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직매립' 금지에 전국 소송전…승부처는 '절차 완성도'
쓰레기 직매립 금지 '예고'에 지자체-주민 '행정소송' 확산 중
행정법원, 서울 마포 소각장 ‘위원구성·타당성조사 하자’ 인정
순천·세종 등 소각장 소송은 지자체 승소…“절차상 위법 없다”
2026-01-06 18:24:52 2026-01-06 18:30:00
[뉴스토마토 신다인 기자] 2030년부터 전국적으로 생활쓰레기 직매립이 금지되면서, 필수시설인 소각장 등 처리시설의 입지 선정을 둘러싼 행정소송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쓰레기 처리시설 확충에 나섰지만, 혐오시설의 '지역 내 설치'를 반대하는 주민들과의 마찰로 법적 분쟁이 끊이지 않는 겁니다. 최근 1심 판결들을 보면, 법원은 주민 반발의 규모나 단순 민원 여부보다는 지자체가 소각장 등 쓰레기 처리시설 입지 선정 과정에서 법에 정한 행정 절차를 충실히 이행했는지를 핵심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2023년 9월4일 서울 마포자원회수시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포구 쓰레기 소각장 신설 최종 결정을 반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올해 1월 1일부터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는 생활쓰레기를 땅에 바로 묻는 것이 금지됐습니다. 2021년 개정된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반드시 소각하거나 재활용 과정을 거친 뒤 남은 찌꺼기만 매립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쓰레기 직매립 금지는 2030년부터는 수도권 외 전국으로도 확대됩니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는 서둘러 소각장 확보에 나섰지만 곳곳에서 제동이 걸렸습니다. 주민들이 건강권 침해와 환경 오염 등을 우려하며 자기 지역 내 설치를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쓰레기 소각장 등이 환경을 오염시키는 건 물론 다오익신 등 환경호르몬을 배출해 불임과 기형, 발달장애,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주민들의 공포감과 불안감이 커진 일부 지역에서는 지자체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시와 마포구의 갈등입니다. 2022년 서울시는 마포구 상암동에 약 1000톤의 처리 용량을 갖춘 광역자원회수시설(소각장)을 신설하려 했으나, 행정소송에 발목이 잡혔습니다. 마포구 주민 1850명이 2023년 11월 '구민 동의 없이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최종 후보지를 결정했다'라면서 소송을 제기한 겁니다. 주민들은 △위원 11명으로 입지선정위원회를 꾸려야 하는데, 서울시가 위원을 10명만 둔 점 △위원 중 전문가와 마포구 주민을 포함하지 않은 점 등도 문제로 삼았습니다.
 
이에 재판부는 입지 선정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며 마포구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2025년 1월10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김준영)는 "이 사건 입지선정위원회의 구성에 하자가 있고, 입지 후보지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위한 전문연구기관의 선정에 관하여도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주민들이 요구한 '처분 무효'는 기각했습니다. 재판부는 "위와 같은 절차적 하자는 중대하기는 하나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이 사건 처분의 절차적 하자의 정도는 취소사유에 불과할 뿐, 당연 무효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서울시는 행정법원 판결에 불복, 항소심을 진행 중입니다. 항소심 선고는 오는 2월12일입니다. 
 
순천시 역시 2030년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조치에 대비하기 위해 연향동에 폐기물 처리시설 건립을 추진했으나, 법적 공방이 겪고 있습니다. 순천시가 2023년 연향동 일원을 폐기물 처리시설 부지로 선정하자, 이듬해 주민들은 입지 선정과 절차적 하자가 있다며 행정소송을 냈습니다. 소송 제기엔 주민 3115명이 동참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소각장 입지를 결정하는 절차가 적법했다고 판단했습니다. 2025년 11월20일 광주지법 행정1부(김정중 부장판사)는 "입지선정위원회의 후보지 타당성 조사에 평가상 오류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의 청구는 이유가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고 했습니다. 주민들은 이에 반발, 11월27일 항소장을 제출했습니다. 
 
세종시에서도 북부권 폐기물 처리시설(친환경종합타운) 건립을 놓고 주민들과 지자체가 소송을 벌이는 중입니다. 2023년 7월 세종시는 전동면 송성리 일대에 하루 480톤의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소각장 설치를 고시했습니다.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폐기물시설촉진법)에 따라 소각장을 설치하려면 주변 300m 이내 주민들에게 사업 동의서를 받아야 합니다. 당시 기준으로 주민 동의 대상자는 18명이었는데, 동의서 제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인근 주민들이 소각장 입지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한 겁니다. 
 
하지만 법원은 세종시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2025년 11월20일 대전지법 제2행정부(부장판사 정선오)는 "주민대표의 선정기준에 대한 내용 역시 적법하다"며 "(타당성 조사 기관) 의결 과정이 절차상 위법하다거나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고, 그 밖에 어떠한 절차상 위법이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 원고들의 주장은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갈등은 진행형입니다. 주민들이 지난해 12월 1심에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행정소송의 핵심 쟁점이 '절차'에 있다고 설명합니다. 김보미 '사단법인 올' 변호사는 "법원은 절차적 위법성을 판단할 때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조사가 누락됐는지, 법에서 정한 조사 반경을 준수했는지 등을 중심으로 본다"며 "지자체는 관련 자료를 충분히 확보하고 형식적 절차를 비교적 충실히 이행하는 경우가 많아 행정소송에서 승소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지자체의 책임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입지 선정 이전부터 주민들과 충분히 소통하며 설득했어야 한다"며 "소각장 건설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소송이 이어지는 기간 동안 생활폐기물 분리배출을 위한 전처리시설 등 대안을 함께 마련했어야 했다"고 했습니다.
 
신다인 기자 shin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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