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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 신화'의 이면)동생들과 수년째 '진흙탕 소송전'…본질은 유산 다툼
유류분반환 등 진행 중 소송만 4건…서로 "유언장 조작됐다" 주장
'장례식 조문명단' 놓고도 소송…명분도 실리도 잃는 감정싸움
2022-11-25 06:00:00 2022-11-25 08:04:14
[뉴스토마토 특별취재팀] '부모님 장례식 조문객 명단을 놓고 형제가 대법원까지 가서 다투는 희대의 재판.'
 
24일 서울고법에서 항소심 판결이 나온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과 동생들 사이의 '조문객 방명록 열람청구 소송'에 대한 세간의 평가다. 이 소송은 정 부회장의 두 동생이 지난 2019년과 이듬해인 2020년 모친과 부친이 차례로 별세한 당시 장례식 조문록과 조화 발송명부를 보여달라며 시작됐다.
 
지난 4월 1심 재판부는 "장례식 관습과 예절, 방명록 등의 성격 및 중요성을 고려할 때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방명록과 화환 발송명부 등은 망인의 자녀들이 모두 열람·등사 가능한 상태에 있어야 한다"며 동생들의 손을 들어줬다. 정 부회장은 이에 대해 "조문객은 자신이 의도한 특정 상주에게만 개인정보를 제공하고 그에게 수집·이용을 허락한다는 의도로 방명록을 남기는 것이므로 공개 요청은 개인정보 주체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부당한 청구"라며 항소했다. 그리고 항소심 재판부는 이날 1심 판결을 뒤집고 정 부회장 승소 판결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동생들은 즉각 대법원 상고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재계 관계자는 "조문객 명단을 놓고 형제들이 대법원까지 가서 다투는 희대의 사건이 될 것 같다"며 "2심 재판부가 정 부회장 손을 들어주기는 했지만, 집안의 장남이자 재벌가 사위인 정 부회장이 많은 것을 잃은 소송"이라고 평가했다.
 
정 부회장은 이외에도 동생들과 여러 건의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주로 부모의 유산을 둘러싼 다툼이다. 모친의 상속재산을 나눠주라며 정 부회장이 동생들을 상대로 낸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 부친의 유언장이 조작됐다며 동생들이 제기한 유언무효 확인 소송, 가족 회사인 서울PMC의 회계장부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해 달라며 여동생이 낸 소송 등 현재 진행되는 사건만 모두 4건이다.
 
이 중 서울PMC 회계장부 열람청구 사건은 다음달 21일 파기환송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부친인 고 정경진 회장이 창립한 종로학원을 모태로 하는 서울PMC는 정 부회장이 승계한 뒤 학원사업 부문을 매각하고 부동산 임대업 등을 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정 부회장이 지분 73.31%로 최대주주고, 동생 은미씨가 17.8%로 2대 주주다.
 
은미씨는 지난 20016년 서울PMC의 위법경영이 의심된다며 주주 자격으로 학원사업 매각에 관한 서류 등 회계장부 일체의 열람·등사를 요구했고 서울PMC가 이를 거부하자 2019년 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는 서울PMC 손을 들어줬지만, 대법원은 판단을 달리해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1·2심 재판부는 "소수 주주의 열람·등사 청구 이유는 그 주장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합리적 의심이 들 정도로 기재돼야 하는데, 원고(정은미)가 기재한 청구 이유는 이런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은미씨가 서울PMC의 위법한 경영이 무엇인지 심증이 아닌 물증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 5월 "주주가 제출하는 열람·등사청구서에 붙인 '이유'는 열람·등사에 제공할 회계장부와 서류의 범위 등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경위와 목적 등이 구체적으로 기재되면 충분하다. 청구 이유가 타당한지는 주주가 증명할 필요가 없고, 회사가 증명 책임을 부담한다"며 정 부회장 측이 승소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은 정 부회장이 지난 2020년 두 동생들을 상대로 제기했다. 모친인 조모씨의 유산 10억여원이 유언에 의해 두 동생에게 상속됐는데, 정 부회장은 장남이 배제된 상속은 부당하다며 부친인 고 정 회장과 공동으로 2억원을 달라고 소송을 냈다. 정 부회장은 앞서 2019년 모친 별세 직후에는 유언장의 필체가 평소와 다르다며 유언장 검인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동생들은 장남의 소제기에 대해 "당시 부친이 위중한 상태였는데 자식들을 상대로 소송에 원고로 참여한 건 자의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아직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부친의 유언장이 적법한지를 다투는 유언무효 확인청구 소송은 정 부회장의 두 동생들이 낸 것이다. 동생들은 "부친은 사망 전 재산을 둘째 해승씨에게 물려준다는 의사를 표시했고 유언장도 작성했다. 그런데 부친 사망 즈음에 공개된 유언장에서는 재산을 장남인 정 부회장에게 상속한다는 내용으로 바뀌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이들은 "아버지의 병세가 깊어진 뒤 정 부회장이 부친 거처를 동숭동 자택에서 자기집 부근으로 옮기고 다른 가족들의 접촉을 막았다"며 "이런 상태에서 변경된 유언장은 무효이며, 정 부회장은 사문서 위조 및 사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밖에도 정 부회장은 동생들과 은미씨의 청와대 국민청원과 인터뷰를 둘러싼 명예훼손 소송, 남동생 해승씨가 제기한 27억원의 가수금 중 남은 금액을 돌려달라는 가수금반환 소송 등을 벌이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금융권 최고의 연봉을 받아 유명세를 탄 정 부회장이 사소해 보이는 일로 수년간 동생들과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며 "감정을 앞세우면서 장남으로서 명분도 실리도 다 잃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newsal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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