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감원장, 권한 없는 은행장들에 지배구조 개선 주문
지주회장들 줄연임 후 뒷북대응 여론 의식한 듯
2026-02-12 17:19:11 2026-02-12 17:21:48
[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국내 주요 은행장을 소집해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그러나 실질적인 권한이 없는 인사들을 모아놓고 이런 주문을 했다는 점에서 '보여주기식 압박'에 지나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은행장은 형식적으로 이사회를 거쳐 선임되지만, 회장이 임명하는 자리에 불과해 지배구조 문제에 관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20개 국내은행 은행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지유 기자)
 
이 원장은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20개 국내은행장과 간담회를 열고 "은행권이 먼저 지배구조 혁신에 과감히 나서야 한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안은 미루지 말고 추진해 달라"고 밝혔습니다. 금융권 지배구조 개선 방안과 관련 법 개정안이 조만간 마련될 예정이지만 제도 정비 이전에도 자율적으로 손볼 부분은 선제적으로 정비하라는 취지입니다.
 
현재 금감원은 '금융권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이사회 견제 기능 강화, 최고경영자(CEO) 승계 절차의 공정성 확보, 임원 성과보수 체계 개선 등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연임 과정과 이사회 독립성 문제 등이 도마에 오른 가운데 회장 연임 시 주주총회 의결 요건을 강화하거나 사외이사 임기를 제한하는 방안 등이 검토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감원은 최근 주요 금융지주 회장이 사실상 연임 확정을 지은 가운데 이들 금융지주사들이 지배구조 모범 관행을 악용한 사례가 발생한 뒤에야 금감원이 특별 점검에 나섰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 원장이 이날 권한도 없는 은행장들에게 지배구조 개선을 언급한 것도 뒷북 대응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데 따른 행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은행장들 입장에선 자신의 임명권자를 개혁하라는 얘기와 같아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원론적으로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지만, 실질적 권한이 없고 당사자가 아닌 은행장들에게 강조한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고 했습니다. 
 
더욱이 최근 금융당국이 논의 중인 지배구조 개선안이 연임을 확정 지은 금융지주 회장에 소급 적용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런 맥락에서 회장 연임 안건이 올라가는 내달 주주총회를 앞두고 형식적인 경고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내고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이날 은행장 간담회에서 이 원장은 은행권을 향해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도 우선적으로 주문했습니다. 금융상품의 설계·심사·판매 전 과정을 소비자 관점에서 재정비하고 성과평가(KPI) 체계 역시 이에 맞춰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원장은 "금감원도 올해부터 리스크 기반의 사전예방적 소비자 보호 체계로 전면 전환하고, 정기검사시 '소비자보호 검사반'을 별도로 편성할 것"이라며 "금융소비자보호실태 평가 체계를 개편하는 등 상품 설계·심사·판매 전 과정을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꼼꼼하게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포용금융 확대와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 생산적 분야로의 자금 공급 전환도 강조했습니다. 부동산 담보대출 중심의 자금 운용에서 벗어나 혁신기업과 중소·중견기업 등 성장 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금감원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대출 비율의 점진적 하향을 목표로 대출 증가율을 관리하고 자본 규제 합리화를 통해 생산적 부문으로의 자금 흐름을 유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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