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3일 "북한과 미국의 대화 여건 조성에 필요하다면 한·미 연합훈련 문제도 논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만남 당시 띄운 '페이스메이커'(보조자) 역할을 통해 북·미 대화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도로 보이는데요. 이와 함께 핵연료 추진 잠수함(핵잠)에 대해선 "핵 비확산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미국이 북한 '체제 보전' 보장 가능"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12·3 비상계엄 1년' 계기 외신 기자회견을 통해 "빛의 혁명으로 전 세계가 놀랄 만한 친위 쿠데타 진압, 그리고 민주정부 수립이 이뤄졌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각국 정부의 역할, 또 미국 정부의 역할도 크게 작용했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세계 시민에도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이라는 문화 강국, 경제 강국, 군사 강국에서 친위 군사쿠데타라는 매우 후진적 사태가 발생했을 때 참으로 많이 놀랐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세계가) 함께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준 덕분에 대한민국에 시민혁명이, 빛의 혁명이 성공할 수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미 연합훈련 조정 가능성을 시사하며 "(북·미가) 언제든 소통하고 협력하도록 우리가 객관적 상황을 최대한 조성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한·미 연합훈련도 그 중 하나"라며 "(북·미) 대화 여건 조성과 미국이 전략적 레버리지(지렛대)가 필요하면 (한·미 연합훈련) 문제를 최대한 논의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그래야 (북·미 간) 대화 문을 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역설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월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반도 평화 진전을 위한 '피스메이커'(평화 중재자) 역할을 요청한 이유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그는 "북한은 한국의 대화 노력을 전적으로 거부하고 있지만, 미국은 (한국보다)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이 중시하는 '체제 보전'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은 미국이라는 게 북한 판단"이라며 "지금은 북·미 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만남에서 '페이스메이커'(보조자) 역할을 띄워 북·미 대화를 적극 지원하려 했습니다. 이재명정부도 북한과 대화 물꼬를 트기 위해 연일 대화 손짓을 내밀고 있는데요. 다만 북한 측은 아직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새롭게 선 민주주의, 그 1년' 외신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자체 핵무장은 비상식적…비핵화, 남북이 합의한 대원칙"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은 북한과 관계 복원에 대해 "(북한과) 끊임없이 대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조정자 역할을 하는 게 근본적으로, 주체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이라면서도 "현재로선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대해선 "남북이 합의한 대원칙으로, 한국도 핵확산 금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자체 핵무장은) 비상식적 행동이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우리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건조를 승인받은 핵잠에 대한 질문도 있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워싱턴 D.C.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경주에서 개최된 두 차례 정상회담에 대해서 언급했습니다. 그는 "핵잠을 확보하게 됐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라고 전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의 핵잠 건조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가 약화되는 게 아니냐'는 질의에 대해선 부인했는데요.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문제가 핵확산 금지와 직접적 관계가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그는 "한국이 핵무장을 하면 핵도미노 현상을 부르게 된다"며 "(국제사회로부터) 엄청난 제재를 견뎌야 하고 북한처럼 될 텐데 우리 경제가 버텨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측에) 핵 우라늄 농축을 러시아에서 30% 수입한다고 했더니 트럼프 대통령이 '자체 생산하면 많이 남겠다. 동업하자'고 제안해 5대5로 동업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통령은 핵잠 건조 장소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제조업 부흥 측면에서 미국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다"며 "계속 협의해야 하지만 우리 관점으로는 (미국에서) 생산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피력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중·일·러 등 주변국과의 관계는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이어가겠다고 재천명했습니다. 특히 최근 불거진 중·일 갈등과 관련해 "한쪽 편을 든다면 갈등이 더 격해질 것"이라며 "중재나 조정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중국과 관계에 대해선 "안정적 관리가 중요하다"고 진단했습니다. 일본과 관계에 대해선 "사도 광산 같은 과거사 문제, 문제들도 사실은 깔끔하게 해결되지 않는 게 분명하다"면서도 "한·일 관계가 긍정적이고 미래 지향적으로 되길 바란다"고 답했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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