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 나선 중·러…트럼프도 '출구전략'
격화하는 전쟁에 국제사회 개입…미, 러시아 원유 제재 해제 검토
2026-03-10 17:33:10 2026-03-10 17:43:00
[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이란 군사행동을 둘러싸고 중국과 러시아가 중재에 나섰습니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간 전쟁의 확전 우려가 커지면서 외교적 해법을 통한 사태 관리 필요성도 제기되는데요. 다만 장기전 부담이 커진 트럼프 대통령은 뒤늦게 출구전략을 모색하며 '발 빼기' 수순으로 돌입한 모습입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명분을 충분히 쌓았다고 생각하면 전쟁을 마무리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백악관 단지 내 아이젠하워 행정동에서 열린 에너지 관련 좌담회에 참석해 ‘전기요금 납부자 보호 서약'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미·러 정상 1시간 통화…중국도 휴전 촉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1시간가량 통화했습니다. 이번 통화에서 양국 정상은 이란 분쟁의 정치·외교적 종식을 위한 여러 구상을 공유했다고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이 전했습니다.
 
러시아는 이란의 핵심 우방국으로 분류되면서도 미국과 직접 소통이 가능한 위치에 있습니다. 미국과 이란 전쟁이 격화하자 직접 중재에 뛰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미·러 정상은 전쟁 외에도 유가 상승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문제가 원활해질 때까지 (러시아 원유) 제재를 해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주요 7개국(G7)과 유럽연합(EU) 등은 러시아산 원유가 배럴당 60달러 이하로 거래될 때만 서방의 해운과 보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한해 왔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며 공급 차질이 발생하자 러시아산 원유 공급을 통해 시장 안정화를 모색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중국도 미국과 이란 전쟁 중재에 나섰습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장관)은 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외교장관과 통화하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무력 사용을 비판하고 지역 안정을 위해 중재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왕 부장은 쿠웨이트 외무장관과 통화에서 "미·이스라엘은 유엔(UN)의 승인 없이 이란에 무력 공격을 감행했다"며 "이는 명백하게 국제법 위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급선무는 조속한 휴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 교수는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앞에서는 강경한 군사 압박을 이어가지만, 뒤에서는 러시아나 유럽 국가 등을 통한 외교적 접촉이 병행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란 역시 출구가 필요하기 때문에 일정 시점에서는 협상 국면을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양측 모두 승리를 주장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한 뒤 긴장을 낮추는 방식으로 전면전을 정리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장기화 암시 뒤집기…전문가 "명분 쌓고 마무리"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미 <CBS>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전쟁이 마무리 수순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그들(이란군)은 해군, 통신, 공군이 없다"며 전쟁이 조만간 끝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날 플로리다주 도랄 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이란 군사작전 종료 시점과 관련해선 "매우 곧(very soon)"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매우 결정적으로 승리하고 있다. 계획보다 훨씬 앞서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전쟁 장기화 우려에 대해선 "몇몇 사람을 제거하기 위한 여정"이라며 "단기간의 여정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 지상군, 쿠르드족 지상군 투입 등을 언급하며 전쟁 장기화 가능성까지 열어뒀습니다. 하지만 이란과의 전쟁 상황에서 지속적인 유가 상승과 미국 내 악화된 여론 등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출구전략이 필요해졌습니다. 미국은 제한적 군사 타격을 통해 협상력을 높인 뒤 외교적 출구를 찾는 압박 후 협상 전략으로 전쟁을 조기에 정리하려 할 것으로 보입니다. 
 
민 교수는 "미국으로서는 이미 이란의 핵 지휘 체계와 주요 지도부, 군사시설 등을 상당 부분 무력화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미사일 시설 등 핵심 목표만 타격했다는 명분을 쌓으면 정치적 승리를 선언하고 군사 작전을 마무리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목표 달성 시 전쟁이 끝난다'거나 '무조건적 항복' 같은 조건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전쟁을 빨리 종결하려는 메시지"라며 "이런 조건을 제시하는 것은 더 이상 확전을 하지 않고 상황을 정리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양 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처럼 지상군 투입으로 전쟁을 장기화한 미국의 전략을 강하게 비판해 온 인물"이라며 "지상전으로 확대해 장기전을 끌고 가는 선택을 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습니다. 아울러 "미국 입장에서는 이란 핵 문제 해결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군사행동이 시작된 만큼, 일정 수준의 성과를 강조한 뒤 전쟁을 조기에 마무리하려는 흐름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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