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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주52시간' 발묶인 해외현장)③국내 건설사, 해외수주 경쟁력 '위태'
'주 52시간제'로 국내 건설사 입찰가격 상승 가능성
베트남 현지 발주처 "시공사 선정 시 '가격'이 1순위"
2023-07-28 18:24:02 2023-07-28 18:24:02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8일 18:24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동남아시아 지역 기후는 일반적으로 '우기'와 '건기'로 나뉜다. 비가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우기에는 외부 활동이 쉽지 않다. 특히 기후에 많은 영향을 받는 건설 현장은 우기에 공사 진행이 더욱 어렵다. 이 때문에 비가 내리지 않는 건기에 공사를 몰아서 진행해야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국인 근로자들은 '주 52시간제'에 발목이 잡혀 이것 또한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해외 파견 건설근로자에 대해 특별연장근로 기간을 늘려줬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IB토마토>는 동남아 국가 중 한 곳인 베트남 건설 현장을 방문해 현실을 살펴보고 과거와 현재 현지 근무 경험이 있는 국내 근로자들의 목소리를 담았다.(편집자주)
 
[IB토마토 노제욱 기자] 베트남에서 직접 만난 한국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모두 '주 52시간제'가 국내 건설사의 해외 진출에 발목을 잡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 52시간제'가 국내 기업들의 인건비 상승을 초래해 가격 측면에서 수주 경쟁력이 타 국가 건설사에 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베트남 모 건설현장. (사진=노제욱 기자)
 
'주 52시간제'가 해외 건설현장에 적용됨에 따라 그만큼 인건비가 국내 대비 높은 한국 근로자들을 더 많이 파견해야 하며, 이는 사업 수주 입찰 시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해외에 파견되면 해당 인력은 국내에서 받던 연봉의 2배가량을 통상적으로 받으면서 건설사들의 부담도 커지고, 이는 높은 공사비를 써낼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인건비가 타 국가 대비 저렴한 곳의 건설사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터키, 중국 등 최근 낮은 인건비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국가들은 적극적으로 해외 건설 시장 진출을 도모하고 있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터키, 중국 등은 관리자뿐만 아니라 근로자도 해외현장에 파견한다"라며 "인건비가 우리나라 대비 현저히 저렴해 입찰 시 발주처에 제시하는 공사비가 우리 기업들과 비교해 20~30%가량 낮다"라고 설명했다.
 
현지 발주처 "입찰가격이 시공사 선정 시 가장 중요한 요소"
 
'입찰가격'이 발주처의 선택을 받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점을 고려하면 우리 기업들의 해외 건설 수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베트남 현지 발주처 C사 관계자는 "시공사를 선정할 때 기술력 등 여러 가지 조건을 놓고 고려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가격"이라며 "누가 더 낮은 공사비로 입찰했는지가 제일 중요한 선정 요소"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물론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과거에 비하면 선정 기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진 것이 사실이다. 이는 국가별 건설사의 기술력 차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며 "당장 우리나라(베트남) 건설사들만 해도 기술력 향상을 많이 이뤄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베트남 건설사들만 놓고 봐도 과거 대비 눈에 띄게 기술력이 향상됐다. 예전에는 기술력 부족으로 초고층 빌딩 건설 등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제는 자국의 건설사들이 도시의 '마천루'라고 불릴만한 건물들을 짓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주요 선진국들과 여러 개발사업을 함께 추진하면서 기술력을 배워나간 것이다.
 
랜드마크81 전경. (사진=코테콘)
 
C사 관계자는 특히 "현재 베트남 최고층 건물인 호찌민에 있는 '랜드마크81(81층·461m)'도 베트남의 건설사 코테콘(Cotteccons)이 지은 것"이라며 자랑스럽게 건물 사진을 내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해당 관계자는 코테콘 외에도 초고층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춘 베트남 건설사들이 더 있다고 전했다.
 
'기술력 메리트' 감소해 입찰가격 낮춰야 수주 가능성 상승
 
이는 일찌감치 중동 등에 진출해 건설 기술력을 쌓아온 우리나라 건설사들의 '메리트'가 과거보다는 조금 덜 해졌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내 건설사들이 1970년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에 진출해 기술력을 익힌 것처럼 공사 기술력이 부족했던 다른 국가의 기업들도 선진국 건설사들과 협업을 통해 기술력에 있어 많은 발전을 이뤄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당장 중국의 건설사들만 봐도 과거 대비 기술력이 상당히 발전됐다"라며 "선진국의 주요 기업들과 협업을 하면서 기술을 익혀, 이젠 자체적으로 초고층 빌딩들도 지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중국 건설사들의 기술력이 한국 건설사들보다 결코 뒤지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결국 해외건설 현장만이라도 지금보다 더 유연한 근로제도가 도입돼 국내 건설사들이 인건비 등을 아껴, 입찰 때부터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베트남에서 건설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한국인 D씨는 "동남아시아 지역은 국가별로, 또 국가 내에서도 도시별로 기후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각 공사현장이 날씨의 영향을 받는 정도는 다를 수 있다"라면서도 "그러나 이와 별개로 '주 52시간제'라는 유연하지 못한 근로제도를 해외 건설 현장에 적용하는 것이 우리 기업들의 수주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노제욱 기자 jewookis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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