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자영기자] 정부가 구제역 백신 접종 카드를 꺼내들었다.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더 이상 방역활동만으로 버틸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현재 구제역은 고양과 김포 등 대도시와 근접한 지역은 물론, 횡성 한우 등 고급 축산 브랜드들이 즐비한 강원도까지 급격히 번져가고 있다.
정부는 23일 오염이 심한 경북 안동·예천, 경기 파주·고양·연천 등 5개 지역에 구제역 백신을 접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구제역 백신 접종은 지난 2000년 이후 처음이다.
이번 백신 접종은 소규모 특정 지역의 모든 가축에 백신을 접종하는 '링백신' 방식이 이용될 예정이다.
가장 오염이 심하다고 판단된 안동시의 경우 시 전체 지역을, 나머지 시군은 발생 농장 중심으로 반경 10킬로미터(km) 이내 소 약 13만3000여 마리에 우선 접종한다. 예방 접종 대상 가축은 소에만 한정하기로 했다.
소가 돼지보다 구제역에 쉽게 감염되고 백신효과가 우수하며, 이력추적 시스템으로 지속적인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구제역은 가축들에 치명적인 병으로 백신 접종은 '최후의 보루'로 불린다. 백신을 접종할 경우 항체 생성률은 85% 정도로 불완전한데다, 항체 생성에 실패한 가축은 일종의 '보균자'가 된다.
또 한번 백신을 접종하면 계속해서 사후관리가 필요해 비용이 만만치 않다.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회복하는데 최소 3개월의 시간이 더해져 낙농업가의 피해도 예상된다. 정부의 이번 백신접종을 놓고 타당성 여부에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구제역 발생과 백신접종으로 우리나라는 당장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잃어 육류 수출길이 막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돼지고기와 쇠고기 수출금액은 작년 기준 59만6000달러, 37만3000달러 수준으로 많은 편은 아니지만 해당 농가로서는 답답할 수 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수출보다도 내수 위축이다. 국내 돼지고기, 쇠고기 소비가 줄어들고 전국 축산 농가의 가축이 살처분 되면서 대규모의 경제적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이미 구제역 최초 발생지인 안동에서만 예상피해가 1200억원에서 1300억원에 이른다.
오늘 백신접종이 시행되는 5곳은 '백신 접종지역'이라는 낙인이 찍혀 앞으로도 축산농업에 보이지 않는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축산업계는 구제역 초기 발병시 초기대응을 놓친 정부의 무기력한 대처와 피해보상에 대한 무관심을 동시에 비판하고 있다. 정부는 구제역 확산에 따른 축산업계의 예상 피해 규모와 피해보상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확산방지에만 매달리며 뒷북행정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질병이 번지고 있기 때문에 피해액을 알 수가 없다"며 "구제역이 종식되고 나면 피해 규모를 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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