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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JTBC '나쁜엄마' 배세영 작가 "엄마 돼지에서 시작된 이야기"
2023-06-19 08:23:55 2023-06-19 08:23:55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JTBC 드라마 '나쁜엄마'가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 속에 종영을 했습니다. 첫 방송 당시 3.6%의 시청률로 시작한 '나쁜엄마'는 매 회 시청률을 경신하면서 마지막 방송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 12%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JTBC 역대 수목드라마 1위에 해당하는 기록입니다.
 
'나쁜엄마'를 집필한 배세영 작가는 드라마를 기획하게 된 계기에 대해 건강검진에서 암 의심 소견을 받고 3개월 후 있을 재진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 속에 남겨질 아이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가득했다고 했습니다. 남편 회사 때문에 돼지 농장을 여러 차례 방문할 기회가 있었던 배작가는 '어미 돼지는 28일동안만 새끼 돼지와 함께 할 수 있어서 그 기간 동안 돼지의 모든 습성을 가르치고 떠나야 한다'는 말을 듣고 마치 어미 돼지의 삶이 그 당시에 제가 처한 상황 같다고 느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배작가는 길고 짧은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 어찌 보면 사람은 모두가 시한부 인생이고, 대부분의 부모는 자식을 남겨두고 먼저 세상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습니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부모는 자식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떠나야 하는 지에 대한 질문에서 '나쁜 엄마'가 시작됐다고 밝혔습니다.
 
JTBC 드라마 '나쁜엄마.(사진=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SLL?필름몬스터)
 
배작가는 '미나문방구' '우리는 형제입니다' '바람 바람 바람' '완벽한 타인' '스텔라' '인생은 아름다워' 등 주로 영화 작업을 해왔습니다. '나쁜 엄마'도 처음 영화 시나리오로 기획을 했습니다. 배작가는 드라마와 영화 시나리오의 차이에 대해 " 내가 생각하는 주제를 최소한의 대사와 행동을 통해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영화라면 드라마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최대한 한 줄 한 줄 풀어서 자세하고 반복적으로 말해 주어야 하는 장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배작가는 영화적 문법에 익숙했던 자신에게는 긴 호흡을 가지고 여러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얽혀 돌아가는 드라마의 문법이 굉장히 낯설고 어려웠다고 고백했습니다. 또한 개봉 후 단번에 전체적인 평가를 받는 영화와는 달리 매 화 달라지는 평가와 시청률, 대사 한 줄, 행동 하나하나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받는 '실시간 톡' 시스템으로 인해 긴장의 연속이었다고 전했습니다. 배작가는 각각의 화에서 독립적인 기승전결이 필요했고, 전체 주제로 귀결하기 위한 빌드업 과정도 필요했으며 각 화간의 연계성과 연속성, 다음 화를 기대하게 만드는 엔딩 포인트도 중요했다고 밝혔습니다.
 
배작가는 진영순이라는 캐릭터가 자신을 가장 많이 투영했다고 했습니다. 그는 "저의 큰 아이를 학습시킬 때를 떠올리면 영순과 닮은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저 역시도 아주 엄격한 가정에서 성장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그런 모습이 나타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배작가는 '나쁜 엄마'라는 제목에 대해 이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마음 먹은 순간부터 이미 결정한 제목이었다고 했습니다. 자식의 입장에서도 엄마 자신의 입장에서도 '나쁜 엄마'의 이야기를 쓸 예정이라서 '나쁜 엄마'라는 제목으로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배작가는 "부모는 자식에게 늘 좋은 것만 가르치고 좋은 것만 주고 싶어한다. 하지만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된 영순은 그럴 수가 없다. 인생에는 좋은 일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자신이 떠나고 홀로 남겨질 아들은 몸도 지능도 온전치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앞으로 그에게 닥쳐 올 수많은 난관과 질곡의 세월을 미리 경험시키고 이겨 낼 수 있도록 가르쳐야만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사랑하기 때문에 나쁜 엄마가 될 수밖에 없는 영순의 아이러니 한 모습에서 '나쁜엄마' 이상의 제목을 생각해 낼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배작가는 좋은 엄마와 나쁜 엄마를 나눌 수 있는 기준에 대해 나눌 수 있는 정형화 된 기준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배작가는 "좋은 사랑, 나쁜 사랑이 없듯이 아무리 자식 입장에서 좋은 엄마였다고 말해도 엄마는 결국 자신이 나쁜 엄마였다고 말 할 것이다.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은 보편적으로 나눌 수 있다. 하지만 엄마라는 두 글자가 붙는 순간 좋은? 나쁜? 이라는 개념이 모호해 지는 것 같다. 그래서 나쁜 엄마의 영어식 제목이 The good bad mother이다"고 밝혔습니다.   
 
JTBC 드라마 '나쁜엄마.(사진=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SLL?필름몬스터)
 
드라마는 아들을 검사로 만들려는 엄마의 희생뒷바라지한 여자를 배신한 남자 등 설정만 보면 과거 한국 드라마에서 자주 보는 설정입니다. 배작가는 '나쁜엄마'에서의 엄마의 희생이 기존에 익숙했던 보편적인 모습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배작가는 "아들을 위한 무조건적인 희생, 착하고 순박하고 정 많은 기존의 엄마가 아니라 지독하고, 모질고 단호하게 상황을 이겨 내가는 엄마"라고 했습니다.
 
이어 "미주 또한 기존의 캐릭터와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배신을 당하면 복수를 꿈꾸거나 비련의 여주인공이 되어 침체되고 쓰러지지만 미주는 그렇지 않다. 자기 삶을 꿋꿋하게 이겨내며 악착같이 살아간다. 익숙하게 경험했던 기존의 작품들과는 다른 독립적이고 강인한 여성에 대한 이미지들로 인해 사랑을 받은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배작가는 모성애라는 것은 시대와 장르를 막론하고 꾸준히 다뤄져 왔음을 강조했습니다. '정이''길복순', '스카이캐슬' 하다못해 '오징어게임'이나 '더 글로리'에서도 다양한 형태로의 모성애가 들어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중요한 것은 무엇을 다루냐가 아니라 어떻게 다루느냐의 차이"라고 했습니다.
 
그렇기에 배작가는 인물의 생동감의 중요성을 언급했습니다. 그는 "소재의 참신성이란 이미 특별 할 게 없다고 생각한다. 고대 희랍극 같은 경우에 2700년이 지난 후에도, 셰익스피어의 400년이 지난 후에도 공연이 된다. 명작이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참신성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가장 보편적인 일상이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시대가 지나도 끊임없이 돌아봐야 할 이야기는 반드시 존재한다. 그것을 '어떤 새로운 캐릭터가 이끌어가느냐'에 작품의 변별력이 생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끝으로 "드라마의 생리와 문법도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그야말로 실로 돼지를 끄는 심정으로 어렵게 작업한 작품이다. 많은 사람을 얻었고 또 많은 사람을 잃은 작품이기도 하다. 모든 과정이 의미 있었고 좋은 결과로 남아 행복하다. 인연으로 만났지만 운명으로 남을 작품이 될 것이다. 어떤 일에서건 첫 단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첫 드라마 데뷔작으로 첫 단추가 잘 끼어진 아주 고마운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배세영 작가.(사진=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SLL, 필름몬스터)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성남 엔터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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