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입찰 담합 혐의' 제약사 6곳, 대법원서 무죄 확정
1심 “조직적으로 담합…공정 경쟁 방해”
2심 “'경쟁 없는' 입찰…제도 미비 문제”
대법 “공소사실 대해 범죄의 증명 없다”
2026-01-07 15:07:06 2026-01-07 15:07:06
[뉴스토마토 신다인 기자] 정부가 발주한 백신을 입찰받는 과정에서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제약사 6곳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습니다. 검찰은 이들이 낙찰가를 미리 짜고 들러리 업체를 내세웠다고 의심했지만, 법원은 독점 공급 구조상 경쟁 자체가 성립하기 어려워 담합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사진=뉴시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 4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SK디스커버리, 보령바이오파마, 녹십자, 유한양행, 광동제약,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등 제약사 6곳과 관계자 7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무죄로 판단했다”며 상고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앞서 검찰은 이들 제약사가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등에 대한 정부 입찰에 참여하면서 낙찰가를 미리 짜고, 다른 도매업체를 들러리로 내세워 공정한 경쟁을 방해했다는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이에 대해 1심 법원은 검찰의 주장을 모두 인정했습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백신공급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백신 제조사들과 의약품 유통업체들의 조직적·지속적 담합을 통해 이루어졌고, 범행이 수차례에 이르며, 그로 인한 피고인들의 매출액도 상당한 액수에 이르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죄책이 무겁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제약업체 관계자 7명에게 벌금 300만~5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SK디스커버리와 광동제약에는 각각 벌금 3000만원, 보령바이오파마와 유한양행에는 각각 벌금 5000만원, 녹십자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에는 각각 벌금 7000만원을 물렸습니다.  
 
하지만 2심 판단은 1심과 달랐습니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입찰에서 실질적인 경쟁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고 전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정부총량구매 방식의 입찰 구조상, 독점 공급권을 보유한 업체 외에는 현실적으로 낙찰 가능성이 없었다고 판단한 겁니다.
 
재판부는 “각 입찰에서 낙찰자가 될 현실적인 가능성이 없었던 점, 질병관리본부가 피고인들에게 공동행위를 종용하였던 점”등을 고려하면 “피고인들의 행위가 적법하고 공정한 입찰을 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거나, 자유경쟁을 통한 가격형성에 부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재판부는 제도적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질병관리청은 입찰 당시 해당 백신을 공급할 수 있는 제약사가 사실상 한 곳뿐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입찰 절차 시행 전 조달청에 수의계약 가능 여부를 문의했지만, 조달청으로부터 계약 금액이 5000만원을 넘으면 수의계약이 불가능하다는 회신을 받아 공개입찰을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2심 재판부는 그러면서 “질병관리청이 파악하는 문제의 근본 원인은 수의계약이 아닌 입찰을 실시하고, 그 경우 단독 입찰이 되어 낙찰자가 결정되지 않았던 것”이라면서 “피고인들의 행위가 근본적으로 독점 공급되는 백신까지 굳이 입찰을 진행하도록 한 제도 미비 문제는 아니었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이 법리를 오해하지 않았다며 검찰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신다인 기자 shin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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