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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약 없는 회동…윤 대통령, 이재명 의도적 외면?
"윤 대통령 '이재명이 싫다'더라"…대통령실 부인에도 "이미 파다한 얘기"
2022-11-25 19:00:00 2022-11-25 19:00:00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국민의힘 지도부와 만났지만 야당 지도부와의 회동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지난 5월10일 새정부 출범 이후 단 한 차례도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한자리에 모인 적은 없다. 통상적으로 대통령의 순방 이후 외교 성과를 여야 지도부에 설명하는 만남이 이뤄지지만, 이번엔 이런 전례도 지켜지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표면적으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회동 제안에 항상 열려있다는 입장이다.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관련 질문에 "민생 앞에는 여야가 없다"며 "대화에 대한 노력과 시도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8월30일 이 대표와 첫 통화를 하면서 "당이 안정되면 가까운 시일 내에 여야 당 대표님들과 좋은 자리를 만들어 모시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 통화는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이 대표의 당대표 선출 축하차 국회를 예방하면서 이뤄졌다. 다만 당시에도 대통령실은 이 대표가 요구한 단독 영수회담에는 선을 그었다.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이후 윤 대통령의 미국 뉴욕 순방 과정에서 발생한 비속어 논란과 민주당이 외교참사에 대한 책임을 물어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처리하자 관계가 급랭했다. 윤 대통령이 민주당의 비속어 사과를 거부한 채 국회 시정연설에 나섰을 때는 헌정 사상 최초로 야당이 본회의장에 입장하지 않는 극한대립의 진풍경도 펼쳐졌다. 여기에다 최근 이 대표 최측근 인사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등 사법리스크가 본격화되면서 만남 자체가 요원해졌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지난 24일 한 라디오에서 "대통령 멘토가 될 만한 사람들이 '야당 대표를 만나라'고 조언을 많이 했지만 윤 대통령이 '이재명이 싫다'고 했다더라"고 전했다. 유 전 총장은 "제가 직접 조언했던 분한테 물었더니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 대해) '싫다. 그러니 더 얘기 못하겠더라'고 했다"며 "하여튼 싫다는 거다. 인간 자체가 싫은데, 그런 얘기도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지금 야당 대표를 중범죄자라고 하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고 부연했다.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지만,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게 됐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대표직에 있는 한 영수회담은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그 이유로 "영수회담에서는 뭔가 타협을 해야 하잖느냐. 그러면 국민들이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피의자다. 형사 피의자와 정치적 협상을 한다?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도 "대통령실은 부인했지만 여의도에는 이미 파다하게 전해진 얘기"라며 "실제로도 그 같은 기류가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 역시 야당을 향한 비판적 어조를 이어가고 있다. 윤 대통령은 22일 국무회의에서 "국익 앞에 여야가 없다. 정쟁은 국경 앞에서 멈춘다는 말이 있다"고 했고, 23일 수출전략회의에서도 민주당을 향해 "미래의 수출 전략 핵심 품목이 될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 i-SMR 관련 예산에 대해 야당이 전액 삭감을 시도하고 요구하고 있다"면서 윤석열표 예산안 칼질에 들어간 민주당에 대한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소통 의지를 찾아볼 수 없다고 반발했다. '협치는 끝났다'고 선언한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이 대표에 대한 수사 등으로 윤 대통령과의 여야 영수 회담이 어려워졌다'는 해석에 대해 "원내 1당인 야당의 대표를 공식적으로 만나지 않겠다는 것이라면 대단히 심각하다. 국회를 무시하고 협치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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