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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지켜라"…국민의힘, 국정조사로 반격
윤 대통령 재신임에 여당 기류도 '엄호'로 돌아서…유족·국민 여론과는 정반대
2022-11-29 17:31:01 2022-11-29 17:31:01
아세안 및 G20 정상회의 참석 등 동남아 순방을 위해 출국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민주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 차원의 책임을 묻겠다고 하자, 국민의힘은 '이상민 지키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민주당이 합의 정신을 깼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국민의힘 소속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들은 '사퇴'까지 거론했다. 민주당이 이 장관에 대한 책임 추궁의 구체적 방법과 시기 등에 대해 원내지도부에 일임하며 숨고르기에 돌입하자, 국민의힘은 국정조사 참여 여부는 민주당에 달렸다며 극심한 눈치작전을 벌였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9일 국회에서 중진 의원들과의 비공개 긴급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국정조사 이후에 이상민 장관의 책임이 밝혀짐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유지한다면, 그때 해임건의안을 행사해도 늦지 않다"며 민주당의 실력행사를 만류했다. 이어 "민주당이 결정하면 거기에 따라 저희 대응도 달라질 수 있다"며 공을 민주당으로 떠넘긴 뒤 "겨우 불씨를 살린 '예산안 처리 후 국정조사' 합의의 모든 것이 제대로 될 수 있도록 합의를 지켜주기 바란다"고 했다. 
 
앞서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이 장관에 대한 국회 차원의 책임을 묻기로 의견을 모으면서도 책임을 묻는 방식과 시기 등은 원내지도부에 위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윤석열정부의 첫 예산안 관련해 정부안이 아닌 민주당 중심의 감액된 수정안을 의결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압박 카드를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당장 국민의힘과 부딪힐 극단적 충돌은 피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여야 모두 눈치작전과 함께 전략 싸움의 시간으로 전환됐다. 
 
이상민 장관에 대한 사퇴 요구는 이태원 참사 직후부터 계속됐다.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부처 장관인 데다, 책임 회피성 발언들마저 더해지면서 여권 내에서도 사퇴는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차기 유력 당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달 31일 "'경찰을 미리 배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선동성 정치적 주장을 해선 안 된다'고 말한 장관부터 당장 파면해야 한다"고 했고, 국가애도기간 마지막 날인 5일 홍준표 대구시장은 "야당과 국민들의 비난 대상이 된 인사들은 조속히 정리해야 국회 대책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 장관 사퇴를 촉구했다.
 
이 장관이 지난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사퇴 의사가 없음을 표명한 뒤 당내 사퇴 요구는 더욱 강해졌다. 윤상현 의원은 8일 KBS라디오에서 "장관은 정치적으로 또 결과적으로 책임지는 자리"라며 "저라면 자진사퇴할 것 같다"고 말했고, 조해진 의원도 같은 날 BBS라디오에서 "행정적인 책임은 있다"며 사퇴를 종용했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 17일 KBS라디오에서 "이 장관은 안전에 대한 대한민국 주무부처 장관이기에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지는 게 맞다"며 "스스로 결단하라"고 압박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비공개 긴급 중진의원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이 장관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재신임 기류가 확인되면서 당내에서 공개적으로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사라졌다. 이 장관은 윤 대통령의 충남고·서울대 법대 후배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함께 윤석열정부 내각의 핵심으로 꼽힌다. 윤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직후 이 장관 거취 관련한 여야의 거센 압박에도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이 장관을 대동하며 변함없는 신뢰를 보였다. 또 동남아 순방을 마치고 귀국길에는 인사를 나온 이 장관에게 "고생이 많다"며 어깨를 두드려 유임 의사를 보였다는 해석도 나왔다. 대통령실은 지난 27일 "명백한 진상 확인 이후에 책임 소재를 밝히고, 각각의 책임 범위에 맞춰서 조치할 것"이라며 이 장관 사퇴 요구를 사실상 일축했다.
 
이에 친윤계를 중심으로 일제히 이 장관 엄호로 여당 기류가 돌아섰다. 윤핵관 원조 격인 장제원 의원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확하게 (경찰)지휘체계를 볼 필요가 있다. 지휘체계에서 치안 관련 부분에서 (이 장관은)제외돼 있다"며 이 장관을 옹호했다. 지난 16일 행안위 전체회의에서는 이 장관에 대한 야당의 질타가 쏟아지자 "같이 일해 본 사람으로서 명예와 권력을 좇아 자리에 연연할 분이 아니란 걸 잘 안다"며 감쌌다. 민주당이 해임건의안을 예고하자, 역시 원조 윤핵관인 권성동 의원은 29일 "기행으로 범행을 덮어보려는 '옥쇄정치'"라고 비난했고, 유상범 의원은 MBC라디오에서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희석시키고 윤석열정부의 무능을 강조하기 위한 이슈 제기"라고 깎아내렸다.
 
급기야 국민의힘은 여야가 어렵게 합의한 국정조사 불참을 시사하며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위원들은 지난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략적 국정조사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특위 사퇴'도 고려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주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합의를 먼저 깬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강경하게 대응했다.
 
이에 대해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이지한씨 아버지는 29일 KBS라디오에서 "(이상민 장관이)'내가 마무리하고 물러나겠다?' 그건 아니다. 일반 사람의 위치에서 조사를 받아야지, 직속 상관인데 어떻게 수사를 받나"라며 "(대통령은)저희 등을 두들겨주고 어깨를 토닥여줘야지 이상민 장관을 어루만져 주더라. 그건 특수본에 '내가 아끼는 사람이니 건들지 말라'는 걸로 봤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여당 지도부를 만난 희생자 유족들도 이 장관 사퇴 등을 촉구했다. 국민 여론도 이 장관 사퇴 쪽에 기울어져 있다. 지난 4일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정기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장관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응답은 56.8%, '사과 수준에서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응답은 24%였다. 지난 9일 KBS 여론조사에서도 '관련 책임자들을 경질해야 한다'에 73.8%가 동의했고, 이 중 절반 이상이 이상민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한덕수 국무총리까지 경질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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