보통주 56만6635주를 약 599억원에 매입한 게 이달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뒤늦게 알려졌고, 16일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가 감사보고서를 통해 KAI 보통주 486만4000주(4.99%)를 보유 중이라고 공시했습니다. 지난해 매입한 323만6635주에 더해 올해 1분기에 162만7365주를 추가 매입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한화는 KAI의 4대 주주가 됐습니다. 두 회사의 협력 체계를 강화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압도적인 자본과 기술력을 갖춘 글로벌 방산 기업들과 수주전을 치르기 위해서는 국내 체계 기업 간의 긴밀한 파트너십과 규모의 경제 실현이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육·해·공 사업 역량을 골고루 확보하는 것이 글로벌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당장 직면한 한국형 전투기 KF-21(보라매) 해외 수출전과 차세대 우주 인프라 구축에서 실질적인 시너지를 내는 것부터 서둘러야 한다는 게 이들의 지적입니다.
 
항공기 수출의 경우 한화시스템은 능동전자주사위상배열(AESA) 레이더 등 핵심 센서와 통신장비에 강점이 있고, KAI는 이를 항공기라는 최종 플랫폼에 통합하는 체계종합에 특화돼 있습니다. 이 두 회사의 협력은 상호보완적 밸류체인(가치사슬)의 완성으로 해석됩니다. 각자의 전문 영역을 존중하며 최고 성능의 무기체계를 적기에 개발해 해외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두 회사는 물론 국가와 국민 이익에 부합하는 구조입니다.
 
우주로 눈 돌리는 글로벌 방산기업들
 
과거의 전장이 지상, 해상, 공중으로 국한됐다면 이제 전장은 우주와 사이버 공간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방산 기업들이 육·해·공·우주·사이버 통합 안보 설루션 확보에 나서는 이유입니다. 이미 중동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위성과 인공지능(AI)이 활용되는 전 영역 작전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특히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우주 사업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은 통합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유럽 기반의 에어버스. 탈레스. 레오나르도는 지난해 10월 우주 사업 전체를 하나의 신설법인으로 합치기로 했습니다. 미국의 스페이스X와 스타링크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독자적인 우주사업부가 없었던 영국 BAE시스템은 지난 2024년 2월 55억달러(약 7조5000억원)를 투입해 미국 볼 에어로스페이스(Ball Aerospace)를 인수해 'Space & Mission Systems' 사업부를 신설했습니다. 이를 통해 5200명 이상의 전문 인력과 초정밀 우주 센서, C4ISR(지휘·통제·통신·컴퓨터·정보·감시·정찰) 체계 기술을 단번에 확보했습니다. 기존 전자전 제품을 미국 우주군과 정보기관에 패키지 공급하는 교차 판매 시너지를 창출했으며 향후 10년간 최소 20억달러 이상의 추가 매출이 기대되는 상황입니다.
 
미국 노스롭 그루먼은 지난 2017년 92억달러를 투입해 우주발사체와 미사일 기술을 보유한 오비탈ATK를 인수하고, '이노베이션 시스템(Innovation Systems)' 부문을 신설했습니다. 이는 미국 우주개발국(SDA) 저궤도 미사일 추적 위성 시스템 등을 연이어 수주하는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우주 감시 데이터를 지상·공중 지휘망으로 실시간 융합하는 독보적 정보 통제 능력을 확보했기 때문입니다.
 
록히드마틴도 소형위성 제조업체 테란 오비탈(Terran Orbital)을 약 4억5000만달러에 인수하는 등 대형 방산 기업의 M&A를 통한 우주 사업을 위한 몸집 키우기는 대세가 됐습니다.
 
한국판 스페이스X 시급
 
결국, 우주로 확장한 전장 환경 속에서 한국이 글로벌 방산 4개 강국에 진입하는 것을 넘어 지속 가능한 방산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선 복합화와 대형화를 이룬 '한국판 스페이스X'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지난해 우주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글로벌 우주산업 규모는 약 2933억달러(약 437조원) 수준입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2040년 1조1000억달러(약 1639조원)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오는 6월 기업공개(IPO)가 예정된 미국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25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 우주 기업들의 2024년 매출 규모는 약 3조5407억원으로 글로벌 시장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정부 예산도 한정적입니다. 2024년 미국의 우주산업 관련 예산은 773억달러(약 115조원)에 달하는 반면 한국의 우주산업 예산은 9923억원으로 1조원에 채 못 미칩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격차를 고려할 때, 국내 우주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업 간 경쟁보다 산업 전체의 규모를 키우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지금과 같은 분산 구조에서는 경쟁이 오히려 자원의 비효율적 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점유율 경쟁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산업 규모와 구조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신한증권 이동헌 연구위원과 이지한 연구원은 17일 보고서에서 "스페이스X로 대변되는 민간 우주산업 확대에도 국가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우주산업 생태계 조성으로 '고용창출·지역균형발전' 두 마리 토끼 잡아야
 
한국판 스페이스X는 한화와 KAI의 통합으로 구현이 가능해 보입니다. 한화의 우주발사체에서부터 관측·통신 위성, 탐사에 이르는 '우주 밸류체인'과 KAI가 가진 '중대형 위성 개발 및 탐사선' 역량을 합치면 시너지가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저궤도 위성통신부터 우주 탐사까지 아우르는 '종합 우주 설루션 패키지'를 공동 구성해 글로벌 뉴스페이스 시장에 도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 이는 우주항공·방위산업 생태계를 구축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대형 앵커 기업의 등장은 협력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연구기관으로 이어지는 산업 생태계 전반의 성장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사례에서도 대형 기업 중심의 산업 구조는 공급망 확대와 기술 확산을 통해 산업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방향으로 작용해 왔습니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창원)와 KAI(사천)를 이으면 경남 우주항공 클러스터가 구축될 수 있습니다. 이는 경남-전남(고흥 우주센터·순천)-제주(한화시스템 우주센터)로 이어지는 우주산업 벨트로 확장, 지역산업 생태계가 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스타트업·벤처기업 육성,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협력업체에 대한 기술 지원 및 해외 동반 진출 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지역 일자리 창출도 기대됩니다. 
 
KAI는 18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김종출 사장을 선임했습니다. 아직까지 KAI의 최대주주(26.47%)인 수출입은행이 가진 지분에 대한 매각 움직임은 없지만, 일각에서는 김 사장 취임 이후 본격적으로 매각이 추진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한화의 KAI 지분 확보가 두 회사 간 협력 강화를 넘어 인수로까지 이어질지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가정적이긴 하지만 한화의 KAI 인수는 국가대표급 항공우주·방산 기업의 탄생을 통한 K-방산 경쟁력 강화라는 기대와 함께 거대 독점 기업의 탄생이라는 우려가 공존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방산 기업 추세를 보면 독점 우려보다는 경쟁력 강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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