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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정성호 "거부권 일상화…할 말 하는 국회의장"
21대 국회, 개혁·민생 입법 부진…22대 국회 소명은 '입법부 효능감'
여야 합의 위한 '의장 적극적 역할' 필요…마지막엔 '다수결 원칙'
기본권 전면적 개정 위한 개헌해야…국회 '무노동 무임금' 찬성
22대 총선 민심, '준 탄핵'…이 정도 '불통·무능' 정권 처음 봤다
2024-05-03 17:22:22 2024-05-03 18:05:39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이 내재적 한계를 가진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남발에 대해 한 마디도 못했습니다. 국회에 대한 압수수색도, 언론에 대한 압수수색도 일상화됐습니다. 입법부 위상을 확립해야 합니다. 국회 권위를 회복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제22대 국회 전반기 의장직에 출사표를 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할 말을 하는 입법부 수장이 될 것"이라며 "이것은 중립의 문제가 아닌 국회가 기본적인 권한과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친명(친이재명)계 좌장'인 정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지지부진했던 '개혁·민생 입법'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입법부의 효능감'을 높이겠다고 자신했는데요. 특히 자신이 "상대를 존중하면서 설득을 이끌어낼 수 있는, 여야 의원들로부터 두루 신망받은 적임자"임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그간 번번이 무산됐던 개헌에 대해서도 권력구조 개편, 기본권 전면 개정 등을 중심으로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는 포부도 전했습니다. 
 
취임 2주년을 맞는 윤석열정부에 대해서는 "이 정도로 민심을 파악 못 하고 무능한 불통 정권은 본 적이 없다"고 혹평하면서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올바른 국회의장의 역할을 해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다음은 정 의원과의 일문일답입니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이 지난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대통령의 여당 지배력↑…국회 신뢰 저하"
 
-4·10 총선이 범야권 압승으로 끝났습니다. 22대 국회 개원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는데요. 윤석열정부 3년 차를 맞아 개원하는 22대 국회가 한국 정치사에 갖는 의미는 무엇입니까. 
 
이번 총선은 기본적으로 윤석열정권에 대한 심판의 의미가 굉장히 큽니다. 또한 국회 다수당이었던 민주당이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무도 부여합니다. 21대 국회는 극단적 갈등과 정치적 부재로, 저출산·고령화·양극화·기후위기 등 많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국민적 관심사였던 개혁입법과 민생입법 모두 부진했습니다. 22대 국회는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고 새 비전을 제시해 '국회에 대한 국민 신뢰'와 '국회가 존재한다는 효능감'을 국민이 느끼게 해야 합니다. 그것이 22대 국회의 소명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거치며 '정치 효능감'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국회에 대한 신뢰는 낙제에 가깝습니다. 근본적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국회 구성원인 국회의원의 문제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대통령에게 문제가 있습니다. 삼권분립 체제이지만 대통령 권한이 압도적 우위에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여당에 대한 대통령의 지배력이 굉장히 큽니다. 대통령이 동의하지 않으면 여당은 어떤 성과도 내지 못하는 구조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국회가 입법으로 민생을 챙겨야 하는데, 야당도 민생 현안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로 정부·여당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부족했습니다. 국회의장도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못한 측면이 큽니다. 합의에 이르지 못했을 때는 다수당과 협력해 속도감 있게 민생·개혁 입법을 추진했어야 했는데, 부족한 점이 있었습니다. 
 
-국회의장에 출사표를 던진 이유가 행정부 우위의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변화를 위한 결단입니까.
 
중요한 요인입니다. 입법·행정·사법이 수평적 관계에서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습니다. 입법부의 수장으로 국회 위상과 권위를 회복하는 데 1차적인 중점을 두겠습니다. 예컨대 거부권은 입법부의 권한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행정부에 준 겁니다. 그런데 거기에도 내재적 한계가 있습니다. 내제적 한계를 넘어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을 그냥 거부해 버리는 것은 안 됩니다.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이 엄중하게 경고하고 자제시켰어야 했지만 한 마디도 못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국회에 대한 압수수색이 일상화됐습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대통령의 '시행령 통치'입니다. 입법부 위상을 확립하는 것이 큰 과제입니다.
 
-정성호 국회의장 시대가 열리면 검찰의 무리한 압수수색 영장청구, 대통령의 시행령 통치에 대해 단호히 맞설 예정입니까. 
 
당연히 할 말은 하겠습니다. 사법부에 대해서도, 정부에 대해서도 자제를 촉구할 것입니다. 
 
"이재명계 좌장?특정 계파에 속한 적 없다"
 
-일각에선 '의장의 당적 보유 금지'를 규정한 국회법(제20조의2)을 근거로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중립의 문제가 아닙니다. 국회가 기본적인 권한과 책임을 다하기 위해 하는 것입니다. 여당이나 야당 편을 들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위임해 준 권한을 갖고 제대로 일하기 위한 기본 조건입니다. 
 
-국회의장 선거가 사상 초유의 관심사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왜 정성호여야 합니까. 
 
첫째, 법률가 출신으로서 국회 위상과 권위 확립에 확고한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둘째, 국회는 민생입법·개혁입법으로 성과를 내야 하는데, 상대 당을 설득해 내는 능력이 있습니다.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았을 때 소수 야당으로서 다수 여당을 설득해 국회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2개씩 받아냈고, 기획재정위원장이었을 땐 파행을 한 적이 없습니다. 예결위원장으로서는 예산안을 법정 기한 내에 딱 통과시켰습니다.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데, 이 지점이 되레 의장직 수행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요.
 
'이재명계 좌장'이라고 얘기들 하지만 가까운 사이일 뿐입니다. 지금까지 어떤 계파에 속한 적도 없고 파벌 만든 적도 없습니다. 민주당 안에서도 통합해 낼 수 있는 정치력이 있습니다. 공정하고 균형있는 입장을 견지해왔기 때문에 여야 의원에게 나름의 신망을 받아왔습니다. 민주당이 다수당으로 통합해야 하는데, 상대를 존중해 설득해 낼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여당 잘못에 대해선 국회의장으로 국회 권위 세우기에 단호하게 하겠습니다. 합의가 안 되면 소수의견 반영해야 하지만 다수결로 단호히 결정해야 합니다. 그게 국회법과 민주주의 원칙에 맞습니다. 
 
-국회의장 경선이 과열되면서 각 후보들이 강경 일변도 발언을 하고 있습니다. 누가 되든 대치정국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큰데요.
 
의장의 정치력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개혁 입법의 주체는 여야 의원입니다. 여야 당대표, 원내대표가 잘 소통할 수 있게 그 틀을 만들어주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습니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이 지난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윤 대통령 참모 실력도 '역대 최악'"
 
-역대 국회의장을 관통하는 키워드 중 하나가 개헌입니다. 정성호의 개헌 플랜이 궁금합니다.
 
역대 의장이 다 개헌을 말했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못 냈습니다. 야당만으로는 안되고 여야 의원이 합의해야 하는데 대통령의 결단이 결국 필요합니다. 윤 대통령이 국가 미래를 생각한다면 개헌에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여야가 확실히 동의하는 것은 5·18 민주화 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는 것입니다. 의원내각제냐 4년 중임제냐 하는 이견은 있지만 5년 단임제에 대한 문제의식도 공유합니다. 1987년 당시 기본권과 지금의 기본권도 다릅니다. 기본권 조항도 전면적인 개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제 곧 윤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맞습니다. 윤석열정부의 지난 2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이 정도로 민심 파악을 못 하고 무능한 불통 정권은 처음 봅니다. 대통령도 문제지만 참모 실력도 역대 최악입니다. 아무런 성과가 없었습니다. 외교 위상은 땅에 떨어졌고, 경제 지표는 최악입니다. 그래서 야당 역할이 더 중요합니다. 
 
-윤 대통령이 영수회담에서도 국정기조 전환을 거부했습니다. 임기 단축 개헌 이야기도 나오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가요.
 
대통령만이 결단할 문제입니다. 사실 이번 총선이 탄핵은 아니더라도 '준 탄핵' 만큼의 평가를 받았습니다. 임기를 단축하는 문제는 결국 헌법 개정 문제라, 대통령이 4년 중임제든 뭐든 헌법 개정에 동의하고 나가야 할 문제입니다. 
 
-윤 대통령이 끝내 '채상병 특검법'을 거부하면, 22대 국회 시작부터 정국 경색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만약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22대 국회에서 다시 법안을 내야 할 것으로 봅니다. 의석 분포를 보면 여당의 협조 없이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 힘듭니다. 8명만 끌고 오면 된다고 하는 데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개혁입법은 여야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서는 안됩니다. 22대 국회 초장부터 어려워지는 나쁜 상황이 됩니다. 윤석열정부는 3년 차부터 국정운영이 힘들어지고 모든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갑니다. 대통령이 그런 상황을 만들어선 안 됩니다. 
 
"국회의장 후 마지막 역할은 '3년 뒤' 정권교체"
 
-해묵은 의제지만, 낮은 국회 신뢰도 탓에 '의원 특권 폐지' 논의가 매번 제기됩니다. 
 
의원 특권이 180가지다, 뭐 다 하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연금은 10년 전에 없어졌습니다. 특권이 뭔지를 면밀히 분석해야 하는데 정부에 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특권이 아닙니다. 국회의원의 세비가 과도하다면 잘 검토해 줄이는 것도 괜찮습니다. 다만 전체 공무원 임금 체계가 있어 고려는 해야 합니다. 무노동 무임금은 해야 합니다. 본회의와 상임위원회를 확실히 열어야 합니다. 의회를 안 열고 법안 처리를 안 하면 무노동 무임금을 해야 합니다. 윤리 문제도 중요합니다. 비상설 특위인 윤리특위를 상설화하고 윤리 규정도 바꿔야 합니다. 
 
-역대 의장 중 롤모델로 삼을만한 인물이 있습니까. 
 
민주당 출신 중에서는 문희상 전 의장입니다. 1당이긴 했어도 다수당이 아닌 어려울 때 맡았는데, 선거법과 검찰개혁법을 그 분 때 통과시켰습니다. 여야 타협을 유도하다가 결단을 내렸는데 의회주의자로서 노력을 많이 했다고 봅니다. 
 
-국회의장은 중진 의원의 마지막 여정입니다. '정치인 정성호'의 꿈은 무엇입니까. 
 
후배에게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정치의 역할이 있습니다. 의장은 당적을 이탈했다 원당으로 복귀하는데, 민주당 당원으로서 민주당이 3년 후에 집권할 수 있게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대담=최신형 정치부장, 정리=뉴스토마토 김진양·유지웅 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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