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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바이오 혹한기…'IPO 건전성 제고 방안' 마중물 될까
기업의 밸류에이션 찾는 데 도움 줘…IPO 시장에 긍정적
"IPO는 적절한 밸류에이션을 계속 형성하는 시장이 중요"
2023-01-04 06:00:00 2023-01-04 06:00:00
 
'허수성 청약 방지 등 IPO 건전성 제고 방안'은 기업의 적절한 밸류에이션(평가가치)를 찾는 데 도움줄 수 있다. (사진=픽사베이)
 
[뉴스토마토 고은하 기자] 지난해는 증시 하락 등 얼어붙은 증시로 기업공개(IPO) 시장은 냉각기였다. 제약바이오 섹터뿐 아니라 대다수 섹터가 혹한기였다. 지난달 금융당국은 IPO 시장이 발전할 수 있는 안이 담긴 'IPO 건전성 제고 방안'을 제시했다. 업계에선 기업의 적절한 밸류에이션(평가가치)를 찾는 데 도움을 줘 향후 IPO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올해 '허수성 청약 방지 등 IPO 건전성 제고 방안'을 실시한다. 그간 금융당국은 시장에서 △IPO 공모가에 대한 시장수요 확인이 어려워 적정 공모가 밴드 설정의 어려움 △청약 단계에서 허수성 청약과 과당경쟁이 악순환을 일으키며 반복 △상장된 후 즉시 가격제한폭에 연달아 도달해 매매가 중단되는 등의 사례를 지적했다. 
 
금융위원회는 비상장기업의 자본시장 진입이라는 IPO 시장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고, IPO 시장이 공정하고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전문가 등과 논의를 통해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종합홍보관에서 열린 2023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개장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금융당국이 제시한 주요 내용은 △기관 수요 예측 내실화 △주관사의 자율성 최대한 존중 및 허수성 청약 수요관리 책임 강화 △주가 급등락 방지 △(가칭) IPO 단기차익거래 추적시스템 구축 검토 등이다.
 
기관 수요 예측 내실화는 기관투자자 대상 사전 투자수요 조사를 허용한다. 증권신고서 제출 전 기관투자자 대상 사전 수요조사를 허용해 주관사가 예상 수요를 반영해 공모가 범위를 재평가하고 조정할 수 있다. 
 
허수성 청약 방지는 주관사가 자율적으로 미리 정한 기준 및 방법에 따라 수요예측 기관의 주금납입 능력을 배정 전 확인하고 평가하도록 제도화하는게 골자다. 주금납입 능력에 대한 기준 및 확인방법을 증권신고서에 미리 기재하고, 주금납입능력 범위 내에서만 청약물량을 제출하는 내용이다.
 
이번 IPO 건전성 제고 방안이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적정 공모가가 산정되고 실제 수요와 납부 능력에 따라 공모주를 배정받을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된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원장은 "윤석열 정부가 시장 친화적인 시스템을 제고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는 과거보다 시장이 나을 것 같다"라며 "이번 방안이 기업에 대한 옥석 가리기를 할 수 있는 기회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그간 시장에서 라이프 사이클이 짧은 자본의 시스템을 제약바이오 섹터에 적용하니까 쉽지 않았다"라며 "단기간에 투자가 빠지는 시스템이다 보니까 자본과의 소통을 통해서 성공 모델이 만들어지는 데는 한계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바이오주는 꿈을 먹고 성장한다고 보지만, 셀트리온(068270)을 비롯해 신약 개발을 하는 기업들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승인받는 등 성과를 보여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건 좁은 소견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예전 IT주가 버블이 꼈을 때를 보더라도 자본의 버블은 곧 성공 모델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주목해야 한다. 실제 NAVER(035420), 카카오(035720) 등과 같이 퀀텀 점프한 회사가 방증한다. 이 때문에 바이오주도 한동안 버블이라는 얘기가 나오지만, 버블은 끼면 낄수록 자본에 집중 투자를 통해서 성공모델이 탄생할 수 있다. 다만 그만큼 기업들도 파이프라인 확충 및 성공의 확률을 높이고, 투자자들도 냉철한 안목으로 투자해야 하는 게 필수요소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당국이 제시한 제도에서 중요한 부분은 시장 요인"이라며 "제도의 취지는 투자자들과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정확히 찾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고 했다.
 
이석훈 선임연구위원은 "IPO 시장 제도가 잘 형성된 뉴욕도 지난해에 굉장히 어려웠다"며 "시장의 수요가 가장 중요한 건 IPO 투자에 대한 투자 심리와 주식 시장의 상황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간 IPO 제도에선 시장에서 변동성이 심할 때 과도하게 허수성의 주문으로 적절한 밸류에이션을 못 찾거나, 적절한 가격을 형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번 제도는 향후 좋은 건에 대해서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시장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IPO 시장 내 참여자가 많다고 해서, 시장이 활황인 것이 아닐뿐더러 그중에서 밸류에이션이 잘못되거나 건전성 문제가 훼손되는 부분을 고치는 게 중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시장에선 한때 막 올라가는 등의 고평가가 이뤄지기도 하고, 투자자들이 한순간에 떠나버리는 등으로 인해 IPO 시장이 냉각기였다"며 "이런 흐름이 계속된다면 밸류에이션을 잘 받아야 할 기업이 인정받지 못해서 오는 리스크도 크다"고 말했다.
 
이어 "IPO가 많이 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IPO는 적절한 밸류에이션을 계속 형성하는 시장이 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은하 기자 eunh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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