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시 쇼크'에…코스피 5000선 붕괴
'매파' 워시 지명에 커진 유동성 경계
"과열 뒤 동시 조정…추세 전환은 아니다"
2026-02-02 17:20:21 2026-02-02 17:59:51
[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코스피 5000선이 무너지고 금 가격이 하한가를 찍었습니다. 코스피가 5000선 아래로 내려온 것은 지난달 26일 이후 5거래일 만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연준의 양적완화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던 케빈 워시 전 연방준비제도(Fed) 이사가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되면서 그동안 풍부한 유동성을 전제로 움직이던 자산시장이 하루 만에 급변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번 '워시 쇼크'를 새로운 악재라기보다 단기간 과열됐던 자산 가격이 한꺼번에 조정을 받은 분기점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코스피 '패닉 셀링'…5% 급락에 사이드카까지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74.69포인트(5.26%) 내린 4949.67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지난달 27일 종가 기준 사상 처음으로 '오천피'를 달성한 이후 처음으로 5000선을 하회한 것입니다. 지수는 전장 대비 101.74포인트(1.95%) 하락한 5122.62로 출발한 뒤 낙폭을 키웠고 장중 한때 4933.58까지 밀리기도 했습니다. 지수가 급락하자 거래소는 이날 오후 12시31분 올해 첫 매도 사이드카를 발동했습니다.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가 지수 하락을 주도했습니다. 개인이 4조5873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조5161억원, 2조2128억원을 순매도하며 하방 압력을 키웠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차기 의장 후보로 통화 긴축에 무게를 두는 케빈 워시가 지명되면서 투자심리가 빠르게 위축됐습니다. 경기 부양 기조에 우호적인 비둘기파 인사가 선택될 것이란 기존 기대가 뒤집히며 시장의 경계심이 커진 영향입니다.
 
워시 전 이사는 2006~2011년 연준 이사로 재직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추진된 대규모 양적완화(QE)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해온 인물입니다.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 확대가 자산 가격 왜곡과 금융 불균형을 키운다고 지적하며 통화정책 정상화와 연준의 독립성을 강조해왔습니다. 이 여파로 뉴욕 증시 역시 전날 약세로 마감했고, 글로벌 위험자산 회피 흐름이 국내 증시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습니다. SK스퀘어(402340)가 11.40% 급락했고 SK하이닉스(000660)(-8.69%)와 삼성전자(005930)(-6.29%)가 동반 하락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4.69%), HD현대중공업(329180)(-4.52%), LG에너지솔루션(373220)(-4.52%), 현대차(005380)(-4.40%),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1.95%), 기아(000270)(-1.64%) 등 주요 대형주 전반에서 차익 실현 매물이 집중됐습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대규모 순매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개인의 단독 순매수만으로는 지수 하방을 지지하기 어려웠다"며 "지난달 코스피가 거의 전 거래일 상승하며 상대강도지수(RSI)가 과매수 구간에 진입한 상태에서 외부 충격이 겹치며 조정이 증폭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코스닥도 충격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51.80포인트(4.44%) 하락한 1098.36에 마감했습니다.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2144억원, 4081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기관은 5499억원을 순매도했습니다. 에이비엘바이오(298380)만 소폭 상승했고 리노공업(058470)(-10.58%), 에코프로비엠(247540)(-7.54%), 알테오젠(196170)(-4.60%), 삼천당제약(000250)(-3.43%), HLB(028300)(-2.34%), 레인보우로보틱스(277810)(-2.20%), 코오롱티슈진(950160)(-2.00%) 등 대부분 종목이 하락했습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4.8원 오른 1464.3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습니다. 종가 기준으로는 지난달 23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장중 올해 첫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코스피가 급락한 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가 전 거래일 보다 274.69 포인트(5.26%) 내린 4949.76 포인트를 나타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금은 가격 동반 급락…ETF까지 번진 조정 
 
주식시장 급락과 함께 귀금속 시장도 강한 조정을 받았습니다. KRX 금 현물 가격은 장중 한때 하한가를 기록했고 종가는 1g당 22만7700원으로 마감했습니다. 최근 이어졌던 급등 흐름이 하루 만에 꺾인 모습입니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금·은 가격 급등을 주도해온 중국발 투자 자금이 워시 지명 이후 차익실현에 나서며 매도 압력을 키웠다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금 가격 급락은 ETF 시장으로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ACE KRX금현물(-12.36%), TIGER KRX금현물(-10.88%), KODEX 골드선물(H)(-9.97%), TIGER 골드선물(H)(-9.88%) 등 금 관련 ETF들이 일제히 두 자릿수에 가까운 하락률을 기록했습니다. 금 광산 기업에 투자하는 HANARO 글로벌금채굴기업 ETF도 11.05% 하락했습니다.
 
은 가격 하락은 더 가팔랐습니다. 국제 은 현물 가격은 하루 만에 30% 이상 급락하며 역사적인 변동성을 보였고 KODEX 은선물(H)은 27.41% 급락했습니다. TIGER 금은선물(H) 역시 12% 넘게 밀리며 귀금속 전반으로 매도 압력이 확산됐습니다. 금보다 규모가 작고 레버리지 거래 비중이 높은 은 시장 특성상 중국 자금의 유입·이탈에 따른 변동성이 낙폭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조아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워시 전 이사 지명 이후 유동성 긴축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면서 달러 강세와 함께 금·은 등 유동성 민감 자산에서 급격한 조정이 나타났다"고 진단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급락을 추세 붕괴로 단정하기보다는 단기간 과열 이후 나타난 조정 국면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케빈 워시 차기 연준 의장 불확실성과 귀금속 급락, 1월 폭등 이후 누적된 지수 속도 부담이 맞물리며 차익실현 압력이 한꺼번에 출회됐다"며 "조정은 불가피했지만 하루에 4~5%씩 하락한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30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차기 의장으로 지명된 케빈 워시가 2011년 11월28일 뉴욕에서 열린 미국외교협회(CFR)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AP/뉴시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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