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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주52시간' 발묶인 해외현장)④득보다 실 많은 현실…해결방안은?
서진형 교수 "국가별 기술력 차이 감소는 사실…가격 경쟁력 필요해"
류순건 노무사 "한국과 근로기준법 비슷한 일본은 예외 조항 많아 유연"
2023-07-28 18:24:14 2023-07-28 18:24:14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8일 18:24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동남아시아 지역 기후는 일반적으로 '우기'와 '건기'로 나뉜다. 비가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우기에는 외부 활동이 쉽지 않다. 특히 기후에 많은 영향을 받는 건설 현장은 우기에 공사 진행이 더욱 어렵다. 이 때문에 비가 내리지 않는 건기에 공사를 몰아서 진행해야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국인 근로자들은 '주 52시간제'에 발목이 잡혀 이것 또한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해외 파견 건설근로자에 대해 특별연장근로 기간을 늘려줬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IB토마토>는 동남아 국가 중 한 곳인 베트남 건설 현장을 방문해 현실을 살펴보고 과거와 현재 현지 근무 경험이 있는 국내 근로자들의 목소리를 담았다.(편집자주)
 
[IB토마토 노제욱 기자] "해외현장의 기후적 특성 등을 고려해 정부 차원에서 유연한 근로제도가 도입돼야 우리 건설사들의 국제 경쟁력이 제고된다고 생각한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전 대한부동산학회장)의 말이다. 해외 건설현장의 경우 국내와 똑같이 '주 52시간제'가 적용된다. 지난해 정부에서는 이러한 제도 적용이 현장 상황을 잘 반영하지 못하고, 유연하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특별연장근로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했다. 
 
그러나 기후 등은 업무량 폭증 사유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에서는 기후를 이유로 특별연장을 신청했을 때 반려하는 사례가 빈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해외 건설현장에 근본적인 노동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전 대한부동산학회장). (사진=김건 기자)
 
<IB토마토>는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국내 건설사 관계자들을 만나고 귀국한 뒤, 건설 관련 전문가인 서 교수와 노동 전문가인 류순건 노무사(노무법인 이인)를 차례로 만나 해외 건설현장의 국내 근로자에 적용되는 '주 52시간제'와 관련해 질문을 던졌다.
 
"현지 근로자들하고 근로시간 동일하게 맞출 수 있도록 해야"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에 진출할 경우, 대부분 현지 하청업체를 고용하고 우리 기업들은 관리직을 파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지 근로자들은 자국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주 52시간제'를 준수하는 한국 근로자들과 근무시간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이에 따라 일부 현장에서는 관리직인 우리 근로자가 먼저 퇴근해 현장 작업이 멈추는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서 교수는 우리 근로자들이 현지 근로자와 근무시간을 맞춰 나갈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현지 근로자들은 '주 52시간제'를 적용받지 않고 주로 관리자 역할을 맡는 우리 근로자들만 적용받기 때문에 근무시간에 차이가 나게 된다"라며 "우리 근로자들의 근무시간을 현지 근로자들과 똑같이 적용해야 관리·감독을 통한 품질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플랜트 등 고급 기술력이 필요한 경우 국내 건설사가 관리직뿐만 아니라 엔지니어들을 파견하는 경우가 통상적인데 이 경우 '주 52시간제'를 지키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류 노무사는 "고급 기술이 필요한 현장의 경우 전문 엔지니어들이 현장에서 직접 현지 근로자들과 일하며 관리·감독을 맡게 되는데, 이 경우 '주 52시간제'를 위반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상당히 많이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남아시아 지역의 우기뿐 아니라 중동, 몽골 등 다른 지역도 기후로 인한 애로사항이 있는 만큼 해외 건설현장 자체에 '주 52시간제' 적용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류 노무사는 "동남아시아의 우기도 공사 지연의 문제가 되는 부분이지만 중동은 모래폭풍이 몰아치면 현장이 뒤덮여 버리는 점, 몽골은 저온으로 실제 공사 가능한 기간이 3개월에 불과한 점 등 다른 해외 건설현장들도 애로사항이 각각 있다"라며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해외건설 현장에 국내 법률인 '주 52시간제' 적용은 맞지 않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류순건 노무법인 이인 노무사. (사진=김건 기자)
 
"유연한 근로제도 도입이 가격 경쟁력 갖추는 데 유리"
 
특히 서 교수는 베트남 현지 발주처가 지적했던 한국 건설사와 베트남 건설사의 기술력 차이가 줄었다는 발언에 크게 공감했다. 건설 기술력이 부족했던 국가의 기업들이 선진국 건설사들과 사업을 함께 추진하면서 기술력을 많이 익힌 것이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한 예로 초고층 빌딩 건설 사업이 발주될 경우, 발주처에서는 관련 시공 경험이 있는지를 주요 선정 조건으로 제시한다. 현재 베트남 건설기업인 코테콘(Coteccons)의 경우, 지상 81층의 건축물(랜드마크81)을 지은 경험이 있어 입찰이 가능하다. 또한 베트남 현지 발주처의 설명에 따르면 코테콘을 제외한 다른 건설사들도 초고층 시공 경험이 있는 건설사가 일부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 서 교수는 결국 정부 차원의 해외 건설현장에 대한 유연한 근로제도 도입으로 인해 불필요한 인력 투입을 줄여 입찰가격을 낮추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해외 건설사업 같은 경우에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주를 하지만, 그 이전에 건설 단가가 더 중요하다"라며 "유연한 근로제도 도입으로 우리 기업들이 단가를 낮춰 입찰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 후진국이라 불리던 국가들의 건설 기술력이 우리나라 기업들을 따라잡을 만큼 많이 올라온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럼 이제 '가격 경쟁력'을 통해 승부를 봐야 하는데 인건비 등이 영향을 크게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선진국의 근로제도 사례를 참고해 우리나라도 제도 개선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 또한 나왔다. 그중에서 일본의 사례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류 노무사는 "한국과 근로기준법이 비슷한 일본의 경우에는 관리·감독자의 경우 근로시간 제도 완화 적용을 하고 있다"라며 "다른 국가와 비교해 근로기준법 적용 강도 자체가 강한 우리나라도 일본과 같은 방향으로 고민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대다수 건설사가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도모하고 있는 시기인 만큼 정부의 개선안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국내 주택사업은 부동산 시장 침체와 더불어 원자재 가격 인상 등 원가율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이다. 실제로 한 대형건설사의 경우 주택사업 부문 원가율이 지난해 1분기 82%에서 올해 1분기 92.3%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요 건설사들이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서 교수는 "국내 건설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된다"라며 "이제는 우리 건설사들이 더 해외로 눈을 돌릴 때인 만큼 정부 차원의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노제욱 기자 jewookis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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