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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반대 여론에도…오염수 방류 명분 쥐여준 윤 대통령(종합2보)
"방사성 기준치 초과시 즉각 중단…방류 점검에 한국 전문가 참여"
에스토니아·슬로바키아 정상과 연쇄 회담…부산엑스포 유치 지지 요청
2023-07-12 22:10:51 2023-07-12 22:10:51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리투아니아 빌뉴스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결국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사실상 용인했습니다.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계획에 사실상 명분을 쥐여준 셈이 됐습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방류에 대한 점검 과정에서 한국 전문가의 참여를 요구하며 우리 정부의 후속 절차를 보완하는데 집중했습니다.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민 다수의 우려를 외면하고 일본 정부 손을 들어줬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윤 대통령, IAEA 보고서 신뢰…오염수 방류 사실상 용인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빌뉴스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시다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와 관련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적인 요소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원자력 안전 분야의 대표적 유엔 산하 국제기구인 IAEA의 발표 내용을 존중한다"며 "계획대로 방류의 전 과정이 이행되는지에 대한 모니터링 정보를 실시간 우리 측과 공유하고, 방류에 대한 점검 과정에 우리 전문가도 참여토록 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즉각 방류를 중단하고 우리 측에 그 사실을 바로 알려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국제기준에 부합한다는 IAEA의 최종보고서에 대한 신뢰를 표현하면서 일본의 방류 계획을 사실상 용인한 셈입니다. 또 IAEA 보고서에 의하면 오염수를 방류한다고 해도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 이하로 걸러지기 때문에 이를 초과하는 수치가 담긴 보고가 나올 가능성도 낮습니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IAEA 종합보고서에 대해 언급하며 "일본 총리로서 해양 방출 안전성에 만전을 기해 자국민·한국 국민들의 건강과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방출은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또 "해양 방출 개시 후 IAEA의 검토를 받으며 일본이 시행하는 모니터링 정보를 높은 투명성을 갖고 신속하게 공표할 것"이라며 "만일 모니터링을 통해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하는 등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계획대로 즉시 방출 중단을 포함해 적절한 대응을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을 사실상 용인하고, 기시다 총리도 해양 방출을 개시하겠다고 언급해 일본의 오염수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현지 언론에선 일본 정부가 오는 8월 말에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할 것이란 보도가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 한 호텔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민 10명 중 7명 '오염수 방류' 반대…수산업 막대한 타격
 
하지만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민 여론은 상당히 부정적입니다. 지난 5월12일에 공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이하 5월8일~10일 조사,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8.4%는 '국민의 안전에 심대한 위협 및 수산업에 막대한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에 방류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습니다. 지난달 16일 발표된 조사(이하 6월12일~14일 조사에선 72.3%는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할 경우 우리 정부가 일본산 수산물을 '수입해선 안 된다'고 답했습니다. 대략 국민 10명 중 7명이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겁니다.
 
이외에도 양 정상은 정부와 민간 차원의 협의 채널을 활발히 가동하면서 한일 고위경제협의회(한국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과 일본 외무성 경제담당 외무심의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포괄적 경제분야 협의체)를 연내 재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또 북한의 장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가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자 한반도와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심각한 도발임을 강조하고 이를 강력히 규탄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 주자나 차푸토바 슬로바키아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진행했습니다. 칼라스 총리에겐 최근 양국 방산 분야 협력이 확대되고 있는 것에 주목하며 향후 양국 간 협력이 다양한 분야로 확장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자고 했고, 차푸토바 대통령에겐 향후 양국이 국방, 방산, 원전 분야 협력을 강화하면서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데 긴밀히 협력해 나가자고 했습니다. 이들 정상에게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지지를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나토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폴란드 국빈급 방문을 위해 출국합니다. 폴란드 방문에선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과 방위산업, 항공,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의 양국간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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