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가 적군을 우군으로 만드는 법 (2)
호기심과 AI가 만든 난치성 질환 이야기③
2026-02-12 12:00:00 2026-02-12 14:27:03
조원동 현대ADM바이오 공동대표 겸 회장(전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지난 글에서 우리는 암세포가 해당 과정(glycolysis)에서 만들어진 젖산을 통해 대식세포와 조절 T세포(Treg)라는 면역의 최전선을 서서히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는 과정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암이 이들을 단순히 회유하는 수준을 넘어 아예 제 기능을 하지 못하도록 묶어 두는 방식을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암세포의 세 번째 지원군, 섬유아세포
 
우리 몸에는 섬유아세포 또는 이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보조 세포들이 곳곳에 존재한다고 합니다. 영어 명칭은 '파이브로블라스트(fibroblast)'입니다. '섬유질'을 뜻하는 ‘fiber’와 ‘뿜어내다’라는 뜻의 ‘blast’의 합성어입니다. 그 기능은 섬유와 같은 단백질, 즉 콜라겐 등을 생성하는 역할이라고 합니다.
 
좋은 콜라겐은 해당 장기를 보호해 주고, 또 피부에서는 피부에 탄력을 주고 윤택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습 효과까지 가져옵니다. 그래서 피부에 있는 섬유아세포를 자극해 좋은 콜라겐을 내도록 하는 기능성 화장품이 인기를 끌기도 합니다.
 
그런데 암 주변에서는 이 섬유아세포가 변합니다. 암의 신호 때문에 재프로그래밍이 된 섬유아세포는 CAF(cancer-associated fibroblast)라고 불리며, 전혀 다른 임무를 수행합니다. 과도하고 비정상적인 섬유성 단백질을 분비합니다. 이들이 축적되어 형성되는 구조가 바로 세포외기질(ECM, extracellular matrix)입니다. 
 
암세포가 쳐 놓은 덫, 세포외기질(ECM)
 
ECM은 살아 있는 세포는 아니지만, ▲암 주변을 둘러싼 물리적 방어벽이 되고 ▲산소와 약물의 확산을 방해하며 ▲성장인자와 신호물질을 저장·방출하는 기능적 플랫폼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CAF의 병리화가 심해질수록 ECM은 점점 더 치밀해지고 종양 내부는 산소가 부족하고 산성화된 환경으로 고착됩니다.
 
이렇듯 병리화된 환경에 대식세포와 조절 T세포도 갇히게 되면서 점점 병리화의 단계를 걷게 됩니다. 다시 말해, 대식세포와  조절 T세포(Treg)는 암세포가 CAF를 시켜 쳐 놓은 그물망에 완전히 갇히게 됩니다.
 
산소가 부족하고 산성화된 상태에서 대식세포와 조절 T세포은 이제는 이토콘드리아를 이용한 ATP 발전을 완전히 포기하는 데까지 이르게 됩니다. 처음 ‘만나’에 한번 맛 들인 상태가 아니라, 아예 만나에 길들게 되는 상태가 됩니다. 그러니 ‘만나’보다는 ‘아편’이 더 적절한 비유 같네요. 대식세포와 조절 T세포는 아예 ‘아편쟁이’가 되어, 본연의 면역 첨병 기능은 아예 잃게 되는 것입니다. 심각한 병리화 상태입니다.
 
사실 CAF와 ECM의 병리화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은 세계 암 연구자들에게는 많이 회자하고 있었어요. 제가 작년 4월 참석했던 시카고 미국암연구학회 (AACR) 연례학회에서도 연구 주제의 3분의 1 정도가 이 분야와 관련이 되어 있었으니까요.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암 치료를 위해 CAF에 더 집중적인 연구를 촉구하는 논문들도 꽤 나타나고 있어요. 최근 국내 일간지에도 보도된 GIST 생명과학연구팀의 연구도 암세포와 CAF 간 신호 연결 체계에 주목하고 있다고 합니다. 
 
보다 흥미로운 것은 CAF나 ECM이 단순히 학문적 연구 주제로 머물러 있지 않다는 것이에요.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바이오텍 쇼케이스(Biotech Showcase)라는 제약업계 중심 행사에서, 다국적 제약사의 임원들 간의 패널 토의 주제 중 하나가 ECM이라고 할 정도로 이제는 상업적 차원에서도 관심 주제가 되고 있다고 하네요. 
 
자, 이제 글을 마무리해 볼까요? 암세포는 당화 과정이라는 우리 몸이 만들어낸 비상적 ATP 생성 과정을 통해 나오는 부산물로 주변에 자기를 공격하려고 만들어진 면역기전을 자기 번식에 유리한 환경으로 바꿔놓습니다. 그리고는 다른 정상 세포들에 가야 할 영영분을 독차지(?)하면서 자기 번식을 꾀하는 것이지요.
 
이제 암세포의 자기 생존법을 알았으니, 암을 치료하는 방법이 궁금해지지요? 다음 글에서 궁금증을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조원동 현대ADM바이오 공동대표 겸 회장/ chow4241@hanmail.net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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