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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요금·식재료 인상에 구제역까지…가격 인상 '신호탄'
지난 2019년 구제역 직후에도 농축수산물 물가↑
"가공식품업, 원재료 상승 이유…가격 인상 우려"
3월 생산자물가지수 전월비 0.1%↑…축산물 5.2%↑
2023-05-21 12:00:00 2023-05-21 12: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하반기 경기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안정화를 위협하는 불안 요인은 더욱 죄여오는 분위기입니다. 
 
올해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에 이어 원·달러 환율 상승의 영향에 따른 수출입물가지수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4년4개월 만에 발생한 구제역 확산 조짐에 따라 농축수산물 물가부터 설탕 등 식재료 인상 소식도 압박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가공식품을 비롯한 외식업계 등 도미노 가격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상당 기간 물가 불안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21일 <뉴스토마토>가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데이터를 파악한 결과, 지난 2019년 구제역 발생한 직후인 2월 소비자물가가 전월 대비 0.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통계청은 당시 "전기·수도·가스는 변동이 없으나 농축수산물, 공업 제품, 서비스 상승으로 전체는 0.4% 상승했다"고 분석 한 바 있습니다.
 
품목성질별로 보면 당시 농축수산물은 전월보다 1.0% 오르는 등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습니다. 당시 구제역 관련 품목의 전월 대비 물가 등락률을 보면 국산 쇠고기는 1월 0.2%에서 2월 0.7%로 상승 폭이 컸습니다. 이후 3월에는 -0.5%를 나타냈습니다.  
 
수입 쇠고기는 1월 -0.4%에서 2월 1.2%로 상승 전환했습니다. 3월에는 다시 -0.8%를 기록했습니다. 돼지고기는 1월 -3.8%에서 2월 -0.5%, 3월 -0.3%로 하락 폭이 둔화했습니다. 
 
해당 물가 변동은 2019년 1월28일 경기 안성시에서 발생한 구제역과 궤를 함께합니다. 이후 충북 충주시까지 총 3건의 구제역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구제역은 나흘 만에 확산이 차단됐지만 올해는 10일 발생 이후 19일까지 총 11건이 발생해 그 영향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2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구제역이 발생한 직후인 2월 소비자물가는 전월 대비 0.4% 상승했습니다. 사진은 대형마트 모습. (사진=뉴시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관계자는 "현재의 구제역이 일부 지역에 한정돼 발생하고 있어 이 원인으로만 축산물 가격 급등을 말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다만 매년 돼지고기 월별 가격 추이를 보면 3월부터 여름까지 가격 상승세가 나타나므로 축산물 가격 인상이 염려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며 "소고기도 최근 가격 하락세에서 5월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또 "더욱이 식료품과 외식 물가는 체감 물가 차원에서 소비자에게는 아직 높은 상황"이라며 "구제역이 점차 확산한다면 일부 도매 업체들의 사재기가 발생하고 국내산 소·돼지를 원재료로 하는 가공식품 제조 업체가 원재료 상승을 이유로 가격 인상의 카드를 꺼내 소비자에게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어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기획재정부 측은 "현 구제역 발생이 물가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며 "그 정도에 따라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도 달라지기 때문에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2019년 2월 물가를 집계할 당시에는 전기·수도·가스 물가가 전월과 변동이 없었지만, 올해는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인상이 물가에 그대로 반영됩니다.
 
정부는 지난 16일부터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 ㎾h)당 8.0원, 가스요금을 메가줄(MJ)당 1.04원 인상한 상태입니다. 이번 인상에 따라 올해 소비자물가가 0.1%포인트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2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구제역이 발생한 직후인 2월 소비자물가는 전월 대비 0.4% 상승했습니다. 사진은 음식점 모습. (사진=뉴시스)
 
문제는 가공식품이나 외식 물가 영향입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3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1% 상승했습니다. 전월 대비 생산자물가지수는 1월 0.4%, 2월 0.2%, 3월 0.1% 등으로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생산자물가지수는 1~2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지수에 반영됩니다.
 
농림수산품 생산자물가지수 중 농산물과 수산물은 전월 대비 각각 4.6%, 0.5% 하락했지만 축산물은 5.2% 올랐습니다.
 
올해 4월 수출입물가지수를 보면 수입물가(원화 기준)는 전월 대비 0.7% 상승했습니다. 이는 국제 유가와 원·달러 환율 상승의 영향 때문입니다.
 
수입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의 3월 월평균 가격은 배럴당 78.51달러에서 4월 83.44달러로 6.3% 상승했습니다.
 
'슈거플레이션(설탕+인플레이션)'이란 용어를 만든 설탕 가격의 상승세도 관련 물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ICE선물거래소에서 설탕의 원료인 원당 가격은 이달 중순 파운드당 26센트 수준에서 거래돼 올해 들어 약 35% 올랐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구제역 발생으로 돼지고기와 소고기 가격이 올라갈 뿐만 아니라 돼지고기와 소고기가 들어간 가공식품 또는 외식 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며 "더군다나 최근에 가스요금과 전기요금이 인상됐기 때문에 추가로 가격 오르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했습니다.
 
세종=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이규하 경제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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