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잠자는 보이스피싱 피해금..."피해 명백한데 되찾기는 '하늘에 별 따기'"
명의도용 계좌 거래정지에도 찾으려면 '민사판결문' 필요
민사소송도 '주소' 몰라 '송달' 불가…절차 진행부터 막혀
정보공개 요구도 혐의 없으면 개인정보 보호 위해 '비공개'
피해자, 민사·행정소송까지 이중고…소송 가능케 제도 개선 필요
2026-03-12 18:19:15 2026-03-12 18:46:04
[뉴스토마토 강예슬·유근윤 기자] 보이스피싱 피해 사실이 명백함에도 피해금을 되찾기 위해 이중으로 소송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피해자는 자신의 돈을 돌려받기 위해 민사소송을 제기하려 했지만, 상대방 인적사항을 확보하지 못해 소송 자체가 막힌 상황입니다. 결국 수사기관을 상대로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행정소송까지 더 큰 부담을 떠안게 됐습니다. 가상자산이 연루된 보이스피싱 사건의 법적 공백 속에서 피해자 구제 절차가 사실상 멈춰 있는 겁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주소 등 소송에 필요한 정보는 공개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됩니다. 
 
(이미지=ChatGPT)
 
보이스피싱 피해자 A씨는 2017년 8월11일 당시 유행하던 '검사 사칭 전화금융사기'를 당했습니다. 자신을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소개한 사람에게 전화가 와 A씨 명의로 통장이 개설돼 범행에 이용됐다며 범행 관련성 확인을 위해 B씨 계좌로 가진 돈을 모두 보내라는 얘기를 했습니다. 이후 A씨는 B씨 명의 신한은행 계좌로 1700만원을 송금했습니다.
 
나중에야 보이스피싱임을 깨달은 A씨는 피해사실을 수사기관에 신고를 했습니다. 그런데 사건 발생한 지 세달만인 11월 서울중앙지검은 B씨를 무혐의 처분을 했습니다. B씨의 계좌가 범죄에 도용됐지만 직접 범죄에 가담한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었습니다.
 
검찰은 또 수사과정에서 불기소이유통지서를 통해 A씨가 입금한 1700만원으로 누군가가 이더리움 49개를 구매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B씨의 형사처벌 여부와 무관하게, A씨는 자신의 돈을 찾을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A씨는 현재까지 잃어버린 돈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A씨는 사건 발생 후 먼저 빗썸에 문의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수사기록에 따르면 2017년 빗썸은 A씨에게 출금을 위해서는 "민사판결문이 필요하다"며 출금을 거부했습니다. 빗썸 측은 당시 계좌가 범죄에 이용됐다 해도 해당 가상계좌의 명의는 B씨 것으로, 1차적으로 계좌 안 금전의 권리는 B씨에게 있다며 거절했습니다.
 
'주소' 몰라 민사 어려워…행정소송 이중 부담
 
A씨는 고심 끝에 지난해 B씨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난관은 또 있었습니다. B씨의 인적사항을 몰라 소를 제기해도 진행이 안되는 겁니다. 민사소송은 소장을 법원에 제출한 뒤 해당 소장이 피고에게 송달돼야 재판 절차가 시작됩니다. 이 과정에서 피고의 이름과 주소 등 인적사항이 필요합니다. 특히 주소가 있어야 법원이 소장을 송달할 수 있습니다. 주소를 모를 경우 법원의 사실조회 등을 통해 확인해야 하지만, 피고를 특정할 수 있는 추가 정보가 없으면 절차 자체가 진행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2025년 A씨 측은 B씨의 주소 등을 알기 위해 법원을 통해 사실조회를 신청했습니다. 동부지검 측은 B씨의 경우 혐의가 인정되지 않은 불기소(증거불충분)으로 회신 불가하다는 답을 보냈습니다. 범죄 혐의가 인정되는 경우에만 B씨에 대한 정보를 알릴 수 있다는 겁니다.
 
이에 A씨 측은 직접 동부지검에 '민사소송제기 목적'으로 B씨에 대한 인적사항 및 피의자신문조서를 정보공개청구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거부당했습니다. 동부지검은 12일 "공개될 경우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가 있다"며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에 따라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고 했습니다.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시황판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피해금 못 돌려받는 피해자…"권리 위한 제도 개선 필요해"
 
빗썸 역시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주소 공유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빗썸 관계자는 B씨의 주소 정보 공유 가능 여부에 대해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고객의 정보를 제3자에게 임의로 제공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주소 등 민감한 고객 정보는 수사기관의 영장이나 법원의 '사실조회 명령' 등 정당한 법적 절차를 통할 경우에만 제공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제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진현수 디센트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가상자산 관련해 해당 사례와) 비슷한 사건이 많다. 개인정보 또는 수사를 이유로 수사기관 등에서 피해자에게 정보공개를 잘 해주지 않는다"며 "우려도 이해되지만 피해자의 소송 목적이라면 송달만 가능한 정보 공개나, 정보를 가진 수사기관이 송달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짚었습니다.
 
A씨 사건 대리를 맡은 박진효 법무법인 B&H 변호사는 "범죄 피해자들을 두 번 울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범죄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에게 현실적으로 피해금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 줄 수 있는 소송지원 등 정책적인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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