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가 망신"이라더니…'코인사기 업체' 토론회 부른 민주당
2023년 사우디아라비아 순방 동행해 논란된 '코인사기 업체'
김우영 의원실, '블록체인 경쟁력 강화' 토론회 발표자로 선정
해당 업체 대표 A씨, 지난 2월 사기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 중
2025-12-03 13:37:59 2025-12-03 17:22:21
[뉴스토마토 김태현 기자] 김우영 민주당 의원이 윤석열씨의 사우디아라비아 순방(2023년 10월) 당시 논란이 됐던 코인사기 업체를 불러 정책토론회를 개최하려고 했다가 취소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우영 민주당 의원이 12월3일 개최하려다가 취소한 '토종 블록체인 경쟁력 강화 지원 방안 정책토론회' 포스터. (사진=뉴스토마토)
 
3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김우영 의원은 이날 오후 2시 국회에서 '토종 블록체인 (메인넷) 산업 경쟁력 강화 지원 방안 정책토론회' 개최를 기획했다가 취소했습니다.
  
정책토론회 포스터에는 이번 행사에 관해 "토종 블록체인 산업의 육성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라고 적혔습니다. 김 의원이 속한 민주당은 현재 원화 스테이블 코인 도입 등 디지털자산을 국가 경쟁력으로 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날 토론회가 갑자기 취소된 건 발표자와 토론자로 나설 예정이었던 가상화폐 업체 대표 A씨 때문인 걸로 드러났습니다. A씨가 코인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서입니다. 
 
A씨는 지난 2월11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및 배임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또 A씨를 비롯한 해당 업체 관계자들은 2018년 2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스캠코인(scam coin, 사기를 목적으로 발행된 가상화폐)'을 발행, 코인 판매 대금 명목으로 투자자 수십 명에게 57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습니다. 특히 A씨는 판매대금 152억원을 배우자가 운영하는 다른 회사에 무담보로 대여·유용한 혐의도 받습니다.
 
이 사건의 공소장 등에 따르면, A씨를 포함한 해당 업체의 관계자들은 자신들이 개발한 코인을 판매하기 위해 "코인으로 원유 거래 등에 기축 통화로 쓰일 예정이다", "사우디아라비아 현 국왕이 소유하는 회사가 코인 개발을 주도한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등 각국의 수상급 인사들이 행사에 참여하고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도 투자했다" 등의 내용을 내세우며 사업을 홍보하고 투자자들을 모았습니다.
 
그러나 해당 코인은 업체가 약속한 가격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으로 해외 거래소에 상장됐습니다. 이후 투자자들은 2019년 말 A씨 등 회사 관계자들을 사기 혐의 등으로 고소했습니다. 이후 피해 금액 일부가 변제되면서 피해자들이 고소는 취하했지만, 검찰은 별도 수사에 착수했고 A씨를 재판에까지 넘겼습니다.
 
더구나 A씨는 지난 2023년 10월 윤석열씨가 사우디아라비아를 순방할 때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해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순방엔 한국경제인협회에서 선정한 139개 기업이 동행했으며, 이 가운데 중소기업 대표는 70명 정도였습니다. A씨는 문제가 된 가상화폐 업체 대신 자신이 대표로 있는 다른 중소기업의 이름으로 경제사절단에 신청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석열씨는 4박6일 동안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를 방문했습니다. 대통령실은 사우디아라비아 순방을 통해 21조원 규모의 새로운 투자·교역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면서 '세일즈 외교'를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A씨의 가상화폐 업체 관계자들은 코인 관련 대화방에서 "사우디아라비아 관련 소식은 좋은 결과가 나올 듯하니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며 홍보하기까지 했습니다. 
 
다만 A씨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공식 행사에는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경제사절단이 사우디아라비아로 출발한 뒤 A씨의 범죄 연루 가능성이 익명의 제보로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이에 그해 11월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윤석열씨가 중동 순방에 코인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는 업체와 동행한 것은 국가 망신이고 국격 실추다"라며 "순방 일정도 사기행각에 이용했을 것이 불 보듯 뻔하다"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강 대변인은 또 "대통령실은 경제단체에 책임을 떠넘길 일이 아니다"라며 "경제단체가 추천한 기업들에 대해 철저하게 검증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2023년 11월10일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박재호 민주당 의원은 한덕수 국무총리를 상대로 해당 사안에 대해 질의했습니다. 그러자 한 총리는 "불법이 있다면 철저하게 수사도 해야 한다"며 "다만 사전적으로 저런 사람들을 걸러낼 수 있는 검증 시스템은 지금은 평판에 의존하는 측면이 아무래도 있을 것 같다. 앞으로 조금 더 신중하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민주당이 불과 2년 전 A씨의 가상화폐 업체를 대대적으로 문제 삼았던 만큼 김 의원이 A씨를 불러 정책토론회를 하려고 했던 건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2023년 11월 민주당은 "대통령실은 경제단체에 책임을 떠넘길 일이 아니다"라며 "경제단체가 추천한 기업들에 대해 철저하게 검증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는데, 같은 지적을 똑같이 받을 판입니다. 문제를 제기한 이민석 변호사도 "김 의원이 정책토론회를 신속히 취소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사전에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책임을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편, 김우영 의원실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정책토론회는 블록체인협회에서 제안이 와서 검토는 했었는데, 저희들이 모니터링을 하고 팩트체크해서 취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태현 기자 taehyun1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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