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뛰어든 생계비계좌, 저축은행은 '잠잠'
2026-02-03 15:38:36 2026-02-03 16:24:40
[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시중은행이 앞다퉈 뛰어든 생계비계좌 시장에서 저축은행업권은 유독 잠잠한 모습입니다. 민사집행법 개정 시행을 계기로 시중·지방은행과 상호금융권은 일제히 취약차주의 생계자금이 압류로 막히는 상황을 방지하고 기초 생활권을 보장하기 위해 압류를 원천 차단한 '생계비계좌'를 잇달아 출시했습니다. 
 
"취약차주 금융접근성 개선"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부터 iM뱅크·BNK부산은행·전북은행 등 지방은행, 새마을금고중앙회 등 상호금융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까지 전날 일제히 생계비계좌를 출시했습니다.
 
생계비계좌는 해당 계좌에 예치된 금액을 압류 대상에서 제외해 가입자가 온전히 생계비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자금을 보호해주는 제도입니다. 지난 1일부터 민사집행법 시행령 개정으로 물가상승과 최저생계비를 고려해 압류 금지 생계비가 기존 월 185만원에서 월 250만원으로 상향되면서 은행들이 생계비계좌를 선보였습니다. 
 
기존엔 각 금융기관이 채무자 전체 예금 현황을 알 수 없어 압류를 우선하고 채무자가 법원에 압류금지채권 범위 변경을 신청해 최저생계비에 해당하는지 법정에서 추가적으로 다퉈야 했습니다. 또한 과거 '행복지킴이 통장'이나 '국민연금 안심통장' 등 압류 방지 전용 통장은 기초생활수급금이나 국민연금 등 특정 복지 급여만 입금할 수 있어 가입 대상도 제한적이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는 내용을 담은 관련 법이 지난해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공표 후 1년이 지나 이달부터 본격 시행됐습니다.
 
이번 생계비계좌는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공약한 '전국민 압류금지 통장제도'의 일환입니다. 외국인이나 미성년자 등을 포함한 전국민 누구나 1인 1계좌만 보유할 수 있으며 최대 250만원까지 압류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급여·연금·복지급여 등 자금 성격에 제한 없이 보호받을 수 있어 기존 압류 방지 통장보다 활용 범위가 크게 넓어진 것도 특징입니다.
 
은행권은 전자금융 및 자동화기기(ATM) 이체·출금 수수료 면제 혜택이나 모바일이나 비대면 채널을 통한 간편가입 등으로 생계비계좌 접근성을 높였습니다. 지방은행 등은 선착순 할인이나 캐시백 등 관련 이벤트를 진행하며 고객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시중은행들은 이번 생계비계좌 출시로 취약차주의 경제적 재기를 돕고 포용금융을 실천하는 다양한 금융 서비스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생계비계좌가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과 재기 가능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저축은행업계, 생계비 계좌 전무 
 
주요 은행들이 앞다퉈 생계비계좌를 출시하는 반면, 중·저신용자 등 취약차주가 몰리는 저축은행업권은 오히려 잠잠한 모습입니다. 국내 전체 79개 저축은행 중에서 생계비계좌를 출시한 곳은 다올저축은행이 유일했습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다올저축은행은 전날 생계비계좌 'Fi(파이) 생활 안심통장'을 저축은행업권 최초로 출시했습니다. 예치금 구간별로 50만원 이하 연 2.5%(세전), 50만원 초과분에 연2.0%(세전)의 기본금리를 적용한 상품입니다. 또한 시중은행과 증권사 오픈뱅킹에 계좌를 등록하면 익일부터 연 0.5%p의 우대금리를 적용해 최고 연 3.0%(세전)의 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압류 방지 기능에 금리 혜택을 더한 것은 다올저축은행만의 차별화 지점입니다. 1금융권에서는 기본 이자율 0.1%~0.5%대를 제공하며, 우대금리를 더해도 연 1.0%(세전)대 수준의 금리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다올저축은행 관계자는 "Fi 생활 안심통장은 최소한의 생계를 지켜주는 금융 안전망인 동시에 직장인들의 생활비 관리 통장으로도 적합한 상품"이라며 "실용적인 금융 솔루션 서비스 출시로 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다올저축은행을 제외하고 대형 저축은행을 비롯한 다른 저축은행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저축은행은 고객·수요 측면에서 실익이 크지 않은 데다 정책적 관심도 시중은행에 쏠려 있어 전반적으로 적극성을 보이기 어려운 구조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업권 자체가 1금융에 비해 고객 수가 적은 편인데, 그중에서도 압류 대상 고객 규모는 터무니없이 적다"며 "고객 입장에서도 굳이 저축은행을 찾기보다는 접근성 좋은 시중은행 가서 만드는게 빠르니까 니즈도 적은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타행들도 크게 관심 가지고 있진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정부에서도 저축은행보다는 시중은행 같은 큰 조직에 포용금융이나 상생금융 실천을 바라다 보니까 정책에 발맞추려는 부담도 반영된 움직임 같다"고 바라봤습니다.
 
서울 시내 한 은행 창구.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뉴시스)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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