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방통위가 'MMS' 카드를 꺼내든 까닭
2010-12-20 08:00:00 2011-06-15 18:56:52
[뉴스토마토 이형진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17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마친 뒤 케이블 등 유료방송업계는 물론 주요 신문사들까지 벌집 쑤신듯 술렁거렸다.
 
방통위 업무보고 중 KBS 등 지상파 방송사의 다채널방송서비스(MMS) 도입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었다.
 
MMS는 지상파방송사가 2013년부터 디지털방송으로 전환하면서 현재 1개만 가능한 주파수 대역을 쪼개 최대 4개까지 채널을 늘리는 서비스다.
 
KBS는 이미 MBC와 SBS, EBS 등과 자체 보유 방송프로그램사업자(PP)를 포함해 20여개 채널로 '코리아뷰(K-view)'를 통해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나선 바 있다.
 
문제는 방통위가 KBS의 K뷰 계획을 두고 '허가 사항이고 시장 교란 우려가 있다'고 불허할 뜻을 밝혔다가 돌연 '지상파 MMS 도입 검토'라는 내용을 대통령 업무 보고 포함했다는 점이다.
 
특히 유료방송시장의 도움없이 연착륙이 어렵다는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발표가 임박한 시점에 'MMS 도입' 카드를 꺼내든 방통위의 의도를 놓고 구구한 억측들도 나온다.
 
무엇보다 '정부가 다시 미디어업계 길들이기 나선 것 아니냐'는 의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종편 선정작업과 관련한 상황은 방통위의 의도대로 진행되지 않아온 것이 사실이다.
 
우선 KBS가 방통위 의도와 달리 수신료를 1천원만 인상하겠다고 한 것이 상황을 꼬이게 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새로 선정될 종편의 광고시장 확보를 위해 KBS 수신료를 5000원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KBS2의 광고를 폐지할 것으로 예상해왔지만, KBS가 1천원 인상안을 내놓으면서 구도가 깨진 것이다.
 
또, 종편 안착에 필수적이라고 보이는 20번 이하 낮은 번호 편성 방안도 유료방송 시장의 강자인 케이블업계가 '편성권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방통위는 케이블업계를 견제하기 위한 카드로 같은 장르를 한데 묶는다는 '홈쇼핑 채널 연번제' 방안을 흘려 왔지만, 실제 홈쇼핑 채널 연번제를 실시할 경우 유료방송시장의 급속한 붕괴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방통위 내부에서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 방통위 돌연 민감한 이슈인 'MMS문제'를 꺼낸들자 복잡하게 꼬인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카드 아니냐는 의심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방통위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방통위가 종편 사업자 선정 이후 언론과 방송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MMS가 케이블 등 유료방송업계와 주요 신문사들이 주도하는 종편채널, KBS 등 지상파까지를 모두 영향권 아래 묶어둘 수 있는 회심의 카드"라는 것이다.
 
실제 MMS 문제는 어쩌면 KBS 수신료 인상 보다 훨씬 휘발성이 강한 이슈다.
 
방통위 관계자도 "MMS 문제는 예비 종편사업자가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막을 도리가 없을 것"이라며 "이 경우 종편의 발판인 유료방송 시장이 급속히 위축되고, 광고시장의 편중도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종편사업을 준비 중인 거대 신문 사업자들도 거세게 반발하고 나서는 모습이다. 일부 신문사들은 "MMS 도입은 지상파에 대한 특혜"라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이 문제는 곧 KBS 수신료 인상문제로까지 확대될 조짐이다.
 
하지만 정작 시장에 'MMS 카드'를 던져놓은 방통위는 느긋한 태도다.
 
예상대로 '벌집 쑤셔놓은 듯' 업계가 이해관계에 따라 들끓자, 김준상 방송정책국장이 나서서 "도입이 아니라 '검토'"라고 살짝 말을 바꿔놓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방통위가 KBS 수신료 1천원 인상안도 '검토 중'이라는 푯말만 내걸어 놓고 내년 하반기 이후로 결정을 늦추거나 아예 반려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방송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방통위가 글로벌 미디어 기업을 육성한다는 명분으로 종편 도입 등을 서두르고 있지만, 최근 행보를 보면 결국 방송 장악을 위해 정책 자체를 정치적으로 이용만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뉴스토마토 이형진 기자 magicbulle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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