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도시정비사업이 연초부터 가열되고 있습니다. 주요 건설사들이 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사업에서 잇따라 시공권을 확보한 가운데 올해 정비사업 수주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80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가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현대5차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시공권을 확보하며 올해 첫 수주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이 사업은 기존 282가구를 324가구 규모로 확대하는 프로젝트로, 공사비는 1709억원입니다. 수직·수평 증축 방식으로 세대수를 늘리는 이번 사업을 통해 포스코이앤씨는 리모델링 분야에서 축적한 경쟁력을 재차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후 대형사들의 움직임도 빨라졌습니다. 롯데건설은 지난 17일 송파구 가락극동 단지 재건축 계약을 체결하며 올해 들어 첫 성과를 냈습니다.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운 롯데건설은 이곳에 지하 3층·지상 35층 규모로 총 999가구를 공급합니다. 예상 공사비는 약 4708억원으로 알려졌습니다.
같은 날 대우건설과 코오롱글로벌 역시 각각 지방과 수도권에서 시공권을 따냈습니다. 대우건설이 맡게 된 부산 사직4구역은 지하 4층에서 지상 39층 높이로 1730가구를 공급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입니다. 공사비 규모는 약 7923억원 규모입니다. 코오롱글로벌의 안산 현대1차 재건축은 673가구 규모로, 약 2180억원의 공사비가 들어갑니다.
이달 중 시공사 선정이 예정된 사업지도 남아 있습니다. GS건설은 송파한양2차 재건축 우선협상자 지위를 확보한 뒤 31일 조합 의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앞서 GS건설은 두 번의 공모에 단독 참여하며 수의계약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해당 현장의 예산은 6856억원 규모입니다. 호반건설은 경기 안산 고잔연립6구역 재건축사업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돼 시공권 확보가 유력한 상황입니다. 해당 사업은 조합 총회를 거쳐 이르면 이달 내 시공사 선정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울 한강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서울 핵심지 70여곳 시공사 선정, 조 단위 사업 주목
올해 주목할 만한 대목은 계약 건수와 함께 개별 현장의 규모입니다. 서울에서만 연내 70여곳에 달하는 정비사업장이 시공사를 물색할 예정이며, 이 중 상당수가 조 단위에 이르는 대규모 프로젝트입니다. 업계는 한강을 따라 형성된 핵심 주거지들의 시공사 선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압구정과 성수, 여의도, 목동 일대에서 대단위 재건축·재개발이 시동을 걸면서 시공자 선정 경합도 격화될 전망입니다. 현대건설, 삼성물산, GS건설 등은 핵심 사업지 공략을 위한 위한 별도 팀을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리적 가치와 브랜드 제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전략적 행보라는 설명입니다.
분양시장 침체와 신규 택지 공급부족이 맞물리면서 정비사업 시장 규모가 확대됐는데요. 수도권 외곽 지역의 주택 프로젝트가 정체되자 건설사들이 도심 정비사업에 집중 투자하는 구도가 형성됐습니다. 또 중앙정부의 공급 활성화 방침과 서울시의 신속한 인허가 제도 운영도 성장세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 기준 정비사업을 통한 신규 주택 계획 물량이 양천·송파 지역 등을 중심으로 10만가구를 넘어섭니다. '똘똘한 한 채' 선호 심리가 강화하면서 서울 핵심 입지 재건축에 대한 수요는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점쳐집니다.
그러나 경쟁이 과열 양상으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됩니다. 원가 상승과 자금 조달 부담 속에서 건설사들이 수익성과 위험도를 면밀히 검토하는 선별 전략을 고수하고 있어섭니다. 자재비와 인건비, 장비 임대료가 일제히 오르면서 시공 원가는 작년 대비 20% 넘게 뛰었습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통계상 작년 11월 공사비 지수는 132.45를 찍으며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달했습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연중 어떤 사업지를 선점하느냐가 핵심인데요. 수주액 증가뿐 아니라 결국 수익을 낼 수 있는 우량 사업을 골라내는 게 관건입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시점에 수주하는 한강벨트 프로젝트 하나가 회사의 향후 10년 지위를 좌우한다"며 "브랜드 경쟁력 제고와 장기 사업 구성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 요구되는 국면"이라고 말했습니다.
올해 정비사업 시장이 단순한 ‘수주 규모 경쟁’을 넘어 사업 방식과 내용 면에서도 변곡점을 맞이할 텐데요. 조합의 요구 수준이 높아지면서 설계 차별화, 금융 지원 조건, 공사비 안정성 등이 시공사 선정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일부 사업장에서는 브랜드보다 사업관리 능력과 조합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제안이 당락을 가르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중견 건설사와 대형 건설사 간 역할 분화도 뚜렷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초대형 정비사업은 자금력과 브랜드를 앞세운 대형사가 주도하되, 중소·중견 사업장은 지역 밀착형 전략이나 특화 설계를 강점으로 한 경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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