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국제유가가 개장과 동시에 급등했습니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선으로 치솟을 경우 물가 상방 압력이 높아지며 세계 경제가 충격권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에너지 동맥' 막혔다…국제유가 70→150달러 전망까지
2일(이하 현지시간) 국제 기준물인 브렌트유 선물은 주말 이후 첫 거래에서 한때 13% 급등하며 배럴당 82달러를 넘어섰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2022년 3월 이후 가장 큰 장중 상승폭입니다.
이후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지만, 여전히 전 거래일 종가 대비 8~10% 오른 배럴당 80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도 오전 2시 기준 8%대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동안 누적된 미국과 이란 간 긴장으로 국제유가는 이미 올해 들어 20%가량 올랐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는 4월부터 하루 20만6000배럴 증산에 합의했지만, 충격을 흡수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변수는 결국 호르무즈 해협입니다.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는 이 해협의 통행이 차질을 빚을 경우, 산유국이 생산량을 늘리더라도 수출 자체가 제약받는 구조입니다.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 직후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행을 금지했습니다. 해협에서는 선박 피격 사례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에너지 데이터 분석 업체 케플러는 현재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이 없는 상태라고 봤습니다. 맷 스미스 분석가는 "유조선들이 극도의 공포를 느끼며 해협 진입을 꺼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오일 메이저들은 또 다른 해상 요충지인 홍해에서도 일부 운항을 멈췄습니다. 해운업계는 이란 지원을 받는 후티 민병대가 선박을 공격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후티는 2023년 중동 전쟁 당시 홍해에서 선박을 공격한 전력이 있습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중동 안보 상황이 악화하면서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스웨덴계 금융사 SEB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 지난 2월17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모습. (사진=EPA연합뉴스)
확전 변수 '여전'…장기화 땐 한국경제 '직격'
미국과 이란 간 대화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원유 공급 차질 우려는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최악의 경우 아시아와 유럽을 오가는 선박이 아프리카 최남단을 우회해야 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에 수년 만의 최대 오일 쇼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관건은 최고지도자 공백 상태인 이란이 향후 어떤 권력 체제를 구축하느냐가 될 전망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NBC> 인터뷰에서 '이란 지도부' 축출이 주요 목표임을 시사하며 "우리는 단기간에 끝낼 수도 있고, 장기전으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유가 급등은 물가상승으로 직결될 수 있어,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부담 요인입니다.
한국은 원유의 70% 이상, 액화천연가스(LNG)의 3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들 물량의 상당 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합니다. 정부와 정유업계는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면서도,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우회 수입로를 검토하고 미국산 원유 도입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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