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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먹통 여파에 업비트 독과점 논란 수면 위로…공정위는 '조용'
카카오 먹통에 업비트도 직격탄…투자자 피해 커
업비트 80% 시장점유율로 시장 주도…"경쟁에 영향"
전문가 "시장 독점시 제재 필요…유효 경쟁할 수 있게 진입장벽 낮춰야"
2022-10-20 15:39:31 2022-10-20 15:39:31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카카오 먹통' 사태에 대응하고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플랫폼 기업에 대한 독과점 관련 심사지침 수립에 나선 가운데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 대해서도 독과점 여부를 들여다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비트는 80% 이상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상태인데, 그동안 공정위에선 별다른 조치를 취해오지 않아 정치권과 업계의 반발이 나오기도 했다.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 여파는 업비트에도 불어닥쳤다. 지난 15일 오후 3시 20분경 발생한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 등이 먹통되자 업비트도 정상적인 서비스를 할 수 없게 됐다. 다른 거래소와 달리 업비트는 자체 로그인 시스템 없이 '카카오 계정 로그인'을 기본으로 서비스를 운영해왔는데 최근 카카오톡에서 오류가 나면서 업비트 이용자들 대다수가 로그인을 할 수 없었던 까닭이다. 카카오톡 기반이다보니 편의성이 높고 이용자들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췄지만 이 같은 비상 상황에 대한 대비에선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석우 업비트 대표가 지난 6월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상자산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투자자 보호대책 긴급점검 당정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단)
 
이때문에 독과점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4700만명의 회원을 확보한 카카오톡의 압도적 점유율을 앞세워 각종 분야에 손쉽게 진출하며 다양한 사업 기반을 다져왔던 카카오의 성장 방식이 비판받는 가운데 그 불똥이 업비트에도 튄 모습이다. 업비트 역시 압도적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는 이유로 독과점 문제를 지적받아왔다. 올해 3월엔 '코인 거래 실명제'로 불리는 트래블룰이 전면 도입되면서 업비트의 시장 점유율이 더 높아지기도 했다. 올해 3월 31일 기준 가상자산 총거래량 기준 업비트 시장 점유율은 86.2%에 달했다. 하루 거래액은 직전달인 2월 6조5000억원 규모에서 3월엔 10조8000억원으로 급증한 바 있다. 업비트는 빗썸, 코인원, 코빗과 공동으로 솔루션을 만드는 대신 두나무 자회사인 람다256이 개발한 트래블룰 솔루션을 사용해 독자노선을 구축하고 있다.
 
20일 빅데이터 플랫폼 아지이에이웍스의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업비트 월간순이용자수(MAU)는 지난해 9월 498만8735명에서 지난해 10월 515만3314명, 12월에는 515만6079명으로 꾸준히 상승해왔다. 당시 2위 거래소 빗썸의 경우 지난해 9월 162만5594명으로 경쟁사 업비트와 비교해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최근 3개월간 MAU는 업비트는 7월 421만5328명, 8월 424만3397명, 9월 406만6909명이었고, 빗썸은 7월 126만6775명, 8월 124만3813명, 9월 114만7767명으로 여전히 3배 이상 큰 폭의 격차를 이어오고 있다.
 
서울 강남구 업비트 본사. (사진=뉴시스)
 
업계에선 현재 점유율 80% 이상을 업비트가 차지하고 있는 상태에선 거래소들간 경쟁이 어려워 사실상 독과점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업비트의 경우 거래수수료를 내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만큼 무료서비스로 볼 수 없기에 독과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서 "지난해 12월 이석우 대표는 글로벌적으로 봤을 때 독과점이 아니라고 했지만 어떤 재화에 대해 가격을 높이거나 낮췄을때 그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업비트가 수수료를 낮춘다면 다른 거래소에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 큰 영향을 끼치므로 이는 독과점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시장에서 1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면 독점, 3개 사업자의 점유율이 70% 이상이면 과점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에선 공정거래법상 불공정 행위를 했을 때를 기준으로 보기 때문에 애매하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카카오톡과 같은 서비스에 대해선 독과점으로 봐야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업비트도 충분히 독과점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다만 카카오톡 서비스는 무료여서 시장점유율 등 전통적인 지표로 독과점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실정에 있다. 이에 공정위는 온라인플랫폼 시장의 '규제 가이드라인'인 심사지침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업비트 역시 시장 점유율 상 독과점에 해당한다고 보고 정부 차원에서의 제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대 교수는 "업비트는 점유율이 80% 이상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반면, 2위 업체인 빗썸은 점유율이 15% 규모에 불과하다. 항공업, 한국거래소 등을 제외하곤 한 기업이 시장의 80% 이상 장악하고 있는 사례는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대다수 투자자들이 속해있는 업비트가 투자자보호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시장에서 투자자보호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할 수 없으므로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사실상 가상자산 관련 법안이 부재해 직접적으로 규제할 수단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홍 교수는 경쟁 플레이어들이 더 많이 뛸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홍 교수는 "2017년부터 정부가 ICO(가상자산공개)를 금지했었는데, 이는 업비트, 빗썸 등과 같은 거래소들에 진입장벽을 만들어주는 결과를 낳았다"며 "규제가 잘 돼 있고 투자자 보호 방안이 갖춰진 증권사들의 경우 코인 중개를 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업비트의 경우 카카오와 달리 플랫폼 사업자로 보기 어려워 동일한 규제의 칼날을 대긴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김형중 한국핀테크학회장(고려대 특임교수)는 "카카오는 그 안에 경쟁업체들이 들어와 쇼핑, 은행 업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위 양면 시장 형태다. 물건을 납품하는 그룹, 이를 이용하는 사용자 그룹 등 두개의 그룹이 플랫폼 내에 만나 네트워크 효과를 일으키는 것"이라며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사람도 카카오를 이용할 수 밖에 없고 소비자도 카카오를 쓸 수 밖에 없는 양면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김 교수는 "반면 업비트는 코인을 모아놓는 거래소로, 상장에 성공해야만 진입할 수 있는 만큼 다른 플랫폼 사업자와 동일하게 보기 어렵다"면서 "플랫폼 사업자로서 규제를 하면 독과점 금지 원칙상으로 볼 때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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