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불위 선관위…정치권 '직무유기'가 부른 화
수사기관보다 센 선거범죄 조사권…갖은 논란에도 외부 점검 거부
독립성 유지 명목으로 '감시받지 않는 권력' 비화…폐쇄성 개선해야
2023-05-28 06:00:00 2023-05-28 06:00:00
박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지난 23일 오전 북한의 해킹 시도와 사무총장 자녀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 경기도 과천 중앙선관위를 항의 방문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여당 간사 이만희 의원과 면담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아빠 찬스’ 논란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개혁 문제가 대두했습니다. 막강한 선거범죄 조사권을 가졌음에도 독립성 유지가 폐쇄성으로 치달아 제대로 된 감시를 받지 못하게 됐다는 지적인데요. 이에 선관위를 향한 견제와 감시가 제도적으로 이뤄져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한편, 이런 작업에 제때 착수하지 않은 정치권을 향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빠 찬스는 빙산의 일각"견제장치 없는 막강 권력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진 선관위 고위 간부들은 지난 25일 전격 사퇴했습니다. 선관위는 “자녀 특혜 의혹의 대상이 된 박찬진 사무총장과 송봉섭 사무차장은 현 사태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로 했다”고 밝혔죠.
 
지금껏 드러난 선관위 전현직 고위 간부 자녀의 경력직 채용은 총 6건에 달합니다. 박 사무총장과 송 사무차장 자녀 외에도 2020년 김세환 전 사무총장, 2021년 신우용 제주 선관위 상임위원, 윤모 전 세종 선관위 상임위원, 경남지역 선관위의 김모 과장 자녀가 선관위에 경력 채용된 바 있습니다.
 
‘보안점검 거부’ 논란도 있었습니다. 선관위는 최근 북한의 해킹조직으로부터 수차례 해킹 공격을 받았지만, 국가정보원과 행정안전부 보안점검을 거부했습니다. 북한의 해킹 메일과 악성코드가 선관위에 수신 감염된 것을 국정원이 확인해 이를 선관위에 알리고 보안점검을 권고했는데, 선관위가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겁니다. 정치적 중립성 훼손이 우려된다고 주장하며 자체 보안 점검을 강화한다고 했죠.
 
문제는 선관위의 폐쇄적인 면모입니다. 헌법기관으로서의 독립성 확보를 내세워 선관위가 폐쇄적인 조직으로 비화했다는 비판인데요. 이번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해서도 선관위는 외부 감사를 받지 않고 ‘셀프 조사’에 착수하려 했습니다. 이에 여론의 뭇매가 쏟아지자 선관위는 지난 23일 5급 이상 자녀 채용 관련 전수조사를 받아들였습니다.
 
검찰보다 더 센 권한정치권, 이제야 "선관위 개혁"
 
선관위가 선거범죄 조사와 관련해 검찰과 경찰 같은 수사기관에 준하는 권한을 가진 대목은 선관위의 폐쇄성에 따른 부작용을 더 키울 우려가 있습니다.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등에 나열된 선관위의 조사권은 대개 ‘~할 수 있다’고 적시돼 있는데요. 이에 응하지 않으면 과태료부터 벌금, 징역형까지 부과되기도 합니다. 표현만 조사일뿐, 강제력을 동반하는 수사인 셈이죠. 
 
오히려 수사기관보다 권한이 더 세다고 볼 수 있는 측면도 존재합니다. 그간 계속 도마 위에 올랐던 부분은 영장입니다. 수사기관이든, 선관위든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면 강제수사를 할 수 있는데요. 수사기관은 이와 관련한 영장을 청구해야 하는 반면, 선관위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예컨대 계좌를 추적해 자금 흐름을 파악하려 할 때도 법원의 허용이 없어도 됩니다.
 
이에 선거범죄 조사에서 강력한 힘을 쥐고 있는 선관위가 외부 견제조차 받지 않는다면, 조사의 공정성 담보도 어렵지 않겠느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기존의 감사원이나 국회가 아닌, 선관위를 감시할 제3의 기관을 지정하는 데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문입니다. 또 이를 가능케 할 입법에 국회가 나서야 하며, 그간 이런 요구를 방치한 국회의 직무유기에도 쓴소리가 나왔죠. 감사원의 감사 등을 포함한 개혁안이 나오고는 있지만, 늑장 대응이라는 평가를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감사원은 선관위를 우선적으로 감사하는 기관이 아니라 힘이 제대로 미치기 어렵고, 국회의 경제는 ‘고양이에 생선 가게 맡기는 격’이라 신뢰성을 장담할 수 없다”며 “유권자 가운데 선관위 혁신위원을 발탁하는 등의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국회는 만시지탄이기는 해도 시급히 선관위 견제에 필요한 제도 마련에 나서야 한다”며 “선관위가 강하고 비대한 권력기관으로 변질되는 만큼 조직의 경쟁력은 저해되고 탁상행정은 심화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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