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정부가 서학개미의 국내 증시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추진한 국내시장 복귀계좌(RIA) 도입이 국회 입법 지연으로 늦어지고 있습니다. 해외주식 매도 자금을 국내 증시로 유도해 환율 변동성을 완화하겠다는 정책 취지였지만 제도 시행이 미뤄지면서 기대했던 '국장 복귀' 흐름도 뚜렷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12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10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 금액은 1641억8068만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지난해 말 1635억8335만달러와 비교해 약 5억9700만달러 늘어난 수준입니다.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투자 규모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거래 흐름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올해 1월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매수 금액은 약 276억달러, 매도 금액은 약 226억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이 기간 순매수 규모는 약 50억달러였습니다. 2월에도 매수 265억달러, 매도 225억달러로 약 39억달러 순매수가 이어졌습니다. 3월 역시 11일까지 약 8500만달러 순매수를 기록하며 해외주식 투자 흐름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투자 방식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부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을 직접 매수하기보다 해외 증시에 상장된 한국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해 국내 시장에 투자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습니다.
종목별 순매수 내역을 보면 3월(1~11일)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증시에 상장된 '코루(KORU·Direxion Daily MSCI South Korea Bull 3X Shares)'를 약 1억2900만달러 순매수했습니다. 코루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코리아 25/50 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약 3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대형주 중심 지수의 변동 폭을 확대 반영하는 상품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말 환율 상승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해외주식 투자자금을 국내 시장으로 유도하는 국내시장 복귀계좌 도입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제도 시행 일정은 당초 계획보다 늦어지고 있습니다. RIA 도입을 위해 필요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으면서 3월 시행 계획은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여당은 관련 법안을 오는 19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1분기 내 제도 시행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입법이 지연될 경우 세제 적용 구간 자체를 조정해야 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현재 안대로라면 1~3월 해외주식을 매도해 국내 투자로 복귀할 경우 양도세 100% 공제가 적용되지만, 법안 통과 시점이 늦어질 경우 공제 적용 기간을 다시 설정해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RIA 계좌를 실제로 운영해야 하는 증권사들도 일정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다수 증권사들은 당초 3월 제도 시행을 예상하고 전산 시스템 구축과 세무 처리 구조 정비 등 준비 작업을 상당 부분 마친 상태입니다. 일부 증권사는 사전 신청 이벤트를 진행하며 고객 안내를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세제 혜택 구조와 시행 시점이 확정되지 않다 보니 고객 문의에 대해 명확한 안내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실제 계좌 출시 일정은 법안 통과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향후 투자 흐름이 정책 변수보다는 글로벌 시장 환경에 더 크게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와 유가 상승 압력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다만 기술주 중심의 실적 흐름이 비교적 견조해 미국 증시는 다른 지역 대비 하방 압력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세제 혜택보다 시장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더 중요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며 "RIA 도입이 늦어질 경우 정부가 기대했던 국내 증시 복귀 효과 역시 제한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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