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연말을 앞두고 유통업계 전반에 인력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장기화된 내수 침체와 소비 둔화 속에서 주요 기업들이 잇달아 희망퇴직 카드를 꺼내 들면서 비용 절감을 넘어 사업 구조 자체를 재편하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통상 희망퇴직은 실적 악화 등 위기 상황에서 선택되는 최후의 수단으로 여겨져왔는데요. 그러나 최근 유통업계의 인력 감축은 단기 실적 방어에만 초점이 맞춰진 조치라기보다 산업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조직 개편의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편의점·뷰티 업계까지 번진 희망퇴직 바람
17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24는 최근 부장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성격의 '커리어 리뉴얼 프로그램'을 도입했습니다.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이죠. 신청자는 경력 재설계 또는 점포 창업 지원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며 최대 월 급여 24개월분의 위로금과 생활지원금 전직 지원 등이 제공됩니다.
이마트24의 인력 감축은 실적 부진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이마트24는 올해 3분기까지 9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는데요. 출점 경쟁이 한계에 이르면서 점포 수 확대만으로는 수익성 개선이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편의점 업계 전반에서는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GS리테일과 세븐일레븐 운영사 코리아세븐 역시 하반기 희망퇴직을 실시했죠. 이로써 편의점 업계에서는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을 제외한 주요 3사가 모두 인력 감축에 나섰습니다.
화장품 업계의 대표주자인 아모레퍼시픽그룹의 희망퇴직은 업계 안팎에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최근 근속 15년 이상 또는 45세 이상 경력 입사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공지했습니다. 코로나19로 실적이 급격히 악화됐던 2020년 이후 약 5년 만이죠.
이번 희망퇴직은 실적 악화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전 사례와 결이 다르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3조3680억원, 영업이익 313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뚜렷한 실적 개선세를 보였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에 나선 배경으로는 국내 화장품 시장의 성장 둔화와 유통 환경 변화가 꼽힙니다. 내수 중심의 사업 구조로는 중장기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오프라인 중심 조직을 재정비하고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은 이커머스와 디지털 채널 중심으로 유통 전략을 전환하는 한편 오프라인 매장의 역할도 단순 판매 공간이 아닌 브랜드 경험 공간으로 재정의하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이니스프리와 에뛰드 등 로드숍 중심의 단일 브랜드 매장은 대폭 축소됐습니다.
롯데·LG도 가세…유통 전반으로 확산
이 같은 인력 재편 흐름은 특정 기업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롯데칠성음료는 근속 10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시행했고 롯데그룹 계열사 전반에서도 유사한 조치가 이어지고 있죠. LG생활건강 역시 오프라인 판매 인력을 중심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습니다.
유통업계에서는 소비 둔화와 인건비와 물류비 상승, 온라인 채널과의 경쟁 심화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고정비 부담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특히 오프라인 중심으로 확장돼온 조직 구조가 디지털 전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인력 재배치와 감축이 불가피해졌다는 시각도 적지 않는데요.
한 업계 관계자는 "외형 성장에 의존하던 기존 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유통산업 전반의 재편이 진행 중인 만큼 연말을 지나서도 조직 효율화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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