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굴기, 위협 아닌 현실)'K-조선', 중국에 밀려 2위 '자리매김'
한국, 2008년부터 현재까지 전세계 '수주잔량 1위' 탈환 못해
LNG·암모니아선 등 고부가가치 선종 수주 많지만…거센 추격
친환경선 넘어 자율운항선박 등 초격차 기술경쟁력 확보 필요
"미중 분쟁 심화로 조선업 영향…조선소, 유리한 전략 세워야"
2024-05-10 16:00:00 2024-05-10 16:47:13
 
[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2008년 2월. 한국이 중국에 최초로 선박 수주잔량을 추월당한 시기입니다. 이후 한국은 현재까지 중국을 넘지 못하고 2위 자리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한국 조선업계는 중국 조선업체 대비 친환경 고부가가치 선종 수주량이 많다는 이유를 앞세워 기술력은 우위에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다만, 중국의 추격세가 거세 그 마저도 격차가 빠르게 줄고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이에 친환경선은 물론이고 디지털 자율운항선박과 같은 초격차 기술경쟁력 보유하는 것만이 중국 굴기에 대응할 유일한 대안이란 조언이 나옵니다.
 
10일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집계를 시작한 1996년 1월 이후 한국은 12년 1개월만에 처음 중국에 선박 수주잔량을 따라잡힙니다. 당시 전세계 수주잔량은 2억1133만CGT(표준선 환산톤수·1만2130척)로 나타났습니다. 이 중 중국은 6847만CGT로 32.4%, 한국은 6726만CGT로 31.8%의 점유율로 집계됐습니다.
 
이 시점을 뒤로 한국은 올해 이달까지 중국에 밀려 수주잔량 2위를 기록 중입니다. 특히 이달 점유율은 자료 집계 이후 최고의 격차를 보였습니다. 전세계 수주잔량 1억319만CGT 가운데 중국 점유율은 50.5%, 한국 점유율은 29.8%로 분석됐습니다.  
  
전세계 조선업 1위를 규정 짓는 지표는 수주량과 수주잔량, 건조량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업계에서는 수주잔량을 가장 우선시하고 있습니다. 수주량은 특정 기간의 실적을 나타내지만 수주잔량은 미래 가치까지 반영됐기 때문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3대 지수(수주량·수주잔량·건조량)에서 수주잔량은 미래 실적까지 반영된 내용"이라며 "기저효과 때문에 수주량보다는 잔량을 더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니까 수주잔량 기준 한국은 중국에 지난 2008년 2월부터 16년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전세계 조선업 1위 자리를 내준 셈입니다.
 
국가별 수주잔량 변화 추이.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다행인 건 한국이 현재 고부가가치 선종 수주에선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겁니다. 높은 선가로 꼽히는 선종인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지난해 수주량을 보면 전세계 총 64척 발주 가운데 한국은 51척(79.5%), 중국은 13척(20.3%)을 각각 주문받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어 현재 친환경 연료로 주목받고 있는 초대형 암모니아운반선(VLAC) 수주도 올해 한국 조선소가 전부 따냈습니다. 올해 지금까지 전세계 VLAC 발주량은 총 22척입니다. 이같은 고부가가치 선종을 많이 확보했다는 점에서 한국이 기술력만큼은 중국보다 뛰어나다고 풀이되는 겁니다.
 
그러나 중국의 추격 속도가 위협적입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2050년 국제 해운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조선소들은 이탄소탄소 배출이 없는 친환경 연료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국내 대형 조선업체 중 HD한국조선해양은 작년 중형 액화석유가스(LPG)운반선 2척에 암모니아 이중연료 추진엔진을 적용하기로 결정하고 가장 먼저 건조를 시작했습니다.
 
뛰어난 기술 보유 능력을 보인 한국이지만 이에 질세라 중국도 올해 암모니아 추진선 수주 소식을 전했습니다. 중국 다롄조선은 지난달 말레이시아 국적 해운사인 MISC의 자회사 AET로부터 암모니아 이중연료 추진엔진이 탑재된 유조선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암모니아 추진선은 기술개발 초기 단계로 2027년쯤에나 본격적으로 상용화될 것이란 전망을 받는데 중국이 생각보다 이른 시기에 수주에 성공한 겁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수주 추이를 보면 한국 조선소가 친환경, 가스선 시장에서 여전히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중국의 추격이 거센 만큼 기술 개발을 통해 메탄올과 암모니아, 수소연료 추진선 등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 꾸준히 기술 격차를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따라서 친환경선 뿐만 아니라 자율운항선박 시장 선점에도 발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됩니다. 아울러 미중 간 무역 분쟁이 심화되는 현 상황에서 유리한 전략 수립의 필요성도 언급됩니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은 이미 물량면에서는 우리를 앞서고 있고 고부가가치선박 시장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며 "친환경·디지털 전환에서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보유하는 것만이 유일한 대중국 대응 전략"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최근 중국 조선업의 세계 시장 지배력이 높아지는 점에 대해 미국과 유럽에서 우려를 보이고 있다"며 "미중분쟁에서 앞으로 조선업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 세계의 상황변화에서 기회와 위기를 잘 파악해 적절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전경. (사진=HD현대중공업)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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