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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와트에서 맞이한 해돋이는 그 어떤 신의 피조물보다 더 장엄하다. 고대 찬란한 문명의 유산과 그 자랑스런 후손인 아이들이 즐거워 천진난만한 웃음기 가득 머금은 얼굴 위로 솟아오르는 태양의 조화는 내가 지금껏 본 어떤 조화로운 아름다움 보다 더 경이로웠다.
태양이 떠오르자 거대한 옥수수 열매 같이 생긴 세 개의 탑의 그림자가 해자 위로 비추니 그 몽환적인 분위기는 절정을 이룬다. 반영이 너무나 인상 깊은 해자이다. 해자는 인간과 신의 세계를 나누고,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이다. 또한 사원의 수해를 조절하는 기능이 있다. 비가 많이 오더라도 해자로 인하여 조절된다는 점이고 이 해자가 쉽게 범람하지 않는다는 점이 특이하다. 흐르지 않고 고여 있는 물이 썩지 않는 것은 물 바닥에 황토의 자정작용 때문이라고 한다.
김경선 교무가 지도하는 원광태권도클럽의 태권도 유단자 현지인 소년소녀들과 나는 새벽 6시 30분 우리들은 앙코르와트 동쪽 끝에서 기념사진과 구호를 외치고 함께 달렸다.
“One World! One Korea! Only Peace!”
아이들은 어제 시엠립 한인회행사에서 태권도시범을 보이려 바탐방에서 왔다가 마침 나의 일정과 겹쳐 나를 응원해주려고 새벽잠을 설치고 일어났다. 5백 년을 숲속에서 잠들어 있다가 아직도 선잠에서 못 깨어난 고대문명의 신비를 간직한 아름드리 고목이 우거진 밀림 속 사원을 아이들하고 달리는 기분을 설명할 언어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기분 삼삼하다”라는 말 외에는.
알베르 앙리 무오는 현지 안내인 네 명과 함께 캄보디아의 밀림 속을 들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지점에 도착하자 안내인들이 더 이상 들어가지 않겠다고 버티면서 더 들어가면 몇 백 년 동안 텅 빈 도시가 나오는데 그곳에 들어가면 신의 저주를 받아 죽는다고 했다. 무오는 텅 빈 도시가 있다는 말에 흥미를 느끼곤 직접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다.
앙코르와트를 처음 보고 고국으로 돌아 간 알베르 앙리 무오는 “솔로몬 왕의 신전에 버금가고 미켈란젤로와 같은 조각가가 새긴 것과 같다. 이것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인이 세운 어떤 건축물보다도 도 장엄하다. 세계에서 가장 외진 곳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이 있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진짜로 무오의 이 말을 믿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신의 저주를 받았을까? 무오는 이 사실을 증명해 보이지도 못하고 몇 년 있다 말라리아에 걸려 죽고 말았다.
12세기에 건설되어 천 년이 흘렀지만 부조 속 사람들의 표정과 손가락이 마치 살아 움직이듯 생생하다. 엄청난 위용과 섬세함, 그리고 영원이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많은 신비함이 앙코르와트를 더 매혹적이게 한다.
주위의 나라들을 다 평정하고 평화를 구가하던 수리아바르만 2세가 최고의 신이라고 믿었던 비슈누 신에게 제국의 평화와 안녕이 영원하기를 비는 마음에 거대한 사원을 지어서 신에게 바쳤을 것이다. 앙코르와트는 힌두교 사원으로 건설되어 불교신자였던 후대 왕 자야바르만 7세에 의해 불교 건축물과 혼용되었기 때문에 정확하게는 힌두교에 불교의 색을 덧입었다.
크메르의 번영은 물과 관계가 깊다. 천 년 전에 만들어진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의 벼농사용 인공 저수지 웨스트바레이는 앙코르시대에 만들어진 저수지 중에 유일하게 담수하고 있으며 가로 3km 세로 8km나 된다. 앙코르 평원이 예로부터 세계적인 곡창지대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자연이 가져다 준 축복에 이런 세련된 수리시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거대한 사원과 왕궁과 수리시설을 건설할 수 있었던 것은 평화가 지속되었기 때문이다.
비문에 따르면 “사람들은 아무데서나 잘 살 수 있으며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았다.”고 한다. 벼농사가 삶의 기반인 캄보디아에서 물은 그들의 삶에 매우 중요하다. 크메르 제국의 번영은 높은 농업 생산력에 기초한다. 제국의 힘은 신이 우리를 지켜준다는 믿음과 관리된 물에서 나온 것이다. 사원과 저수지는 옛 제국의 힘의 양 축이다. 마치 요즘 제국의 힘의 양 축이 핵무기와 금융이듯이.
신들의 도시 앙코르와트 그곳은 잊혀지고 간과되었던 아시아 문명의 찬란함과 신비가 살아 있다. 그 신비를 파고 들면 아마도 인간의 집단지성과, 인내, 협력, 배려와 희생이 아닐까? 무엇보다도 상생협력의 힘이 아닐까?
며칠 전 길옆에서 보았던 어마어마한 개미의 성(城)은 하루아침에 지어진 게 아니다. 1mm도 채 안 되는 개미들이 오랜 세월 매일매일 반복해서 조금씩 쌓아올린 것이다. 개미들은 참으로 놀랍고 위대하다. 이렇게 높게 성(城)을 쌓다니! 그런데 집 처마 밑에 있는데 저것을 안 부수고 그냥 내버려 두느냐고 물었더니 개미가 내는 분비물이 뱀을 쫓는다고 한다.
개미 성(城) 안에는 여러 개의 통로를 만들어 환기와 적당한 온도, 습도유지를 한다. 개미 성(城) 안에는 왕과 여왕으로 불리는 수컷과 암컷 개미가 한 마리 씩 있다. 그 밑에는 왕개미들의 근위대인 '병정개미'들이 진을 치고 있는데, 이 녀석들은 턱이 강하고 머리 부분에 점액을 방출하여 외적을 물리친다. 그 다음으로는 '일개미'들이 있다. 이 녀석들은 먹이를 채취하고 운반하여 왕개미와 병정개미를 먹여 살리고 시중을 들며, 집짓기, 청소 등을 한다. 일개미들은 건축자재들을 물어와 자신의 입에서 점액을 방출하여 몇 년에 걸쳐 개미 성(城)을 짓는다고 한다.
개미는 하루 종일 부지런히 기어 다니며 꽃을 찾는다. 꽃잎 속으로 머리를 깊이 들이밀고 꿀을 핥아 입에 넣는다. 또 집에 있는 식구들도 잊지 않는다. 뱃속에 식구들의 몫까지 꿀을 가득 채우고 무거운 몸을 질질 끌면서 힘겹게 그러나 행복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온다. 위가 꿀로 가득 차면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식구들과 애벌레에게 돌아가서 먹었던 꿀을 입을 통해 먹인다고 한다.
개미들은 위장을 둘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나는 자신을 위한 `개인적인 위(胃)’이고, 또 하나는 `사회적 위’라고 해서 일종의 구휼 창고라고 한다. 사회적인 위는 개인적인 위보다 위쪽에 있고 크기도 더 크다고 한다.
미국의 문필가이며 과학자요 정치가였던 벤자민 프랭클린은 "아무도 개미보다 더 잘 설교할 수는 없다. 더구나 개미는 말을 한 마디도 안 한다"고 한다. 개미들은 먹을 것이 없어 배가 고프면 동료 개미의 아랫입술을 건드린다고 한다. 그러면 구토반사를 일으켜 친구의 배속에 있는 것을 얻어먹게 된다. 균등분배와 협동의 미학을 가르쳐준다.
이것이 곧 시너지효과이다. 시너지란 전체가 각 부분들의 합보다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승자독식의 사회는 큰 문명을 만들어 낼 수 없다. 인류 발전의 해법은 균등분배와 협업, 상생공영에 있다. 인간의 집단지성과, 인내, 협력, 배려와 희생이 아닐까?
강명구 평화마라토너가 평화달리기 89일차인 지난 18일 캄보디아 앙코르와트를 오르고 있다.(사진=강명구 평화마라토너)
강명구 평화마라토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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