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다인 기자] 동일한 작업 현장에서 같은 사업주의 명령을 수행하던 지게차 임대업체 소속 기사가 함께 일하던 협력업체 노동자를 다치게 했다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구상금 청구 대상인 ‘제3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소속은 다르더라도 ‘동일한 위험을 공유’하며 일했다면, 산재보험 체계의 ‘외부인’으로 볼 수 없다는 기준을 제시한 겁니다.
2022년 5월24일 오후 서울 시내 한 골목에서 지게차 운전수가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2일 오후 근로복지공단이 지게차 임대인 임모씨와 운전기사 이모씨를 상대로 산재보험금을 물어내라며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이 사건은 2017년 상주~영천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건설공사 현장에서 발생했습니다.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 A씨는 지게차 임대업체 소속 기사 이씨와 함께 철근 운반 작업을 하다 사고를 당했습니다. A씨는 목뼈 골절과 척수 손상을 입어 그해 6월부터 산재 보험급여를 받았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보험급여를 지급한 뒤, 사고 책임이 있는 지게차 운전기사와 임대인을 상대로 구상금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산재보험법 87조 1항은 ‘제3자’의 행위로 재해가 발생해 보험급여가 지급된 경우, 공단이 피해 노동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신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1·2심은 공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지게차 운전기사는 하청업체 근로자가 아니고, 임대업체 역시 별도의 사업주이므로 재해 노동자와 산재보험관계가 없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이에 따라 공단이 보험급여를 대신 지급한 범위 내에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제3자에 대한 판단 기준 자체를 다시 세웠습니다. 대법원은 “공단의 대위권의 행사 범위는 보험료 부담관계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노무 제공자들이 동일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업무상 재해에 관한 공동의 위험관계를 형성하고 있는지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지게차 운전기사가 재해 노동자의 사업주와 고용계약을 맺지 않았더라도 동일한 사업주의 지휘·명령 아래 그 사업의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면, 양측은 사업장에 내재한 위험을 공유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봤습니다. 이에 따라 지게차 운전기사와 임대인은 산재보험법상 ‘제3자’에 해당하지 않으며, 근로복지공단은 이들을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대법원은 앞서 2008년 4월 이후 유사한 사건에서 공단의 구상권 행사를 인정하는 판례를 내려왔으나, 이날 판결과 배치되는 판례를 모두 변경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다만 오석준·서경환 대법관은 다수의견에는 동의하면서도 별개의견을 내고 “제3자’를 ‘보험가입자인 사업주와 함께 직·간접적으로 재해근로자와 산재보험관계가 없는 사람’으로 정의한 종전 판례의 법리는 합리적일 뿐만 아니라 체계적으로도 타당하다”고 했습니다.
신다인 기자 shin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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