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발생한 60조원대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를 계기로, 그간 지지부진했던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 2단계법) 제정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대규모 오지급이 가능했던 내부통제와 장부 관리 체계의 허점이 드러나면서 거래소 규율 강화 요구가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빗썸 오지급 사고는 지난 6일 오전 7시 빗썸이 이벤트 보상 리워드를 지급하는 과정에서 지급 단위를 원화가 아닌 비트코인으로 잘못 설정하면서 발생했습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사고 직후 합동 점검에 착수했습니다. 금융당국은 거래소 내부통제와 자산관리 체계가 시장 규모에 비해 미흡했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블록체인상 실제 자산 이동과 무관하게 내부 장부를 기준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구조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실제 보유량과 연동되지 않은 장부상 거래가 가능했던 점이 사고의 배경으로 지목됩니다.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거래소를 단순 민간 플랫폼이 아닌 '시장 인프라'로 보고 전통 금융회사에 준하는 내부통제 기준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인가제 전환, 외부 기관의 정기적 자산 점검 의무화도 논의 대상입니다.
대주주 의결권을 15~20%로 제한하는 방안과 전산 사고로 이용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무과실 책임을 부과하는 방안도 재부상했습니다. 당국은 이번 검사 결과를 2단계 입법 보완의 근거로 활용할 방침입니다.
강성후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장은 이번 사태를 "입법 미비에 따른 구조적 문제"라고 진단했습니다. 강 회장은 "2023년 11월 국제증권관리감독기구(IOSCO)가 가상자산에도 기존 증권법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라는 권고안을 발표했다"며 "자본시장법 수준의 내부통제 규정을 차용해 2단계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강 회장은 "1단계 가상자산법은 전체 체계의 20% 수준에 불과하다"며 "발행·유통·거래 전반을 포괄하는 2단계법을 마련해야 유사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가상자산 업계는 속도전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원안은 그대로 두고 내부통제 보완 사항은 추가 법안이나 시행령 개정을 통해 단계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입법 효율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대주주 지분 제한에 대해서도 "사후 지분 규제이자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반발했습니다.
이번 사고로 가상자산에 대한 자율 규제의 한계가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배구조 규제와 사고 원인을 직접 연결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처럼 제도권 금융에서도 내부통제 실패는 발생한 바 있습니다. 핵심은 지분 구조보다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체계 구축이라는 지적입니다.
빗썸 사태를 계기로 가상자산 2단계법 논의는 속도를 낼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다만 내부통제 강화와 지배구조 규제의 범위를 둘러싼 공방은 입법 과정에서 계속될 전망입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발생한 60조원대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를 계기로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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