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한국항공우주(047810)(KAI) 신임 사장 선출이 노동조합의 거센 반발로 파행을 겪고 있습니다. 전임 사장과 인적 네트워크로 연결된 군 출신 인사의 사장 내정설이 불거지자, 조직 내홍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노조의 집단행동으로 폭발한 것입니다. 이사회 의결이 현장 점거로 보류되는 초유의 상황까지 벌어지며, KAI의 수장 공백 사태는 끝없는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26일 KAI 노조가 경남 사천 근로자 복지회관 강당에서 신임 사장 인선 반대 집회를 개최했다. (사진=KAI노조)
26일 KAI 노조는 경남 사천 근로자 복지회관 강당에서 신임 사장 인선 반대 집회를 개최했습니다. 집회에는 한국노총 서부지역지부 소속 100여명의 각 단위 사업장 위원장들과 대의원들이 참석해 군 출신 사장 임명 반대 결의를 다졌습니다.
노조의 단체행동은 전날 이사회 현장에서의 기습 항의에 이어 연속적으로 전개됐습니다.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KAI 이사회는 당초 신임 사장 내정자를 의결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노조 집행부의 현장 점거에 부딪혀 안건 상정 자체를 최종 보류했습니다.
노조가 결사항전에 나선 핵심 배경에는 유력 후보가 KAI를 벼랑 끝으로 몬 강구영 전 사장과 뚜렷한 인적 연속성을 지녔다는 위기감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공군사관학교 31기인 김종출 신임 사장 후보자는 강 전 사장(공사 30기)의 측근으로 분류됩니다. 실제 김 후보는 지난 2023년 게재한 ‘방산수출 4강 진입, 공군과 합참 손에 달렸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강구영 사장이 임명되면 윤석열 정부 인사 중 신의 한 수“라고 밝히는 등 강 전 사장을 측면 지원한 바 있습니다. 노조는 전임 체제의 전횡과 공군 출신 편중 채용·내란 자금 조성 등 각종 비리 의혹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측근 인사를 기용하는 것은 실패한 조직 운영 모델을 답습하는 처사라고 비판했습니다.
25일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KAI 이사회 현장에서 노조가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KAI노조)
노조에 따르면 전임 강구영 사장 재임 기간 KAI는 군 조직식 지휘 통제 방식이 도입되며 내홍을 겪었고 기존 임원의 약 60%가 해임되며 조직 전문성과 책임 구조가 심각하게 훼손됐습니다. KF-21 보라매 양산과 FA-50 수출, 우주 위성 사업 확장 등 굵직한 현안이 산적한 국면에서 주요 사업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고, 환율 및 재무 리스크 관리 실패로 대규모 환차손 논란까지 일며 글로벌 파트너사들로부터 신뢰가 크게 하락했다고 노조는 지적합니다. 특히 문재인정부 시절 시작된 ‘스마트 플랫폼’ 사업을 전 정권 지우기 차원에서 무리하게 중단시키고 수사를 의뢰해 극심한 내부 분열을 초래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강 전 사장은 직장 내 괴롭힘 사실마저 고용노동부로부터 인정돼 500만원의 과태료 처분까지 받았습니다.
방산업계 안팎에서도 김 후보자의 경영 역량과 이력을 두고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합니다. KAI 사장 하마평에는 강운호 전 방위사업청장이나 방사청 차장을 역임한 문승욱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장차관급의 중량감을 지닌 인사들이 거론돼 왔습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KAI 사장을 맡기에는 급이 안 맞는다는 게 중론”이라며 “김 후보자가 뭘 했다고 KAI 사장 자리를 주는지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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