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보상금 받았으면 끝?…5·18 '정신적 피해 위자료' 청구권 인정
대법 “권리행사 막는 장애 있다면 단기 소멸시효 진행 안 돼”
2026-01-22 15:44:36 2026-01-22 15:44:36
[뉴스토마토 신다인 기자] 5·18민주화운동 피해자 유족이 이미 보상금을 받았더라도,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별도의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왔습니다. 소멸시효가 이미 지났다는 정부 주장을 물리치고, 5·18 유족의 정신적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 청구의 길을 열어준 겁니다. 
 
조희대(가운데)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2일 오후 5·18 피해자 유족 유모씨 등 15명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가족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이에 따라 원심판결을 일부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5·18 피해자 유족의 위자료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였습니다. 정부는 유족들이 이미 과거 정부에서 8차례에 걸쳐 보상금을 받은 만큼, 그 시점부터 3년이 지난 시점에서 위자료 청구권도 소멸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앞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게 폭행을 당하거나 사망한 피해자들의 가족 39명은 1990~1994년 사이 구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광주민주화보상법)’에 따라 보상심의위원회로부터 보상금을 받았습니다. 해당 법은 보상금 지급이 이뤄질 경우 민사소송법상 ‘재판상 화해’가 성립한 것으로 간주해, 추가적인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2021년 5월, 이 법이 정신적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 청구권 행사까지 막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습니다. 헌재 결정으로 5·18 피해자와 유족들은 정신적 손해에 대해서는 별도로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얻게 됐습니다.
 
이에 유씨 등은 그해 11월, 헌재 결정 이후 정부를 상대로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피해자나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안에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한다며, 보상금 지급 결정 시점부터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맞섰습니다. 민법 766조는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손해나 가해자를 알게 된 날부터 3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1심은 유족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2023년 3월 1심 재판부는 “(유족들의) 고유 위자료 채권은 이 사건 헌법재판소 결정 선고일인 2021년 5월27일까지 그 단기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았다”며 1인당 10만원 상당의 위자료 지급을 인정했습니다. 
 
반면 2023년 9월 2심 재판부는 유족들이 보상금 수령에 동의한 것과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청구는 별개의 사건이라고 보았습니다. 화해계약에 의해 정신적 위자료 청구 행사가 제한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청구권의 소멸시효 역시 지났다고 보았습니다. 2심 재판부는 “원고들은 고유 위자료 채권은 이들이 보상심의위원회로부터 보상금 등 지급 결정을 받은 날로부터 진행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습니다. 
 
이날 대법원은 2심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전원합의체는 민법상 소멸시효의 기산점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는 형식적인 기준이 아니라, 권리 행사가 객관적으로 가능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대법원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함에 있어 객관적, 합리적 기대 가능성을 부정하는 사유가 있다면 그것이 일반적으로 이해되는 법률상 장애사유가 아니라도 단기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신다인 기자 shin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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