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임기 초부터 청와대와 엇박자를 보였던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다시 당·청 갈등의 중심으로 부상했습니다. 정 대표의 측근 이성윤 민주당 최고위원의 주도로 '2차 종합 특검'(윤석열·김건희에 의한 내란·외환 및 국정농단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후보자에 오른 전준철 변호사의 이력이 문제가 됐기 때문입니다. 전 변호사는 이재명 대통령의 불법 대북송금 사건 수사 과정에서 불리한 진술을 했던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변호인 출신입니다. 최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부터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제안'까지 정 대표의 '자기정치' 모드에 당·청 갈등까지 더해진 모습입니다. 이재명정부 집권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초유의 여당 대표 자기 정치로 당이 혼란을 빚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인1표제·합당 이면에 '차기 당권투쟁'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청래 2기 지도부가 출범한 지 약 한 달이 흘렀지만 당·청 엇박자 논란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로 당 안팎이 시끄러운 가운데 오해 소지가 다분한 2차 특검 추천 인사로 당·청 갈등이 재점화됐는데요. 정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부실한 인사 검증에 고개를 숙였습니다.
정 대표가 조국혁신당에 기습 합당 제안을 했던 당시에는 청와대와의 사전 조율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합당이 당무 사항이긴 하나, 6·3 지방선거를 비롯한 정치적 요소에서 큰 변화를 가져오는 만큼 청와대와의 충분한 사전 교감이 필요했다는 지적입니다.
당시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양당 통합이나 정치적 통합에 대한 것은 대통령의 평소 지론"이라며 "양당 간 논의가 잘 진행되길 지켜보겠다"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청와대에선 당무에 선을 그었지만 합당 제안 발표 이전에 관련 내용만 들은 것으로 알려지며 정 대표의 독단적 결정에 비판이 일기도 했습니다.
더욱이 양당의 합당 문제가 차기 당권을 향한 투쟁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지선 승리를 위한 대의를 외치지만 조국혁신당을 끌어안아 연임을 위한 정 대표의 '입지 다지기' 전략이라는 게 정치권 해석입니다. 이에 친명(친이재명)계가 정청래식 합당에 반대 목소리를 내며 견제하고 있다는 겁니다.
정 대표의 연임 포석 의혹은 1인1표제 강행에서 불거졌습니다. 지난해 12월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투표에서 정족수 미달로 부결됐습니다. 하지만 정 대표는 지난달 원내대표·최고위원 보궐선거 이후 재투표를 밀어붙였고, 이달 1인1표제는 중앙위를 통과했습니다. 정 대표가 권리당원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당대표로 선출된 터라,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도 권리당원의 권한 확대가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집권 초부터 바람 잘 날 없는 '당·청'
이재명정부의 첫 여당 대표로 정 대표가 선출된 이후 당·청 관계는 바람 잘 날이 없었는데요. 시작은 검찰 개혁이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7월30일 취임 한 달 만에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검찰 개혁과 관련해 "제도 자체를 그때(추석)까지 얼개를 만드는 것은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속도 조절을 시사했습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추석 밥상 위에 검찰 개혁을 올려 드리겠다"며 속도전을 고수했습니다.
검찰 개혁의 세부 내용에서도 청와대 혹은 정부와 당의 입장이 엇갈릴 때마다 당이 주도권을 행사했습니다. 검찰의 수사권을 가져가는 중대범죄수사청의 관할 부처를 두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신중론'을 펼치자, 당에서는 '수사·기소권 분리' 원칙을 내세우며 중수청의 행정안전부행을 고집했습니다.
최근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이 마련한 공소청·중수청 설치법을 놓고도 충돌했습니다. 지난 5일 민주당은 중수청 조직을 법률가와 비법률가로 구분한 것을 일원화하고, 공소청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당론으로 정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보완수사권에 대해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있다"고 밝힌 것과는 반대되는 결정입니다.
이 밖에 민주당이 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 재판을 중지하는 '재판중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추진을 공언하자,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직접 나서 "대통령을 정쟁에 끌어들이지 말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민주당은 재판중지법 입법 계획을 철회했습니다.
특히 이 대통령이 주목을 받아야 할 시점에 당으로 이목이 쏠린 적도 부지기수입니다. 지난해 9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이 조희대 대법원장의 국회 청문회를 강행하며 이 대통령의 뉴욕 유엔총회 연설이 묻혔다는 반응이 나온 바 있습니다.
이번 조국혁신당 합당 제안 날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달 22일 코스피가 장중 사상 처음으로 5000선을 돌파하며 이 대통령의 핵심 공약 달성을 축하했던 날입니다. 하지만 정 대표는 당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추진을 발표했습니다.
정 대표의 이 같은 행보에 민주당 내부에서도 불만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속도감 있게 일을 추진하려는 정 대표의 마음은 이해가 간다"면서도 "다소 급해 보이는 측면이 있다. 결정을 해야 하는 당대표로서의 자리를 생각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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